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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어린 길고양이, 눈으로 나눈 대화

by 야옹서가 2010.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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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집을 은신처로 삼아 살아가는 길고양이가 그늘 아래 몸을 숨기고 있습니다. 한낮에는
 
숨쉬기도 짜증이 날 만큼 푹푹 찌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햇볕 아래 그대로 몸을 노출한 것과

그늘 아래 있는 것은 천양지차니까요. 아쉬우나마 더위를 피할 수도 있고,

사람들이 오면 천막집으로 잽싸게 피할 수도 있으니, 길고양이에게는 고마운 보금자리입니다. 


길고양이를 만나면,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가만히 앉아 바라봅니다. 사람이 나타나면 바로 달아나는

조심성 많은 녀석들도 있지만, 고양이는 소심함 못지 않게 호기심도 강하기 때문에 자리를 뜨지 않는

녀석들도 만나게 됩니다.  그러면 궁금함을 못 이긴 고양이가 눈빛으로 넌지시 물어옵니다.


"당신은 누구예요? 뭐하러 온 거죠? 맛있는 거 있어요? 혹시 때릴 건가요?"

호기심, 의혹, 두려움, 배고픔...복잡한 감정이 담긴 저 눈동자를 마주할 때마다, 

매번 겪는 일이기는 하지만 마음이 출렁입니다.


인간의 언어로는 고양이와 소통할 수 없기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땅바닥에 가만히 앉아

고양이와 눈높이를 맞추고 '해치지 않아' 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밖에는 없습니다.

그렇게 고양이와 눈으로 대화를 나누고 나면, 한동안 자리를 떠나기가 힘이 듭니다.
 
짧은 눈인사에 마음이 싱거워진 고양이가 볼일을 보러 떠나더라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삼십 분이고 한 시간이고 그 자리에 앉았다 옵니다. 

이곳은 길고양이의 은신처이기도 하지만, 어느새 저의 은신처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세상 밖으로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는 어린 길고양이의 삶은 큰 고통 없이 행복했으면.

크게 웃을 일은 없더라도, 크게 울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마음 속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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