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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제품 | 전시 | 공연

사진예술의 현재를 비추는 거울-제2회 사진영상페스티벌

by 야옹서가 2002. 7. 19.

Jul. 19. 2002
| 2002년은 한국미술계에서 사진예술의 저변이 크게 확장된 해다. 사진전문미술관을 표방하는 스페이스 사진, 대림미술관, 한미갤러리 등이 잇따라 개관했으며, 사진분야에 대해 문호가 좁았던 기존 미술관에서 주명덕, 배병우, 한정식 등 중견작가들의 개인전을 유치한 것은 그 단적인 예다.

가나아트센터와 토탈미술관에서 8월 4일까지 열리는 제2회 사진영상페스티벌 ‘오늘, 사진은’ 역시 사진부흥의 대세에 힘을 실어주는 전시다. 바네사 비크로프트, 수잔 더지스, 길버트 앤 조지, 배병우, 구본창, 로버트 실버스, 튠 혹스, 피셔 스푸너, 토니 아워슬러 등 작가 18명이 스트레이트 사진부터 디지털사진, 영상설치미술 등 다양한 방식의 근작 1백여 점을 선보인다.

1990년대 이후 현대 사진예술의 경향
제1회 사진영상페스티벌이 현대사진의 시작부터 현재까지를 폭넓게 다루느라 다소 산만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출품작을 1990년 이후 근작으로 한정하고, 참여작가 수를 작년의 반으로 줄여 현대사진의 쟁점을 부각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또한 전시작품을 개념(concept), 아우라(aura), 확장(expansion)의 세 가지 소주제로 나눠, 스트레이트 사진 뿐 아니라 현대사진 속에 담긴 개념미술적 성향, 회화·영상매체와 사진이 결합하는 혼성장르적 성향을 골고루 다뤘다.

예컨대 ‘개념’의 바네사 비크로프트는 동일한 복장으로 퍼포먼스를 하는 대중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통해 연출된 제작과정이 결과물만큼이나 중요함을 설파한다. 또다른 예로 물, 연기, 흙 등의 자연 소재가 담긴 유리그릇을 클로즈업해 마치 우주나 행성 같은 독특한 이미지로 전환시킨 수잔 더지스의 경우, 발상의 전환만으로 미시적인 풍경을 극도로 확장시킨 경우다.

개념예술적 성향과 장르 혼합 두드러져
 전시장을 둘러보면 기존 사진의 영역을 존중하면서도 이를 응용해 독특한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낸 작가들이 돋보인다. 컴퓨터로 조그만 이미지 조각을 모자이크해 피카소의 게르니카, 고호의 자화상, 엘비스와 마릴린 먼로 등 대중들에게 익숙한 도상을 패러디한 로버트 실버스, 사진 위에 그림을 덧그려 초현실적인 풍경을 만들어낸 튠 혹스의 작품은 사진이 단순한 복제의 수단이 아닌 아우라를 창출하는 수단으로 작용함을 보여준다.

특히 세 가지 소주제 중에서 ‘확장’에 속하는 작품들은 시각뿐 아니라 조명, 소리, 공간 등을 이용한 사진영상설치작업으로 눈길을 끌었다. 한 예로 피셔스푸너는 음악활동과 이미지작업을 병행하면서 장르 구분 없이 전방위에서 활동하는 현대미술가의 단면을 보여준다.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사람의 얼굴을 프로젝터로 투사해 살아 움직이는 사진조각을 만들어낸 토니 아워슬러의 작품도 흥미롭다.

전시와 함께 부대행사로 가나아트센터 아카데미 홀에서 다채로운 행사도 마련된다. 7월 20일(토) 오후 2시∼4시 특강 ‘현대사진 어떻게 만들어지나’가 열리며, 7월 26일(금) 오후 2시∼4시에는 참여작가 로버트 실버스와의 만남이 마련된다.

또한 아카데미 홀에서 매주 토·일 오후 12시∼7시 사이에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나는 사진예술’을, 야외공연장에서 매주 금·토 오후 8시 30분 ‘사진과 영화, 미술관에서의 특별한 만남’을 주제로 영화상영이 있다. 관람료 성인 4천원, 소인 2천원. 문의전화 02-720-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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