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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뿐 아니라 길 위의 모든 생명을 애틋히 여기며,
그들의 평안을 기원하는 분들과 오래 가는 인연을 맺고 싶습니다.
언제나 든든한 카오스 대장냥이, 제게 인사시키려고 하는지 누군가를 데리고 나왔습니다.
가만히 보니 뒤에 조그만 노랑둥이 아기가 겸연쩍은 듯 서 있습니다.
어린 탓이라고 보기엔 너무 가녀린 몸이, 여느 아기 고양이들과 대조를 이룹니다. 약골로 태어난 탓인지
병치레가 심하고 영양상태도 그리 좋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피부병에 걸려 털이 빠졌던 자리는
많이 아물어 새 털이 자라난 덕분에 고양이의 모습을 얼추 갖추기는 했지만, 한번 축난 얼굴의 젖살은
쉽사리 통통한 아기냥의 얼굴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런 아기 고양이의 모습은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여느 아기고양이에 비하면
객관적으로는 못생겼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쑥 들어간 볼 위로 형형히 빛나는 퀭한 두 눈은
어린 이 고양이가 있는 힘껏 병마와 싸워 이겨냈다는 산 증거이기에, 또 앞으로도 그렇게 제 운명을
이겨나갈 거라는 의지가 담겨 있기에, 제 눈에는 더욱 기특하고 사랑스럽게 보입니다.
제게 응원해주고 싶은 고양이, 마음에 남는 고양이가 있다면 이런 녀석들입니다.
옛날 사람들은 귀한 자식이 태어나면, 오래 살라고 일부러 개똥이 같은 이름을 붙여주었다는데
이 녀석은 고양이니 고똥이(고양이똥의 줄임말로요^^)라고 불러줘야 할까 싶기도 합니다.
제가 이런 궁리를 하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아기 고양이는 멀찍이 떨어져서 가만히 앉아 있습니다.
쓸데없이 움직이느라 힘을 빼고 싶지 않은 듯...
그래도 고양이 특유의 발톱갈기 본능은 어쩔 수 없는지, 카오스 대장 앞에서 열심히 발톱을 갈아봅니다.
"나 잘했어요?" 하고 확인하는 듯 카오스 대장 쪽을 흘깃 보는 어린 고양이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고똥아! 카오스 아줌마에게 이것저것 물어봐. 제일 경험이 많으니까 잘 가르쳐 줄 거야.
다음에 볼 땐 더 건강해진 얼굴로 인사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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