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 성곽길에서 만난 길고양이 인왕산 성곽길을 오르는 중에, 저멀리서 희끗한 털뭉치가 보입니다. 뾰족한 두 귀, 쫑긋한 꼬리, 길고양이 한 마리가 낙엽으로 물든 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산을 오르느라 두 손이 비어있어야 편할 듯해서 카메라는 배낭에 넣어둔 상태인데, 설마 여기서 고양이를 만날까 싶은 곳에서 길고양이를 만났네요. 짐에 엉켜 잘 나오지 않는 카메라를 꺼내고, 거추장스런 배낭은 계단에 두고 고양이 뒤를 따라가 봅니다. "응? 넌 누구냐옹?" 인기척에 놀란 고양이도 저를 돌아봅니다. 아직 앳된 얼굴의 청소년 길고양이입니다. 아기 티를 벗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하네요. 엄마는 어디 가고 혼자 산을 오르는지... 사람도 오르기 힘든 잔가지 쌓인 길을, 짧은 다리로 낑낑 기어올라갑니다. 그러면서도 혹시 뒤따라오는지 불안한 마음에 .. 2011. 11. 14. 한쪽 스타킹 잃어버린 길고양이 고양이를 보고 있으면, 어쩌면 고양이마다 저렇게 무늬가 다르고 성격이 다를까 새삼 신기해지는 때가 있습니다. 부산 용궁사에 들렀다가 나오는 길에 만난 검은 턱시도 고양이도 그랬습니다. v자형 앞가슴털이 마치 턱시도 사이로 비치는 흰 와이셔츠 같아서 흔히 턱시도로 불리는 길고양이인데, 이 녀석은 독특하게도 한쪽 다리 스타킹을 잃어버린 것처럼 흰 다리를 하고 있습니다. 만약 턱시도 길고양이라면 짝짝이 바지를 입은 것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바지 통이 좁아서 스타킹이라는 느낌이 더 걸맞습니다. 방향을 바꿔 주차장 쪽으로 걸어가며 반대쪽 다리를 슬며시 보여주는 턱시도 모습입니다. 무심한 듯 걷고 있지만 이쪽을 신경쓰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달아나기 전 한 번 더 이쪽의 동향을 살피는 길고양이의 마음... 2011. 11. 4. 길고양이 점박이, 빛나는 후광 꾸벅꾸벅 졸고 있던 길고양이 점박이. 나른한 가을저녁 햇살은 고양이의 눈꺼풀을 무겁게 만듭니다. 앞으로 돌아가보니, 실은 졸지 않았다는 듯 한쪽 손을 불끈 쥐어보입니다. 명상을 하고 있었을 뿐이라고 항변하는 듯합니다. 당당한 점박이의 얼굴 뒤로 후광이 비칩니다. 지붕 너머 저편으로 지는 햇살은 점박이의 얼굴에 자신감을 더해주는 또 다른 특수효과가 됩니다. 그 당당함이, 작은 고양이의 키도 훌쩍 커보이게 만듭니다. 길고양이와 나와 단둘이서 가만히 눈맞춤하는 시간은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 평안한 시간. 지루한 것은 견디지 못하는 길고양이 쪽에서 먼저 눈맞춤을 풀고 다른 곳으로 옮겨가겠지만, 눈싸움 아닌 고요한 눈맞춤의 시간은 서로가 서로의 마음길로 가 닿는 시간으로 남습니다. 2011. 11. 2. 사람과 눈맞추려 발돋움하는 보호소 고양이 스톡홀름 '고양이의 집'에 살고 있는 임시보호 고양이들. 바깥이 보이는 대형 케이지에 살고 있지만 사람이 그리운 것은 어쩔 수 없는 듯합니다. 방문객이 드나들 때마다 고개를 빼고 반기는 것만으로는 모자라, 사람과 눈높이를 맞추려 몸을 곧추세웁니다. 좁다란 의자 팔걸이에 두 발을 조심스레 얹고, 발돋움을 해봅니다. 아슬아슬한 몸짓에 조바심이 묻어납니다. 누군가와 눈을 맞추어 마음이 통하고, 그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새로운 집으로 입양갈 수 있다는 것을 노랑둥이도 본능적으로 아는 듯합니다. 산책 시간이 되어 케이지 밖에 나와 있는 친구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노랑둥이 고양이. 자기도 언젠가는 저 밖으로 나가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친구가 부럽습니다. 하나는 안에서, 하나는 밖에서. 그렇게 누군가를.. 2011. 10. 31. 거침없이 담벼락 점프, 사람을 반기는 길고양이 발라당 애교로 저를 맞이해주던 길고양이, 오늘은 담벼락 저 아래서 저를 발견하더니 애옹애옹 울며 뛰어옵니다. 그냥 인사만 하고 지나칠 줄 알았더니 뜻밖의 행동을 보입니다. 담벼락 계단 위를 겅중겅중 뛰어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는 담벼락 맨 윗단에 오르기 전, 입술을 부비며 그윽한 눈길을 보냅니다. 고양이의 친근함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동네의 누군가가, 이 고양이에게 사람의 친절함을 가르쳐 주었을 테니까요. 2011. 10. 28. 카오스 대장 길고양이, 흥겨운 부비부비 카오스 대장이 스크래처로 쓰고 있는 나무토막 위에 올라 킁킁 냄새를 맡습니다. 자기 냄새가 안전하게 배어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살며시 뒤통수를 갖다대어 봅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부비부비의 시간이 시작됩니다. 오른쪽으로 비비고~ 왼쪽으로 비비고~ 열심히 턱밑을 부벼댑니다. 고양이가 부비부비를 하는 이유는 입 근처에 냄새 분비선이 있어서 자기 냄새를 뭍혀서 자기 소유를 표시하는 것이라고 하네요. 그 동작이 너무 열렬한 까닭에 사람이 보기에는 좀 당혹스러운 행동이지만, 부비부비를 할 때의 고양이 표정은 너무 시원하고 즐거워보여 차마 말릴 수 없습니다. 급기야 보이지않는 뒤통수까지 기둥에 문질문질하는 것을 보면...뭔가 단순히 자기 냄새를 뭍히려는 것보다 가려운 곳을 대신 긁는 용도도 있지 않을까 .. 2011. 10. 27. 이전 1 ··· 11 12 13 14 15 16 17 ··· 10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