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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허름해도 고마워" 길고양이 천막집

by 야옹서가 2010. 10. 19.
사람들이 긴팔옷을 꺼내 입는 계절, 길고양이들도 겨울을 준비합니다.

겨울 털이 좀 더 촘촘하게 나기는 하지만, 부쩍 차가워진 가을바람은

털 사이로 사정없이 비집고 들어옵니다. 이런 날이면 허술한 천막집의

존재도 고맙게만 느껴집니다. 여름에는 햇빛 가리개가 되어주던

천막은, 겨울의 매서운 바람을 막아줄 테니까요. 오늘은 밀레니엄 고양이

일족인 짝짝이가 천막집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바로 옆 컨테이너 가건물의 단열재로 쓰는 스티로폼은, 길고양이에게도

한 조각 따스함을 전해줍니다. 이 위에 있는 한, 발이 시려울 일은

없습니다.  고개를 수그린 채 멀찍이 떨어져 앉아 저를 올려다보는 것으로


의심스러운 마음을 표시하던 짝짝이는 일단 경계를 풀기로 한 모양입니다.

짝짝이는 이대로 앉을까 말까, 도망갈까 말까 하다가

슬그머니
엉덩이를 내려놓고 앉아봅니다. 뭔가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짝짝이의 엉덩이를 꾹

누른 것입니다. 앞발도 곱게 모아 예의를 갖춥니다.
 

가만히 눈을 맞추는 고양이의 맑은 눈을 볼 때마다 마음이 시립니다.

밀레니엄 고양이 일가 중에 보이지 않는 녀석들이 몇몇 있습니다.

익숙한 얼굴들이 하나둘씩 사라질 때마다, 좋지 않은 일을 당한 건

아닌가 싶어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래도 '못난이'로 부르던 길고양이

하나가 거의 1년 만에 얼굴을 비친 것을 보고 희망을 가져봅니다.

잘 보이지 않는 녀석들도 어딘가에서 바람을 피하고 있겠지, 믿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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