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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제품 | 전시 | 공연

무한질주하는 만화적 상상력-환타지전

by 야옹서가 2002. 8. 2.

 Aug. 02. 2002
| 만화라면 조그만 사각 틀에 들어가는 형식만을 떠올리는 사람들에게 자극제가 될 전시가 열린다. 8월 6일까지 관훈동 갤러리 창에서 열리는 ‘젊은 만화의 힘, 무한상상의 자유-환타지’전이 그것이다. 독특한 작품세계로 주목받아온 권신아, 이애림, 이향우, 최인선, 이태영, 아이완(iwan) 등 젊은 여성작가 6명이 환타지를 주제로 6인 6색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흔히 만화전시는 원화 중심의 평면적 전시가 되기 쉽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원화뿐만 아니라 인형오브제, 대형 디지털프린트, 플래시 애니메이션, 아트포스터 등 다양한 형식을 선보였다. 만화적 상상력의 힘을 빌어 평면과 입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작가들의 행로를 따라가는 경험이 흥미롭다.



이중 눈에 띄는 것은 이향우, 권신아, 이태영 등 인형오브제를 도입한 작가들이다. 언뜻 보기에 외도로 보이는 인형 작업은 그들의 작업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평면작업에서 펼쳤던 상상력의 힘은 3차원의 옷을 입고 보다 생생하게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이 인형들은 만화 속에 양념처럼 등장하는 소재가 되거나, 인형만으로 독립적인 작품으로서 기능한다.

 그 대표적 예가 일러스트레이션과 수제 인형을 병치시킨 권신아의 작품 ‘폐쇄공간의 복제’다. 무표정한 듯 하면서도 애조를 띤 인물이 등장하는 그의 일러스트레이션을 꼼꼼히 뜯어보면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다양한 인형들이 그려져 있는데, 권신아는 이번 전시를 위해 그림에 묘사된 인형들의 실제 모습을 공개했다. 마치 입회 자화상처럼 그림 한 구석에서 관람자를 지켜보는 인형들은 작가 자신의 또 다른 분신이다.

또한 일상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려온 이향우는 소주병에 갖힌 그로테스크한 인형 ‘알콜 환타지’, 손에 잡은 물체의 모습대로 털가죽이 바뀌는 변신고양이 아르센 등 독특한 수제 인형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두 편의 4컷 만화 역시 독특한 발상과 명쾌한 기승전결로 짧은 만화의 묘미를 살렸다. 소중한 사람을 묻은 자리에 나무가 자라 그의 머리가 열매로 맺힌다거나, 사람처럼 수다떠는 머리카락들에 신경을 곤두세우다 결국 삭발해버리고선 씩 웃는 캐릭터는 이향우식 환타지의 전형을 보여준다.

만화에 대한 편견을 깨는 다채로운 시도
이밖에도 만화를 걸개그림처럼 크게 프린트해 벽에 걸거나 우물처럼 생긴 통 안에 웅크린 아이 모습을 그려 넣는 등 설치미술을 도입하며 초현실적인 상상력을 보여준 최인선,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SF만화에 도전한 이태영, 강렬하고 도발적인 흑백작업을 즐기는 《Short Story》의 작가 이애림, 인간내면의 세계를 치밀하게 묘사한 신예작가 아이완 등 의욕 넘치는 신세대 작가들의 작품 경향을 일별할 수 있다.

만화기획자 김성진씨는 “‘만화는 질이 한 차원 낮은 문화’라는 대중적 편견을 없애기 위해 순수미술공간에서 다양한 형태의 만화를 접할 수 있는 전시를 기획했다”고 밝히고, “8월 1일 첫 온라인 전시를 여는 만화사이트 ‘만화랑’을 젊은 작가들의 소통공간으로 만들고, 차후 이번 전시와 유사한 만화전을 연례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본 전시의 관람료는 무료이며, 8월 1일부터 만화사이트 ‘만화랑’을 통해 온라인으로도 감상할 수 있다. 문의전화 02-736-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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