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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제품 | 전시 | 공연

놀이와 그림 감상을 하나로-‘상상 속의 놀이’전

by 야옹서가 2002. 8. 2.

Aug. 02. 2002
| 요즘 인사동에서는 미술과목 방학숙제 때문에 전시장에 온 아이들이 종종 눈에 띈다. 전시장에 다녀왔다는 ‘증빙자료’로 팜플렛을 사고, 받아쓰기하듯 전시제목과 재료를 적는 아이들의 얼굴엔 의무감만 가득하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전시가 드물고, 작품을 한번 만져볼라치면 불호령이 떨어지는 분위기도 딱딱하기 때문이다. 자녀들과 전시장을 다녀야 하는 학부모의 얼굴에도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미술교육적 측면과 놀이를 결합한 전시
여름방학을 맞은 학부모와 어린이가 다함께 즐거운 미술경험을 할 수 있는 전시를 찾는다면, 9월 1일까지 ‘상상 속의 놀이’전이 열리는 인사아트센터를 찾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번 전시는 캐릭터 천국(지하1층), 즐거운 공부방(2층), 상상 동물원(3층), 사이버 나라(5층) 등 전시공간 별로 흥미로운 주제를 다뤄 눈길을 끈다. 강영민, 노석미, 강용면, 김상숙, 양만기, 원혜원 등 참여작가 20명의 작품 50여 점 외에도, 어린이들이 그린 자연사랑 포스터(4층)를 감상할 수 있다. 

본 전시는 교육과 놀이를 결합한 에듀테인먼트적 요소를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섣불리 만질 수 없는 작품이 대부분이었던 전시관행을 깨고, 보고 듣고 만지며 감상하는 체험 위주의 작품들을 대거 설치했다. 전시를 관람하는 아이들은 미술관에서 일상적 사물들이 재해석되는 과정을 놀이처럼 받아들이면서 잠재된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유도했다.

예컨대 ‘사이버 나라’에 출품한 양만기는 3차원적 형상으로 보이지만 만질 수 없는 홀로그램 작품과 함께, 첼로 현에 온도감지장치를 달아 손이 닿으면 동물·곤충 울음소리, 클래식 음악 등이 흘러나오게끔 한 작품으로 과학과 예술의 접점을 실험했다. 만지면 우레 같은 소리와 함께 영상이 작동되는 말 조각(‘상상 동물원’, 양승수), 글씨를 쓰고 말리면 10분 뒤에 글씨가 마술처럼 사라지는 펜(‘즐거운 공부방’, 최소연)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이다.

회화, 조각, 설치미술, 만화캐릭터까지 다양한 작품 선별해
미국·일본의 만화캐릭터에 길들여진 어린이들에게는 지하1층의 ‘캐릭터 천국’ 전시장도 신선한 자극이 될 듯하다. 참가작가 중 강영민은 평범한 사람들을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한 이불맨, 불씨니, 찌찌티, 나대로씨 등 기상천외한 캐릭터로 눈길을 끌었다. 또한 노석미의 핸드메이드 인형은 투박하지만 옷차림과 얼굴표정이 하나하나 달라, 대량생산된 캐릭터 제품과는 확연히 다른 수공예의 매력을 전해준다.

본 전시의 부대행사로 작가 김미경과 아이들이 문구로 변신해 인사동을 누비는 퍼포먼스가 8월 8일, 15일 두 차례에 걸쳐 열린다(참가비 1만원). 작가가 만든 동물을 감상하고, 동물전문가의 강좌를 들으며 각자 동물을 만들어보는 ‘상상의 동물친구 만들기’(7월30일∼8월 27일 매주 화요일, 참가비 2만5천원) 시간도 마련된다.

전시 관람료는 성인 3천원, 어린이 1천5백원. 자세한 문의는 02-73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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