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위를 주된 거처로 삼고 사는 길고양이가 있는 한편,
지붕을 주 서식지로 삼고 살아가는 고양이도 있습니다.
새가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지붕이나 나뭇가지 위에서
안심하는 것처럼, 높은 곳도 비교적 자유롭게 오르내리는
길고양이 역시 지붕을 안전가옥으로 선호합니다. 다만
도미토리 같은 곳에서 2층보다 오르내리기 쉬운 1층 침대가
선호되는 것처럼, 같은 영역 중 지붕에서 살아가는 녀석들은
불편함을 감수하고 지내야 하기에, 대개 1층 고양이와의
세력다툼에서 밀린 고양이들이 지붕 위로 쫓겨가곤 합니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지붕 위에서도 길고양이의 세력 다툼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밀레니엄 지붕 고양이의 일족인 삼색 길고양이
둘이 노려보고 이빨을 드러내는 폼이, 혈투를 막 시작할 모양입니다.
둘 다 삼색이인지라 '지붕 고양이'로만 뭉뚱그려 부르자니 좀 그래서
눈이 처진 녀석은 의심이, 얼굴이 검어 표정을 종잡을 수 없는 녀석은
의뭉이로 부르고 있습니다.
막 싸움이 시작되려는 순간, 의심이가 홱 돌아섭니다.
밥 냄새를 맡은 것입니다. 갈등하는 표정이 느껴집니다.
"이봐, 싸움은 끝을 보고 가야지!" 의뭉이가 고함을 치지만
이미 마음을 굳힌 의심이는 요지부동입니다.
"'한번 지나간 밥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도 몰라?
밥은 소중하다구. 얼른 와서 줄 서는 게 좋을 거야."
싸움을 포기한 의뭉이의 표정에도 별 불만은 없습니다.
누구에게나 밥은 소중하니까요. 땅으로 내려와서 먹지 못하는
지붕 고양이들에겐 둥글게 뭉친 경단밥을 던져주면 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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