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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 한가운데 있는 스웨덴의 고양이 보호소를 찾아가는 일은, 사실 처음부터 약간 꼬였었다.

한국에서도 초행길일 때는 주소검색 사이트에서 지도를 출력해서 나가곤 하는데, 낯선 여행지에서

생명처럼 소중하게 지니고 다녀야 할 약도를 깜빡 잊고 챙기지 않은 것이다. 가물가물한 기억에 의존해서

찾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지금 제대로 가고 있나?' 하는 불안함은 더 커졌다.

사설 보호소이고 큰 공공기관도 아니므로 고양이 보호소로 가는 표지판이 있을 리도 만무했다.

그때 "앗, 저기!" 하는 목소리가 저절로 튀어나왔다. 회색 길고양이 한 마리가 화단에 웅크리고 있었다.

아직 고양이 보호소를 발견하진 못했지만, 마침 두리번거리며 가는 도중에 길고양이를 만난 것이다.

러시안 블루 고양이인 듯한 회색 몸인데, 내가 알고 있는 러시안 블루는 대개 털이 짧고 탄탄한 근육을 지녔지만

녀석은 단모종이라기엔 털이 길었다.


스웨덴 거리에서 길고양이를 만나는 일은 흔치 않기에, 단독주택 화단에 웅크리고 있는 회색 길고양이를 봤을 때

'앗 길고양이다!' 하는 반가움 뒤로 '근데 저 녀석은 왜 저기 있는 걸까? 집을 잃어버린 집고양이인가? 

저기 있어도 될까?' 하는 걱정이 교차했다.

겨울이면 오후 3시만 되어도 어두워지기 시작할만큼 밤이 유독 긴 스웨덴에선, 겨울철 길고양이가 견뎌야 할 

추위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래서 길고양이를 발견해도 '알아서 살겠지' 하고 방치하는 따뜻한 나라와 달리

거리에 나와있는 고양이를 발견하면 족족 보호소로 데려가는 것인지도.


스웨덴에서는 길고양이 또는 이른바 도둑고양이란 말보다 일명 '노숙고양이'라고 해서, 집 없는 고양이로 간주한다.

그래서 집에서 살아야 할 고양이가 집 밖에 있으면 일상적인 상황이 아니라고 간주해서 보호소로 데려간다는

설명을 들었는데, 고양이 보호소로 가는 길이기는 하지만 혹시 근처 주택가에서 산책 나온 집고양이라면

내가 섣불리 개입해서는 안될 일이라, 일단 사람을 잘 따르는지부터 확인해보아야 할 것 같았다.

 

한데 슬쩍 다가가려 하니 고양이는 잽싸게 몸을 돌려 어디론가 휙 달아나버렸다.

몸을 낮추고 경계하던 모습이, 진짜 길고양이였나 싶다.

인간을 경계하는 눈빛은 어느 길고양이에게나 똑같이 나타나는 만국 공통의 신호 같은 것이니 말이다.

가을을 넘어 겨울로 접어드는 지금, 여름에 만났던 그 고양이는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의 길고양이, 부디 건강하기를...  
 

  1. BlogIcon Phoebe
    2010.11.06 09:55

    우리나라도 길고양이 보호소가 있으면 좋겠네요.
    길에서 고생스러운건 안봐도 뻔한일 같아요.
    스웨덴 길냥이들은 행복한셈이네요.

    • BlogIcon 야옹서가
      2010.11.06 10:3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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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기동물 보호소가 있지만 보통 시 위탁 보호소의 경우엔 10일 정도 계류했다가 입양이 안되면
      안락사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길고양이를 정말 걱정하시는 분들은 죽을 걸 빤히 알기에
      연락을 하지 않지요. 차라리 길 위에서 살아가는 게 죽는 것보다 나으니..

  2. BlogIcon Shain
    2010.11.06 10:08

    훨씬 춥기 때문에 반드시 보호소로 데려간다는 말이군요..
    혹시 너무 추운 곳이라 러시안 블루들에 비해 털이 긴걸까요..
    딴소리긴 한데 확실히 고양이 조차 북유럽 느낌이네요 ^^

    • BlogIcon 야옹서가
      2010.11.06 10:38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아,,추위 때문에 그렇다기보다는, 길고양이의 관리에 대한 관점이 조금 다른 듯하구요.
      귀찮은 존재를 처리한다기보다 보호한다는 인상이 강했어요.
      제가 보았던 고양이 보호소의 사례가 전부는 아닐 수 있기에 일반화하는 것은 무리일 지 몰라도
      일단 긍정적인 사례를 많이 소개하고 싶어요.

  3. 미첼
    2010.11.06 10:50

    겨울은 어느 나라를 불문하고 고양이들에게 힘든 계절이네요.
    특히 저 아인 몇해전 밥 챙겨주다 발길 끊은 러블 믹스 아이와 닮아서 기분이 묘해요. 그똥냥이 녀석은 잘 지내는지.. 부디 어디서건 잘 지내길 바랄뿐이예요.

  4. BlogIcon 입질의추억
    2010.11.06 10:53

    헐..표범의 피를 이어받은 용사의 눈빛과도 같네요~ 러시안블루라고 보기에도 좀 아닌거 같은데..섞인걸까요.. 잘 보고 갑니다~

  5. BlogIcon misszorro
    2010.11.06 11:01

    길고양이보호소... 절실하네요ㅠㅠ 생명을 소중히 다루고 보호해주는 스웨덴을 한국에서도 본받아야 할 것 같아요
    벌써 주말이네요~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6. 고돌칠미키
    2010.11.06 11:18

    카리스마 눈빛이 장난아니네요~~~
    그래도 우리나라 태어난게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말이 절로...나오네요.

    많은 사람들이 안타깝고 아파하는 이유...
    우리도 꼭 있어야 하지만 보호소라는 개념의 우리나라 현실은
    보호인지 수용인지...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곳임에도
    제대로 관리를 하지 못하는 실태 때문에 회의적입니다.
    언제쯤 이나라도 동물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는 그런 ... 날 이 오긴 할런지... 답답하네요

    • BlogIcon 야옹서가
      2010.11.06 19:3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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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호소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자원봉사와 입양이
      원활히 돌아가야 하는데...가장 중요한 입양이 되지 않고
      계속 유기동물이 누적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동물을 사지 않고 입양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하겠죠.

  7. BlogIcon 깊은우물
    2010.11.06 15:58

    그러네요.
    호랑이 포스가..^^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8. BlogIcon 고양사랑
    2010.11.07 12:21

    정말 카리스마가 흘러넘칩니다^^녀석~잘생겼어요(헛!여자라면?..ㅎㅎ)부디 건강하길~

★ 길고양이를 향한 따뜻한 응원 감사드려요~ 문의사항은 catstory.kr@gmail.com로 메일 주시면 확인 후 회신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