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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고양이 스밀라

느긋하게 몸단장 하는 고양이

by 야옹서가 2010. 12. 24.
집에서 일을 하기 시작한 지 어느새 1년 반이 다 되어갑니다. 가장 좋은 점은 역시

내가 원하는 시간에 스밀라와 함께 놀아줄 수 있다는 점이겠죠. 아침에 일어나서

방문을 열면, 스밀라는 베란다 문 앞에 몸을 기대고 누워있다가 사자갈기처럼 털을 날리며

저를 향해 반갑게 뛰어옵니다. 물론 뛰어와 안기거나 이런 건 없고, 그냥 무심히

다리 밑을 배회하다가 다시 베란다 창문 앞으로 돌아가는 것뿐이지만, 그래도

다른 가족들에게는 잘 안 해주는 환영의식을 저에겐 매일 아침 꼭 하는 이유가 뭘까,

궁금하면서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아침 환영의식을 마친 스밀라는 자기가 좋아하는 자리(대개 가방이나 입던 옷) 위에 누워

발라당을 하다가, 그루밍을 시작합니다. 몸단장을 하면 기분도 좋아지는지,

혀뿌리가 아플 것 같은데도 부지런히 공들여 그루밍을 합니다. 
 
빛의 속도로 그루밍을 하는 스밀라의 얼굴을 찍기란 쉽지 않지만, 분위기만

전해봅니다. 노란 햇살을 등에 받은 스밀라는 그 햇살의 온기를 사탕처럼 핥아먹는 듯

조그만 분홍색 혓바닥을 열심히 움직여 등의 털을 고릅니다. 
뭔가 고소하고 콤콤한 것을 발라놓지 않고서야, 저렇게 정성들여 그루밍을 할 수 있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아무래도 고양이에게 햇빛은 그런 맛이 나는가 봅니다.

함께 사는 고양이를 바라볼 때, 어느 것 하나 사랑스럽지 않은 모습이 없지만,

그루밍할 때의 진지하면서도 어쩐지 명랑해보이는 저 표정이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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