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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가족, 사랑스런 박치기 한 판 청명한 겨울하늘 아래 지붕길이 한없이 펼쳐집니다. 사람은 가지 못하고 오로지 동물들만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전용 도로입니다. 이 길 위에서 까치도 참새도 쉬다 가지만, 아무래도 지붕길을 가장 마음 편히 여기는 이들은 길고양이입니다. 아무도 가로막지 않는 길 지붕길 위로, 담양이와 일호가 뚜벅뚜벅 걸음을 옮깁니다. 잰걸음으로 앞서 가던 담양이가 일호의 느린 속도에 답답했는지, 돌연 발길을 돌려 일호 쪽으로 뚜벅뚜벅 걸어갑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서 가는 담양이는 종종걸음으로 걷는데, 일호는 지붕 위에서 이리저리 눈을 굴리며 발밑 세상을 구경하기 바빴거든요. 지붕 위에 있을 때만큼은 이 세상의 고양이의 것 같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릅니다. “아, 왜 이리 늦어? 얼른 따라오라고.” 잠시 저와 눈을 마주치며.. 2011. 12. 26.
숲고양이가 만난 도심 숲 길고양이 누군가 내 이름을 어떻게 불러주는가에 따라 내 삶의 방향이 바뀌기도 합니다. 길고양이가 사는 도심 숲을 찾아가 한참을 말없이 지켜보고 돌아오던 무렵 제가 즐겨 쓴 닉네임은 ‘숲고양이’였습니다. 2002년 여름, 처음으로 행운의 삼색 고양이를 만나 사진을 찍은 것도 숲처럼 조성된 도심 숲에서였고, 2005년쯤 다음넷 블로그를 만들 무렵엔 블로그 주소에도 forestcat이라는 단어를 넣을 만큼 그 단어를 좋아했지요. ‘숲고양이님’ 하고 불릴 때면, 저도 한 마리 고양이가 된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블로그에서 실명을 그대로 쓰기 시작하면서 이제 거의 쓰지 않게 된 닉네임이지만, 아직도 어딘가에서 숲고양이님 하고 부르면 내게 하는 얘긴가 착각할 때가 있습니다. 고양이 품종 중에는 ‘노르웨이 숲고양이’라는 품종.. 2011. 12. 20.
바위산을 타는 길고양이 단풍이 아직 지기 전의 바위산 사이로 꼬물꼬물 움직이는 동물이 보여 눈길을 돌리니 노랑점박이 고양이가 열심히 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완만한 경사의 바위산이라 고양이걸음으로도 총총 오를 수 있습니다. 혹시나 등산을 하던 사람이 실족사고를 당할까 우려해서 보호철책을 세워놓았지만, 길고양이의 길은 안전한 철책 안쪽이 아닙니다. 사람 눈으로 보기에는 위태위태해보이는 바윗길이지만, 이곳을 걸으면 사람에게 쫓길 일은 없으니 훨씬 안심입니다. 경사는 완만하다고 해도 제법 높이가 높아, 자칫해서 발이 미끄러지면 어쩌나 싶기도 한데, 고양이 발걸음에 워낙 여유가 있어 큰 걱정이 되지는 않을 정도입니다. 가끔은 이렇게 고양이가 사는 풍경을 멀리서 한눈에 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너무 가까이 가서는 보지 못하는 모습들이.. 2011. 12. 19.
사다리도 잘 오르는 똘똘한 길고양이 철제 사다리 난간 위로 길고양이 한 마리가 조심조심 올라갑니다. 폭이 좁고 경사가 가팔라서 작은 길고양이 발로도 오르기에는 쉽지 않을 듯한데, 한 다리씩 올려가며 조금씩 위로 이동합니다. 드디어 마지막 칸, 인기척이 나서 힐끔 돌아보는 길고양이 얼굴에 '들켰다;' 하는 표정이 언뜻 비칩니다. 잠시 고민하던 길고양이, 삼색 얼룩무늬가 선명한 뒷다리에 힘을 줍니다. 사다리 길은 끊겼지만, 위를 향해 올라가기로 결심한 모양입니다. 평지라면 이만한 높이야 뛰어올라도 무서울 것 없지만, 잘못 발을 헛디디면 사다리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상황. '응차' 기합을 넣으며 폴짝 뛰어올라 무사히 난관을 넘어간 고양이는 담벼락에 난 고양이길을 따라 안전하게 발걸음을 옮깁니다. 조바심내며 뒤에서 바라만 보고 있던 구경꾼도 .. 2011. 12. 16.
길고양이 발가락, 까만 골무 하나  언뜻 보기엔 비슷해보여도 하나하나 개성적인 고양이의 털옷 무늬에 새삼 놀라게 되는 건 하루이틀 일이 아니지만, 아주 작은 얼룩무늬 하나가 웃음을 불러울 때가 있습니다. 콧털 자리나 애교점 자리에 묻은 얼룩도 그렇지만, 이렇게 발가락 하나에 딱 한 방울 검은 얼룩이 묻어있을 때입니다. 오른쪽 앞발에는 완장을 차고, 왼쪽 앞발에는 까만 골무를 낀 것처럼 발가락 하나가 까맣습니다. 뒷발은 가지런히 모아 나란히 누이고 앞발은 식빵 굽다 만 자세로 살포시 들어 딴청을 부리는 고양이에게, 가볍게 건네는 눈인사로 인사를 보냅니다. 2011. 12. 15.
암벽 타는 길고양이, 거침없는 등반 실력 배를 드러낸 채 뒹굴뒹굴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길고양이와 눈이 마주칩니다. 녀석은 땅에 등을 붙인 자세로 눈동자를 굴리며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몸을 일으켜 바로 앞 암벽 위로 폴짝 뛰어오릅니다. 그저 달아날 의도였다면 아랫길로 가면 그만인데, 굳이 암벽 쪽으로 올라선 걸 보면 저 인간에게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마음인 것도 같고, 궁금증이 앞섭니다. 인간이 따라올 수 없는 길이라는 것을 경험으로 아는 길고양이는 달아나면서도 여유가 넘칩니다. 턱을 시원하게 긁기 좋은 나뭇가지를 발견하고는 그새 턱을 치켜들어 봅니다. 가지가 가늘면서도 탄력이 있어, 부비적 부비적 턱 긁개로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먼 하늘을 그윽하게 바라보는 고양이의 눈동자에 폭 빠져듭니다. 다른 고양이의 모습도 사랑스럽지만, 턱 밑을.. 2011. 1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