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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길고양이 가족, 그들만의 소소한 역사

by 야옹서가 2010.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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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 카오스 삼색엄마 황란이와 새끼 촐랑이가 살던 개미마을 계단에, 올해엔

새로운 식구가 등장했습니다. 계단에 그려진 화살표도 낙서도, 계단 앞에 주차된

커다란 차와 분리수거용 재활용 물품더미까지 예전 모습 그대로이지만,

이곳에서 태어나는 아기 고양이의 얼굴은 해마다 바뀌어갑니다.


1년 전에 만난 노랑둥이 촐랑이는 어엿한 어른이 되어, 아기 때의 발랄한 모습은 

흘러간 사진 속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추억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1년 후, 이곳에 새로운 엄마와 새끼의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계단 근처에 분리수거용

골판지와 잡동사니들이 수시로 쌓이는데, 가끔 음식물 쓰레기도 버려지는지라 길고양이에겐

배를 채울 수 있는 식당이 된 것입니다. 원래 음식물 쓰레기는 전용 수거통이 있지만,

이곳 앞을 지나다보면 비닐봉지에 담긴 음식물을 간혹 볼 수 있습니다.


"엄마, 저 사람 누구야?" 어린 삼색이의 눈동자에 호기심이 어립니다.

"응, 저번에 엄마를 코점이로 착각하고 쫓아왔던 사람."

고양이 얼굴 한번 잘못봤다가, 고등어 아줌마에게 단단히 찍혔습니다.

"응~그렇구나." 새끼는 뭐가 그리 좋은지 계속 꼬리가 하늘로 솟아오릅니다.

엄마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기분이 좋은가 봅니다.


 
"여기 더 오래 있으면 귀찮아질 것 같구나. 어여 가자."

엄마는 사람을 피해 도망가는데, 새끼는 그저 숨바꼭질하는 것처럼 신납니다.

엄마 곁에 껌딱지가 되어 몸을 붙이고 경쾌한 발걸음으로 따라붙습니다.


"사람이 쫓아오면 무작정 달아나지 말고, 한번쯤 뒤를 돌아봐야 한다. 힘을 아껴야지."
 
"네, 엄마. 이렇게요?" 모든 것을 가르쳐줄 엄마가 있어, 아직은 어린 아기 고양이도
 
머지않아  한 마리의 어른 고양이로 든든히 자라날 것입니다. 유독 꼬리를 즐겨 세우는

이 아기 고양이에겐 꼬리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이렇게 개미마을 계단에서는

사람이 알지 못하는 길고양이 가족의 소소한 역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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