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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어머니를 울린 길고양이, 슬픈 눈매

by 야옹서가 2010.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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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 한동안 만나지 못한 밀레니엄 고양이들을 오래간만에 두루 만났습니다. 성형 의혹을 받을 만큼

몰라보게 얼굴이 변한 억울냥은 잘 있을지, 카오스 대장냥과 노랑둥이 아줌마의 새끼들은 무사한지... 
 
식당에서 정기적으로 잔반을 얻어다 길고양이에게 주는 분이 계셔서 굶지는 않았을 테지만,


여행하는 동안 내내 마음이 쓰이기도 했고요. 길 가다 우연히 고양이를 만날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일부러 찾아가야만 볼 수 있는 곳이고, 길고양이들이 나름대로 그들만의 세상을 꾸리며

숨어 사는 은신처이기에, 녀석들을 찾아가는 길은 늘 조심스럽습니다.




여러 고양이 중에서도 유독 마음이 가는 녀석이 있는데,  억울냥도 그중 하나입니다.

눈이 심하게 내렸던 올해 초 밀크티가 종적도 없이 사라진 뒤로, 마음 둘 곳이 없어져버려

헛헛해하던 제게 웃음을 주었던 고양이가 바로 억울냥이기에 더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2002년부터 밀레니엄 고양이의 변천사를 기록해오는 동안, 여러 고양이가 이곳을 거쳐갔고

그 중에는 소리없이 사라지거나, 너무나 빨리 세상과 이별한 녀석도 있었습니다. 그러니

어렸을 때부터 지켜봤던 고양이가 무탈하게 성장한 모습을 보면 대견한 마음이 들 수밖에요.

억울냥이 금세 이렇듯 바람직하게 자라서 밀크티만큼 멋진 자태를 자랑하고 있으니...

고양이의 세월은 참 빨리도 지나가는가 봅니다.
 
억울냥만큼이나 억울한 눈을 한 바가지 머리 냥이도 소심하게 얼굴을 내밉니다. 금세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저 눈매는 잊을 수 없지요.한쪽 눈은 여전히 불편한 듯...



억울냥과 친구들을 만나러 갔던 이 날은 어머니도 그 자리에 함께 계셨답니다.

허리가 나빠진 뒤로, 저 혼자 무거운 카메라 가방이며 사료봉지를 짊어지고 다닐 것이 걱정된다며

길고양이를 만나러 가는 길에 어머니가 동행하시곤 하거든요. 평소에는 약간 떨어진 곳에서

책을 보고 있다가,  오늘은 저와 함께 은신처 안쪽까지 들어와 보고 좀 놀라신 모양입니다.

사진으로 볼땐 잘 몰랐는데 길고양이가 너무 마르고 작아 보인다고... 눈시울이 붉어지셨어요.

직접 가까이서 본 길고양이들의 모습에 마음이 많이 아프셨나 봅니다.

어눌해 보이는 바가지 머리 고양이를 보고서도 한참을 짠해 하시고...


"스밀라도 저렇게 살았을 건데..."하면서 내내 무거운 표정으로 계시더니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십니다. 저를 도와주러 함께 다니는 동안 심심하실까봐, 평소 갖고 싶어하셨던

보급형 자동카메라를 드렸는데, 그걸로 어머니 마음에 와 닿은 고양이들을 직접 찍어 남기고

싶으셨던 모양입니다. 아래 사진들이 어머니가 직접 찍은 사진들입니다.



고급형 카메라는 아니기 때문에 흐릿한 감도 있고, 아직은 초점도 잘 맞지 않지만,

저에게는 값비싼 카메라로 찍은 어떤 사진보다도 더 소중한 사진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한때 고양이를 무서워하고 꺼리던 어머니였지만, 제가 블로그에 올린 길고양이 사진을 보면서

길고양이들의 힘겨운 삶도 알게 되고, 애틋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고 말씀해주셨으니까요.

제가 처음 길고양이를 만나 좋아하고 슬퍼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어머니의 서툰 사진이, 잠시

느슨해진 제 마음을 죽비처럼 내리칩니다. 꾸준히, 한결같은 마음으로 그들을 지켜보고 돌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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