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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를 만났을 때, 마음 찡한 순간이 있습니다. 그들의 고단한 삶을 보여주는
까진 콧잔등을 볼 때가 그렇습니다. 그 느낌은 모니터에서 조그맣게 리사이즈된 사진으로는
도저히 전달하기가 힘이 듭니다. 가끔은 길고양이의 초상사진만을 크게 확대해서
보여드리고 싶은 것도 그 때문입니다.
음식쓰레기를 뒤지고, 버려진 음식을 찾아먹다 보면 길고양이의 코는 성할 날이 거의 없습니다.
비교적 깔끔하게 차려입은 고양이라 할지라도 그 흔적은 희미하게 남아있습니다.
날카로운 발톱에 할큄질을 당하고 잠 속으로 도피한 고양이의 콧잔등은, 약한 자의 슬픔을 이야기합니다.
다행히 상처를 입은 것은 아니지만, 찌든 때가 벗겨지지 않아 안타까움을 주는 고양이도 있고요.
아직 어려 그루밍하는 것이 서툴러서인지, 콧잔등의 때가 잘 지지 않네요.
얼마 되지 않는 영역을 지키기 위해서 험한 싸움도 마다 않고, 사람들의 위협에 피해다니며
그 흔적을 흉터처럼 안고 살아가는 길고양이도 있습니다. 아직 피가 채 마르지 않은 콧잔등은
'오늘, 나 좀 힘들었다' 고 말하는 듯합니다.
한 구역의 길고양이를 빈번하게 만나다 보면, 한때 콧잔등이 벗겨졌던 고양이의 상처가 아물어
다시 새 털이 자라난 것도 보게 됩니다. 마치 지문처럼, 자신만의 개성적인 무늬를 코에 새긴
길고양이 코점이도 그렇게 처음과 달리 치유된 모습으로 나타나 안도감을 주었지요.
치유 전 / 치유 후 사진이 되겠네요^^ 털이 빠졌던 콧등에 뽀얗게 흰 털이 새로 돋아난 걸 보니
마치 제가 키우는 고양이가 앓다 나은 것처럼 어찌나 흐뭇하던지요.
그때 만난 고양이는 잘 있을까, 콧잔등 상처는 아물었을까... 자꾸만 그 길고양이들을
찾아가게 되는 건, 그 모습을 직접 제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입니다.
길고양이의 콧잔등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고양이들이
그저 스쳐지나가는 이름 모를 길짐승이 아니라, 하나하나의 사연과 감정을 지닌 존재로
마음에 와닿습니다. 길고양이들과 그렇게 눈 맞추며 그들의 지나간 삶을 더듬어볼 기회가 있다면,
길고양이를 무심코 지나치지 않게 되리라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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