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 17. 2003 | 9월28일까지 세종로 일민미술관에서는 한국 팝아트의 선도주자로 주목받는 이동기(36)의 ‘CRash’전을 개최한다. 통산 여덟 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 이동기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아토마우스 그림을 집약한 아토마우스 랜드(1층)와 초기작부터 근작까지 만화 형식을 차용한 퍼블릭 다큐멘터리(2층) 등 두 섹션으로 나눠 작품을 소개했다.
아톰 머리에 미키마우스의 코와 눈을 쏙 빼 닮은 아토마우스는 외모만 보면 ‘미키마우스의 여자친구와 아톰이 불륜으로 낳은 자식인가’ 생각될 만큼 두 캐릭터의 특징을 골고루 담았다. 아톰 역시 기획 당시에는 독창적인 캐릭터라기보다 미키마우스 캐릭터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는데, 오사무 자신도 “머리에 두 개의 뿔(실은 삐친 머리카락)을 단 아톰 머리는, 까맣고 둥근 한 쌍의 귀를 가진 미키마우스 머리에서 착안한 것”이라고 고백한 바 있다. 아톰이 팬츠만 입는 것도, 이 빠진 검은 타원처럼 흰자가 없는 맹한 눈동자도, 흑백영화 시절의 초기 미키마우스를 닮았다. 그럼 미키마우스와 아톰을 합쳐놓은 아토마우스란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닐까? 미국문화와 일본문화를 상징하는 캐릭터간의 이종교배인 아토마우스에서는 국적불명의 혼성문화에 탐닉하는 동시대인들의 그림자를 찾아볼 수 있다.
아톰+미키마우스 = 아토마우스
이동기의 창작의도를 짐작케 하는 이번 전시의 백미는 1층에 마련된 아토마우스 월드다. 전시장을 가득 메운 아토마우스 그림에는 어린 시절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일본의 로봇 아니메에 열광하고, 고교시절 록밴드를 조직했고, 학창시절엔 ‘가장 미국적인 예술’ 팝아트에 경도된 작가 자신의 자화상이 담겼다. 일본의 로봇만화영화의 오마주 같은 ‘거리의 결투’(2002), 현란한 조명과 음악 속에 기타를 들고 훌쩍 뛰어오르는 ‘록밴드’(2001) 등 일련의 작품에서 아토마우스의 활약상을 보자. 아토마우스의 머리와 금빛 찬란한 반가사유상의 몸이 결합된 ‘생각하는 아토마우스’(2003)처럼, 몸은 한국사람이되 사고방식은 다국적 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 일찌감치 만화의 통속성과 강한 이미지의 전파력에 주목했던 이동기는 1990년대 초반부터 한국적 팝아트를 모색해왔고, 아토마우스는 그 결정체인 셈이다.
국적 불명의 혼성문화 풍자하는 혼합캐릭터
한편 2층 전시장에서는 아토마우스의 초기 버전과 함께 기성 만화가들의 그림 일부분을 크게 확대해 몰개성적인 회화의 측면을 강조한 또 다른 형식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비행기 추락사건, 신출귀몰 도피생활을 했던 신창원 등 뉴스 속 사건사고부터 발모제 광고, 잡지 표지, 방송프로그램 편성표 등 일상 속 이미지를 예술로 변환시키는 그의 작품은 한국에서 팝아트의 변주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를 보여준다. 예컨대 탈주범 신창원의 얼굴을 앤디 워홀의 마릴린 먼로 초상처럼 확대한 그림은, 일개 도둑이 매스컴의 보도를 거치면서 기괴한 현대의 우상이 되는 현실을 풍자하고 있다.
본 전시의 관람료는 1천원이며, 관람시간은 오전 11시∼오후9시다. (월요일 휴관, 일요일 오후 7시까지) 문의전화 02-2020-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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