인기척에 달아나는 길고양이, 개구멍에 숨는다.
먹먹한 어둠이 몸을 집어삼켜도, 하얀 뒷다리는 어쩔 수 없구나.
아직 때묻지 않은 하얀 양말이 어쩐지 쓸쓸하구나.
언젠가 온전히 내 소유의 집이 생긴다면, 과연 그런 날이 오기는 할지 까마득하기는 하지만
가질 수 없어도 꿈꾸는 건 자유니까 한번 상상해보기라도 한다면
제일 먼저 담벼락 아래 개구멍을 뚫고 싶다. 아니, 고양이구멍을 뚫고 싶다.
집앞을 지나던 길고양이가 찾아들어 마음 놓고 쉬다 갈 수 있도록
그 구멍이, 그저 고양이구멍이 아니라
삶구멍이고 숨구멍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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