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 04. 2002 | 극단적인 수직성만 강조된 사무빌딩, 다닥다닥 줄지어 선 아파트촌, 천편일률적인 적벽돌 마감의 다세대주택. 게다가 울긋불긋 간판으로 도배한 상업건물에 이르기까지, 도심 건축환경의 비인간적 측면을 열거하자면 한이 없을지도 모른다. 전원주택이 대안으로 제시되기는 하지만, 여러 가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문제가 남는다.
전원을 벗삼아 살아가면서도 문화혜택으로부터 소외되지 않고,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과 이웃하며 살아가는 마을-이상향으로만 남을듯했던 이런 청사진을 현실로 이끌어내기 위한 작업이 경기 파주시 탄현면 통일동산 내에서 한참 진행중이다. 생태공동체·문화공동체를 표방하며 2007년 입주를 목표로 조성중인 ‘헤이리 아트밸리’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생태공동체·예술공동체로 조성되는 헤이리 아트밸리
10월 27일까지 성곡미술관 본관 제1∼3전시실에서 열리는 ‘헤이리:마이크로폴리스’전에서는 김준성, 김헌, 민선주, 우경국, 이일훈, 이종호, 최두남, 최승원, 최욱, 토마스한, 헬렌박 등 중견건축가 31명이 설계한 건축모형 41점이 선보인다. 흔히 건축가의 이름 아래 독립된 오브제로서 평가돼왔던 건축물이 문화공동체 조성이란 목표 아래 ‘따로 또 같이’모인 프로젝트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제1전시실에 배치된 대지모형(200분의 1 축척)에서 알 수 있듯, 헤이리 아트밸리는 완만한 구릉의 곡선미가 살아있는 원 지형의 느낌을 그대로 보존했다. 파주 전통농요 ‘헤이리 소리’에서 유래한 마을 이름처럼, 구불구불 넘어가는 노랫가락을 연상시키는 마을 풍경은 도심의 건축환경에서 찾아보기 힘든 곡선의 미학을 상기시킨다. 15만여 평에 달하는 대지 한가운데 4천여 평의 늪지공원을 마련해 생활공간과 자연공간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점도 장점이다.
‘박물관과 갤러리의 도시’로 시너지 효과 노려
생태중심의 건축문화와 더불어, ‘박물관과 갤러리의 도시’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만큼 문화예술공간이 집약됐다는 점은 헤이리 아트밸리의 또다른 특화점이다. 이는 350여 명에 달하는 ‘헤이리 회원’들이 대부분 문화예술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헤이리 곳곳에 들어서게 될 1백여 개의 갤러리, 영화종합촬영소를 비롯해 책의 공원, 세계민속악기박물관, 건축박물관, 초상화박물관, 완구박물관, 딸기 테마파크, 종 박물관, 나비박물관, 찻주전자 박물관, 잡지박물관, 영화박물관 등 개성 있는 건축물들이 모이면서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계획도시가 효율성의 논리에 따라 세워지는 것과 달리, 헤이리 아트밸리는 기존 건축환경에 대한 경종으로써 자연친화적인 예술공동체를 구축하기 위한 의미 있는 공간실험이다. 건축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2002올해의 작가 승효상’전과 더불어 한번쯤 들러봐야 할 전시다.
본 전시의 입장료는 성인 2천원, 학생 1천원. 문의전화 02-737-7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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