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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제품 | 전시 | 공연

파멸, 자성, 희망의 3색 공간- ‘금단의 열매’전

by 야옹서가 2002. 3. 8.

 Mar. 08. 2002
| 현재 출간된 책 중에서 예술가들이 가장 빈번하게 작품의 모티브로 삼아온 책은 무엇일까? 아마도 성경이 아닐까. 종교적인 관점을 떠나서 보더라도, 인간의 교만과 어리석음으로 인한 파멸을 경고한 성경의 메시지는 문명의 이기에 잠식돼 가는 현대인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다.

2월 21일부터 4월 7일까지 성곡미술관 본관에서 열리는 제3회 성곡미술대상 기획공모수상작 ‘금단의 열매’전 역시 성경의 창세기를 인용했지만, 종교적 색채보다 자기성찰과 희망이 강조됐다. 김은정, 이윰이 공동기획한 이번 전시는 8명의 작가가 ‘Where are you?’, ‘지식의 나무’, ‘생명의 나무’등 3개 팀으로 나뉘어 전시장을 독립된 세 개의 공간으로 재구성했다.

파멸 위기에 놓인 인간의 자아성찰 여행
따라서 관람자는 각각의 방을 통과하면서 내면으로의 여행을 하듯 독특한 공간체험을 할 수 있다. 예컨대 첫 번째 방 ‘where are you?’에서 자신의 죄로부터 도피한 인간을 꾸짖는 하나님의 진노는 불길로 뒤덮인 좁은 길로 재현된다. 관람자는 불길이 끝난 곳에서 폐자재가 바닥에 널린 황량한 공간을 마주하는데 폐자재 너머로 너울거리는 영상 속에서는 관람자의 모습이 거울처럼 비쳐, 파멸된 세계에 실제로 온 듯한 실감을 더한다. 

또한 두 번째 방 ‘지식의 나무’에서는 그림자조차 허용하지 않는 강렬한 빛이 방안을 가득 채워 눈이 시릴 정도로 하얗게 빛나는데, 관람자는 이처럼 지식을 상징하는 빛을 온 몸으로 느끼며 그 앞에 겸허하게 고개 숙이는 마음을 배우게 된다.

앞선 두 방의 경험이 개인적인 성찰에 머물렀다면, 마지막으로 마련된 ‘생명의 나무’는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연대하며 희망을 찾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서로 대화하듯 바라보며 어둠 속에서 빛나는 9명의 얼굴 사진과, 그 앞에 놓인 서로 높이가 다른 9개의 의자는 다름을 포용하려는 인간 의지를 상징한다.

‘금단의 열매’전은 일회적인 행사에 그치는 대신 전시가 끝난 후에도 살아 움직이는 문화컨텐츠로 확장시키려는 기획자의 의지가 두드러진다. 이를 위해 북 디자이너 이나미가 전시과정을 아트북으로 제작해 출간할 예정이며, 인터넷을 통해 확장되는 전시를 목표로 홈페이지(http://byark.org)를 제작 중에 있다.

유용한 문화컨텐츠로 재생산되는 전시문화 추구
부대행사로 3월 22일∼24일 오후 2시에 성곡미술관 별관 3층 세미나실에서 열리는 세미나 역시 작가와 관람자간의 피드백을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예술과 신학, 그리고 동시대의 문화’를 주제로 열리는 세미나는 전시 참여작가 9명(22일), 유니온베이 신학대 정현경 교수(23일), 가수 조영남·문화사역공동체(CCF) 정보원(24일) 등 각계각층의 참여자가 눈길을 끈다.

입장료는 일반 2천원, 학생 1천원이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한 장의 입장권으로 3월 30일까지 성곡미술관 별관에서 열리는 설치미술가 우징의 ‘나를 보는 길’전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문의전화 02-737-7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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