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골골거리는 동안, 스밀라도 속이 편치 않아 보인다. 사료를 뉴트로 초이스로 바꿨는데 몸에 맞지 않는지 며칠째 변 상태가 좋지 않더니, 급기야 오늘 아침에는 먹은 걸 그대로 토해 놨다. 헤어볼은 없고, 소화가 미처 안 된 사료 덩어리만 토한 걸 보니 사료가 안 맞는 게 확실하다. 어쩔 수 없이 예전에 먹이던 제품을 다시 주문했다. 샘플 사료라도 먹여보고 바꿀 걸. 아니, 처음 변 상태가 나빠 보일 때 원래 먹이던 걸 곧바로 구해놓을 걸….
내 판단 착오로 스밀라를 아프게 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악의 없는 실수를 했어도, 결과적으로 누군가를 다치게 했다면 돌이키기란 힘든 것이다. 실수를 깨달은 뒤에 신중함을 얻기는 하겠지만, 실수 때문에 치러야 할 값이 너무 큰 경우도 종종 있다. 우유를 소화할 능력이 없는 새끼 고양이에게 멋모르고 우유를 줬다가 설사로 죽게 만드는 사람도 있으니…. 스밀라는 불편한 뱃속과 바뀐 사료의 인과관계를 알고 있을까?
며칠 전 길고양이를 데려다 키우는 분과 이야기를 하다가 “고양이는 사람이 고의적으로 해코지를 한 게 아니라 실수인 걸 알면 용서해준다”는 말을 들었다. 그때는 그런가보다 했는데, 지금은 그 말이 그렇게 절실하게 들릴 수가 없다. 기운 없이 누워 있는 스밀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나도 모르게 “미안…” 하고 내뱉었다. 이 상황을 이해하든 이해하지 못하든, 나를 용서해주길 바랐다. 스밀라가 눈을 들어 나를 빤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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