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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제품 | 전시 | 공연

찬란한 금빛으로 빚어낸 비잔틴 문화의 정수

by 야옹서가 2002. 4. 19.

Apr. 19. 2002
| 경건한 신앙을 바탕으로 만개했던 비잔틴 미술의 종교적 정신을 그대로 이어받은 그리스 성화들이 국내에 소개된다. 분당 코리아디자인센터에서 6월 16일까지 열리는 ‘천상의 빛-그리스 포스트 비잔틴 성화전’에서는 화려한 금박 위에 수를 놓듯 꼼꼼하게 그려낸 성인들의 모습을 접할 수 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유치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그리스 베나키 박물관이 소장한 비잔틴 시대 이후 15∼18세기의 성화 47점이 전시된다.

예배보듯 경건함을 담아 그려낸 성화들
전시된 성화는 15세기부터 18세기 사이에 크레타와 이오니아의 섬에서 활동한 크레타 화가들의 작품으로, 그리스 비잔틴 미술의 엄격한 종교적 양식을 이어받았다는 의미에서 ‘포스트 비잔틴’ 양식으로 통칭된다.

전시된 작품들의 주제는 성모자상, 예수의 생애 등 성모와 예수의 이야기를 직접 다룬 작품을 비롯해, 성 디미트리우스와 성 게오르기우스의 모험, 세례 요한의 참수, 사도 베드로, 성 니콜라스 등 순교한 성자들의 그림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이들 작품은 종교적 일화를 신자들에게 전파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품들이 도식적 유사성을 띤다.

그 대표적인 예로 15세기 후반에 제작된 ‘온화한 동정녀’를 꼽을 수 있다. 이 작품에서 동정녀 마리아는 젊은 여인의 얼굴에 노인의 눈을 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눈의 모양은 인간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죽게 될 예수에 대한 애도를 의미한다. 그녀가 입은 붉은 색의 옷 역시 고귀함과 희생을 뜻한다.

한편 마리아의 팔에 안긴 아기 예수는 말씀을 상징하는 두루마리를 오른손에 들고 있으며, 막 벗겨져 땅에 떨어지는 한쪽 신발은 장차 다가올 고난을 예고한다. 이처럼 도상의 상징성에 의거해 엄격한 규칙에 맞춰 그려진 작품은 작가의 이름을 강조하기보다 익명성을 띠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부분의 작품이 무명화가들의 손에 의해 그려진 작품인데 반해, 16세기 스페인에서 ‘엘 그레코’로 불리며 매너리즘 화가로 명성을 떨쳤던 크레타 출신의 화가 도메니코스 테오토코풀로스(1541-1614)의 초기작 ‘그리스도의 수난’도 포함돼 이채롭다. 

16세기 매너리즘 화가 엘 그레코의 초기작도 전시돼
반달 모양의 박공에 금박을 입힌 나무액자 안에 그린 이 작품은 엘 그레코가 크레타를 떠나기 1년 전인 1566년 완성한 것으로, 애도하는 천사들에게 둘러싸인 예수의 창백한 신체에서 대가의 잠재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비록 ‘오르가즈 백작의 매장’과 같은 원숙기의 작품에 비하면 기교가 부족하지만, 엘 그레코의 성화는 비잔틴 미술의 도식적 양식을 답습했던 다른 작가들과는 확연히 다른 개성적 성향을 띤다.

본 전시의 관람료는 성인 8천원, 중고생 6천원, 초등학생 4천원이다. 포스트 비잔틴 성화전의 유관전시로 5∼15세기 경 비잔틴 생활유물 2백 여 점을 전시하는 비잔틴 유물전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자세한 문의는 02-3442-4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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