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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 한동안 만나지 못한 밀레니엄 고양이들을 오래간만에 두루 만났습니다. 성형 의혹을 받을 만큼

몰라보게 얼굴이 변한 억울냥은 잘 있을지, 카오스 대장냥과 노랑둥이 아줌마의 새끼들은 무사한지... 
 
식당에서 정기적으로 잔반을 얻어다 길고양이에게 주는 분이 계셔서 굶지는 않았을 테지만,


여행하는 동안 내내 마음이 쓰이기도 했고요. 길 가다 우연히 고양이를 만날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일부러 찾아가야만 볼 수 있는 곳이고, 길고양이들이 나름대로 그들만의 세상을 꾸리며

숨어 사는 은신처이기에, 녀석들을 찾아가는 길은 늘 조심스럽습니다.




여러 고양이 중에서도 유독 마음이 가는 녀석이 있는데,  억울냥도 그중 하나입니다.

눈이 심하게 내렸던 올해 초 밀크티가 종적도 없이 사라진 뒤로, 마음 둘 곳이 없어져버려

헛헛해하던 제게 웃음을 주었던 고양이가 바로 억울냥이기에 더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2002년부터 밀레니엄 고양이의 변천사를 기록해오는 동안, 여러 고양이가 이곳을 거쳐갔고

그 중에는 소리없이 사라지거나, 너무나 빨리 세상과 이별한 녀석도 있었습니다. 그러니

어렸을 때부터 지켜봤던 고양이가 무탈하게 성장한 모습을 보면 대견한 마음이 들 수밖에요.

억울냥이 금세 이렇듯 바람직하게 자라서 밀크티만큼 멋진 자태를 자랑하고 있으니...

고양이의 세월은 참 빨리도 지나가는가 봅니다.
 
억울냥만큼이나 억울한 눈을 한 바가지 머리 냥이도 소심하게 얼굴을 내밉니다. 금세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저 눈매는 잊을 수 없지요.한쪽 눈은 여전히 불편한 듯...



억울냥과 친구들을 만나러 갔던 이 날은 어머니도 그 자리에 함께 계셨답니다.

허리가 나빠진 뒤로, 저 혼자 무거운 카메라 가방이며 사료봉지를 짊어지고 다닐 것이 걱정된다며

길고양이를 만나러 가는 길에 어머니가 동행하시곤 하거든요. 평소에는 약간 떨어진 곳에서

책을 보고 있다가,  오늘은 저와 함께 은신처 안쪽까지 들어와 보고 좀 놀라신 모양입니다.

사진으로 볼땐 잘 몰랐는데 길고양이가 너무 마르고 작아 보인다고... 눈시울이 붉어지셨어요.

직접 가까이서 본 길고양이들의 모습에 마음이 많이 아프셨나 봅니다.

어눌해 보이는 바가지 머리 고양이를 보고서도 한참을 짠해 하시고...


"스밀라도 저렇게 살았을 건데..."하면서 내내 무거운 표정으로 계시더니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십니다. 저를 도와주러 함께 다니는 동안 심심하실까봐, 평소 갖고 싶어하셨던

보급형 자동카메라를 드렸는데, 그걸로 어머니 마음에 와 닿은 고양이들을 직접 찍어 남기고

싶으셨던 모양입니다. 아래 사진들이 어머니가 직접 찍은 사진들입니다.



고급형 카메라는 아니기 때문에 흐릿한 감도 있고, 아직은 초점도 잘 맞지 않지만,

저에게는 값비싼 카메라로 찍은 어떤 사진보다도 더 소중한 사진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한때 고양이를 무서워하고 꺼리던 어머니였지만, 제가 블로그에 올린 길고양이 사진을 보면서

길고양이들의 힘겨운 삶도 알게 되고, 애틋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고 말씀해주셨으니까요.

제가 처음 길고양이를 만나 좋아하고 슬퍼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어머니의 서툰 사진이, 잠시

느슨해진 제 마음을 죽비처럼 내리칩니다. 꾸준히, 한결같은 마음으로 그들을 지켜보고 돌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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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Yuna
    2010.08.10 12:31

    어머님 사진이 좋네요. 그리고 많이 부러워요...

    • BlogIcon 야옹서가
      2010.08.10 17:4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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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할 때 어머니와 함께 사진도 찍으러 다니고 여행도 다니자고 약속했어요.
      한번 아파 보니 나중이란 말은 언제 올지 모르는 거더라구요.

  2. BlogIcon 고양사랑
    2010.08.10 12:34

    어머님께서 사진실력이 좋으십니다^^잘찍으셨어요.무엇보다 고경원님말씀처럼 처음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으셨는데 이렇게 애묘인이길 자처하신다니..아아~너무 고마우십니다^^억울냥~정말 듬직하게 잘 자라주었군요^^나름 눈매도 또리또리~해졌구요^^

    • BlogIcon 야옹서가
      2010.08.10 17:44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새벽에 기도를 다니시는데, 그때마다 고양이가 차밑으로 숨는 걸 보고 안쓰러워 하세요.
      예전에는 무서워 하셨는데...많이 달라지셨죠.

  3. 49
    2010.08.10 12:55

    어머님께서 찍으신 사진에 찡-해옵니다... 부럽기도 하구요..^^ 역시 사진은 사랑이 담겨야하나봅니다.

  4. BlogIcon 터키아빠
    2010.08.10 14:03

    나중에 기회되면 터키도 한번 가보세요.
    신혼여행으로 터키와 그리스를 갔다 왔는데 터키에는 길고양이가 정말 많더군요.
    집고양이처럼 애교가 흘러넘치는 길고양이들.. 특히 이스탄불에 많답니다.
    반대로 그리스 아테네를 가니 길개(?) 들이 넘쳐나더군요.
    덩치가 산만한 개들이 광장에 득시글 합니다.
    제가 고양이를 더 좋아해서 그런지 터키가 그리스 보다 더 좋았답니다. ^^;;

    • BlogIcon 야옹서가
      2010.08.10 17:45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터키와 그리스는 아까워서 아껴둔 맛있는 과자 같은 곳이에요. 길게 시간 두고 다녀오고 싶어요. ㅎㅎ
      그리스는 미코노스 섬 근처에 고양이가 많다고 하더군요.

  5. BlogIcon 할매냥이
    2010.08.10 14:45

    님 덕분에 길냥이들이 예뻐지고 행복해 보입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

  6. 고돌칠미키
    2010.08.10 17:30

    그런 마음으로 사시는 분들도 계신데...
    세상은 그것보다 험한 모양입니다.
    동물보호소라는 곳이 사실은 동물을 더 고통스럽게 한다는
    사실이 눈물나게 아픕니다.
    오히려 길에서 의 삶이 행복할지도 모르는 ...
    오늘은 정말 우울하네요...
    사육곰의 고통에...유기동물보호소의 방치된 동물...치료받지 못하는 동물들...
    다 눈물 나는 그래서 고통스럽군요...죄송합니다. 이런 글을 남겨서.

    • BlogIcon 야옹서가
      2010.08.10 17:48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동물에 대해서 애정을 갖고 깊이 들어갈수록 많이 마음을 다치게 된다죠.
      그만큼 더 많은 것을 보게 되고, 그런데도 정작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고...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은 방법으로 동물들을 위할 수 없으니
      자기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들을 응원하는 게 최선이 아닌가 싶습니다.

  7. 새벽이언니
    2010.08.10 18:07

    어머니가 찍으신 사진이 굉장히 따뜻하고 밝아 보이는데요.
    녀석들도 심하게 경계하지 않는거 같구요.
    보기 좋은 사진이네요. ^^

    • BlogIcon 야옹서가
      2010.08.10 18:12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밥 주는 어르신이 계셔서 기본적으로 사람들에게 경계를 덜 하는 편이에요.
      그래도 길고양이들이 어느 정도 사람들과 거리를 둬야 저는 안심이 되더라구요.

  8. 미리내
    2010.08.10 21:48

    경원님....아직까지 밀크티는 나타나지 않았군요 ㅠㅠㅠ경원님 말처럼 동물에게 정을 가지면 가질수록 우리들 맘은 피투성이가 되네요 그래도 정을 떼지 못하고 더 많은 정을 주게 되네요

    • BlogIcon 야옹서가
      2010.08.10 23:2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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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크티가 그렇게 없어지고 나서 키우는 고양이를 잃어버린 것처럼 마음이 휑했는데,
      고양이로 입은 상처는 다른 고양이가 뒤를 이어서 치료해 주네요..

  9. BlogIcon 미남사랑
    2010.08.12 11:47

    항상 늘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늘 따뜻한 마음과 안쓰러움이 전해져 가슴뭉클합니다.
    늘 감동이 있는 글 감사합니다

  10. BlogIcon nutmegchoi
    2011.03.03 11:51

    어머니 사진들이 참 고와요.

    경원님 글들을 읽으면 자꾸 울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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