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 13. 2002 | 인체의 특정 부분을 본떠 만든 초콜릿, 두 사람이 앉아야만 평행을 유지하는 시소 벤치, 아코디언처럼 생긴 몸체를 잡아당기면 쭉쭉 늘어나는 종이 의자, 옷처럼 입을 수 있는 음식과 컴퓨터…기발함을 넘어 다소 엉뚱하기까지 한 이 제품들은 9월 29일까지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몸에서 우주까지-유럽인의 새로운 선택’전의 출품작 중 일부다.
이번 전시는 지난 5월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개최된 ‘European Way(s) of Life’전에 출품된 400여 개의 프로젝트 중에서 선별한 것으로 영국,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에스토니아, 슬로베니아 등 유럽 11개국의 디자인 프로젝트 50여 가지를 소개했다.
유럽공동체의 다양한 문화 반영해
‘또 다른 나의 몸’, ‘아름다운 나의 집’, ‘소통하고 이동하기’등 의식주와 관련된 3가지 소주제로 나뉜 전시는 가구디자인, 제품디자인, 실내디자인, 건축, 인터랙티브 디자인, 디자인 교육 등 다양한 영역을 포괄했다. 출품작가의 대다수가 디자인 전공 대학생과 젊은 디자이너들이라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제품도 있지만, 그만큼 현실적 제약을 초월한 생생한 아이디어가 번득인다.
특히 의자를 주제로 한 베를린 예술대학 학생들의 공동프로젝트는 제품의 기능적 측면 외에 ‘누군가와 함께 앉는다’는 상황을 부각시켜 의자를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로까지 이끌어낸 시각이 돋보였다. 예컨대 ‘시소 벤치’는 평범한 벤치의 외관에 시소의 구조를 결합시킨 것이다. 이 벤치는 두 사람이 서로의 몸무게를 공평하게 부려야만 앉을 수 있다. 단순한 휴식공간이었던 벤치가 낯선 두 사람을 연결할 때, 삭막한 도시의 거리는 대화와 놀이의 공간으로 바뀐다. 한편 하나의 의자를 잡아당기면 앉을 수 있는 면적이 늘어나는 ‘둘이서 하나-일인용 의자에서 이인용 의자로’ 연작도 눈길을 끌었다.
인간의 오감을 자극하는 디자인
이밖에도 디자인작업에서 중시되는 기능성과 미적 가치뿐 아니라 잊혀져 가는 몸의 느낌, 함께 나누는 삶의 소중함 등 무형의 가치를 다룬 작품이 주를 이뤘다. 태양열을 이용하고 유리 벽체로 만들어 햇빛을 쬘 수 있는 고층아파트, 파티션 대용으로 쓸 수 있는 칸막이 조명, 대화가 단절된 식탁을 화기애애하게 만드는, 식사와 놀이를 결합시킨 식기 등은 그 대표적 예다.
전시진행을 맡은 김난령 기획위원은 전시서문에서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용어는, 사회 속에 살아가는 나와 너, 그리고 그 속에서 관계하는 모든 물리적, 정서적 커뮤니케이션을 의미하는 인간 삶에 대한 태초의 진의를 담고 있다”고 밝히면서 “전시 제목 속에서 유럽 공동체가 가진 정체성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 전시의 관람료는 성인 2천원, 초·중·고생 1천원. 문의전화 02-580-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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