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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제품 | 전시 | 공연

자연이 빚어낸 은근하고 텁텁한 아름다움-조선목가구대전

by 야옹서가 2002. 6. 28.

 June 28. 2002
| 한중일 3국의 옛 가구를 사람에 빗댄다면 어떤 그림이 그려질까. 아마 덩치 좋은 중국가구는 육체파 배우, 정교한 문양의 일본가구는 화려한 바디페인팅으로 몸을 덮은 행위예술가 쯤 되지 않을까. 반면 한국가구는 화장기 없는 풋풋한 살결의 여인이다. 오래도록 곁에 두어도 싫증나지 않고 연륜이 묻어나는 표면,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비로소 그 참 맛을 알 수 있는 한국 옛 가구의 매력은 목재의 꾸미지 않은 아름다움에서 비롯된다.

옛 선조들의 소박한 미적 감각과 과학적인 제작법을 되새기는 ‘조선목가구대전’이 호암갤러리에서 9월 1일까지 개최된다. 국·공립·대학박물관 30여 개소 및 개인 소장작품 중 선별한 목가구 181점이 공간성격에 따라 사랑방 가구, 안방 가구, 부엌 가구, 기타 가구로 분류돼 전시된다. 또 개별전시뿐 아니라 조선조 사랑방을 그대로 재현한 공간도 선보여 옛 가구의 쓰임새를 생생하게 전달했다.

나뭇결이 자연적으로 빚어낸 다채로운 문양의 변주
이번 전시는 목가구가 지닌 목리(木理), 즉 나뭇결의 조형미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주칠, 흑칠로 표면을 덮거나 자개·화각 등으로 화려하게 꾸민 가구들은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좌식문화에 적합하도록 나지막하고 아담하게 제작된 가구들은 현대가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간소하지만, 나뭇결이 자연적으로 빚어낸 다채로운 문양의 변주는 지나칠 수 없는 은근한 아름다움이다. 

속살에 자연적으로 먹이 배여 자라나는 먹감나무의 단면을 문양으로 활용한 삼층장, 물푸레나무의 뿌리나 옹이 부분 단면을 이용한 판재의 무늬가 용이 뒤엉킨 형세를 연상시킨다는 용목장(龍木欌) 등 결이 아름다운 가구는 그 대표적 예다. 단순하고 묵직한 느낌을 선호한 선비들은 나뭇결의 무른 부분을 인두로 지지고 볏짚으로 털어내 요철을 강조하는 낙동법으로 표면처리한 가구를 곁에 뒀다.

조선 목가구의 매력은 나뭇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목재와의 결합 과정에서 파생된 면 분할의 아름다움과 과학적인 결구법도 주목할 점이다. 큰 목재를 구하기 어려운 한국 실정상 필연적이었던 판재의 면 분할은 단점이 아니라 실용적 목적과 시각적 즐거움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장점이 됐다. 예를 들어 의걸이장을 만들 때 판재는 결이 고우면서도 옷을 보관하는 데 적합한 오동나무를, 문짝의 양옆과 아래위로 이어 댄 테두리엔 배나무를 쓰는 등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뒤주에는 소나무를, 소반에는 은행나무를
뒤주를 만들 때 해충방지를 위해 소나무를 쓰고, 하루 세 번을 날라야 하는 소반에는 가볍고 질긴 은행나무를 쓰는 등 쓰임새에 따라 목재도 달라졌다. 나무의 수축·팽창에 따른 변형을 최소화하기 위해 쇠못이나 접착제를 지양하고, 깍지 끼듯 나무와 나무의 홈을 맞물리는 사개물림을 사용해 각각의 판재를 접합한 지혜도 엿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사랑방, 안방, 부엌 등 전통한옥의 공간 구성에 따라 가구를 분류해 그 차이점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했다. 그 중 선비들이 기거했던 사랑방 가구만 살펴보더라도 책을 읽는 서안, 벼루를 놓는 연상, 자잘한 물건을 수납했던 문갑, 벽에 걸어 종이를 수납했던 고비, 붓을 세워 보관하는 필가, 사방탁자, 팔걸이, 타구 등 그 종류의 다양함에 놀라게 된다.

본 전시의 관람료는 성인 4천원, 학생 2천원(월요일 휴관). 매일 오전 11시, 오후 2시, 오후 4시에 가면 도슨트의 작품설명을 들을 수 있다. 문의전화 02-771-2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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