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놀잇감 앞에선 애어른 없다 고등어가 갖고 놀던 전선코드에 갈순 아저씨의 예리한 눈이 꽂힙니다. 통통하고 길쭉한 게 꽤 탐나 보입니다. 이미 자기 거라고 방심했던 고등어가 뒤늦게 다가가보지만 늦었습니다. 아니, 게다가 갈순아저씨는 고등어의 장난감에 침까지 묻히는 게 아닙니까. 이미 고등어가 다 침발라놓은 건데... 갈순아저씨 곁에 껌딱지가 되어 붙어앉아보지만, 아저씨는 모른척 딴청만 부릴 뿐 왼손에 꼭 쥐고 도무지 내놓을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미련이 남아 아저씨의 손을 가만히 보는 고등어의 눈총이 따가운지 외면하는 아저씨 표정이 귀엽습니다. 토라진 고등어가 돌아누워도, 꿋꿋한 갈순아저씨. 그래도 곧 놀잇감을 양보해 주겠지요? 놀잇감에 대한 관심은 오래 가지 않으니까요. 2011. 11. 29. 하수구에 몸을 숨긴 길고양이 오래간만에 길고양이를 만나러 마실을 갑니다. 낙엽이 진 계곡에도 길고양이의 흔적이 있습니다. 폴짝폴짝, 등산이라도 하듯 열심히 산을 오르는 모습이, 뭔가 바쁜 볼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걸음을 재촉합니다. 흰색 털에 노란 점박이무늬라서 어두운 계곡에서 금세 눈에 띄는 길고양이입니다. 아마도 목이 말랐던지, 굳이 물이 흘러내려가는 하수구 쪽으로 슬금슬금 다가옵니다. 고인 물 쪽으로 머리를 가까이하고 다가가 냄새를 킁킁 맡습니다. 하수가 흘러내리는 통로로 얼굴을 쑥 내밀고 갸웃해봅니다. 윗집 사람들이 쓰고 버린 생활하수가 흘러나가는 통로이지만, 길고양이에게는 시냇물이 흘러내리는 신기한 터널처럼 보이는 듯합니다. 하수 통로 안에 자리를 잡고 앉아 낮잠에 빠져듭니다. 고양이는 물을 싫어하는데 뜻밖입니다. 털이 젖어.. 2011. 11. 28. 놀잇감 본 길고양이 반응, 개성따라 달라요 바닥에 뒹굴던 전선 코드를 발견한 길고양이, 표정이 달라집니다. 장난감으로 딱이다 싶었던지 두 손에 그러모아봅니다. 집고양이는 사람이 주는 놀잇감을 갖고 놀지만, 길고양이는 자연에서 발견한 물건을 스스로 놀잇감으로 만들어 갖고 논답니다. 같은 놀잇감을 보아도 고양이마다 반응이 조금씩 다른 것이 재미있습니다. 점박이는 휙휙 앞발을 휘두르지만, 몸을 일으키지는 않고 귀차니스트의 자세를 유지합니다. 앞발만 쭉 내밀어 놀잇감을 움켜쥔 모습이, 향을 피우며 제단에 기도를 올리는 듯하네요. 바닥에 남은 흰색 무늬 때문에 더 그렇게 보이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똑같은 청소년 고양이이지만, 고등어의 반응은 또 다릅니다. 이것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하고 갸웃하는 분위기이다가... "에잇! 먹는 게 남는 거다" 하고 물.. 2011. 11. 25. 마릴린 먼로 닮은 애교점 길고양이 12월 특집기사를 취재하러 다니던 길에, 눈앞에서 뭔가 황급히 툭 뛰어내리는 그림자와 마주칩니다. 젖소무늬 길고양이가 인기척을 느끼고 주차된 차 밑으로 다급히 도망가는 모습입니다. 반가운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 봅니다. 자동차 밑에 공처럼 도사리고 있는 녀석. 겁이 많은가 봅니다. 앗, 그런데 차 밑에는 두 마리 고양이가 숨어있습니다. 아까 달아났던 젖소무늬 고양이와, 어둠 속의 또 한 녀석이군요. 젖소무늬 고양이는 입술 옆에 마릴린 먼로의 애교점까지 붙이고 있었습니다. 오대오 가르마도 아니고, 감각 있게 옆으로 비스듬히 탄 가르마에 독특한 매력이 있는 길고양이입니다. 아까 자동차 밑에 있던 녀석은 뭐하고 있나 봤더니, 이렇게 공을 만들어 가만히 관망하고 있네요. 친구 길고양이에게 관심이 쏠리는 틈을 타서.. 2011. 11. 23. '은행나무 절' 용문사에서 만난 길고양이 이사 전후로 바쁜 와중에도 매달 어김없이 잡지 마감은 돌아옵니다. 일부러 시간 내어 길고양이를 만나러 다니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일하는 중에 오며가며 우연히 만나는 길고양이의 모습이 더욱 반가워지는 때입니다. 먼 길 떠날 때의 고단함을 사라지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이기도 합니다. 용문사에 들렀다가 만난 길고양이 한 마리도 그랬습니다. 아마 기와불사 하느라 쌓아놓은 기와인 듯한데 저와 눈이 마주치자 기와 더미 위로 훌쩍 뛰어 올라갑니다. 한 발짝 더 뛰어올라 오도카니 선 길고양이입니다. 인기척은 신경이 쓰이는지 잽싸게 언덕으로 올라가버립니다. 휴대형 소형카메라로는 희미하게밖에 담을 수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고양이 삼색털이 좋은 보호색이 되어주네요. 용문사는 수령이 천 년이 넘는 은행나무로 .. 2011. 11. 17. 길고양이 블로거를 보는 길고양이 표정 "애쓴다" 이삿짐을 풀다 보니 '정말 치마가 한 장도 없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원래도 치마가 거추장스러워 교복 이후로는 잘 입지 않았지만, 길고양이를 만나러 다니면서부터는 더더욱 치마를 입지 않게 됐습니다. 길을 가다가도 길고양이를 만나기만 하면, 걸핏하면 땅바닥에 주저앉거나 눕거나 하면서 사진을 찍으니 치마란 역시 불편하지요. 이 날도 차 밑으로 기어들어가 숨는 길고양이를 찍는데, 거울처럼 반사된 차 표면에 사진 찍는 제 모습이 찍혔습니다. 사진 찍을 때는 고양이에만 관심을 쏟느라 표면에 반사된 제 모습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집에 와서 사진을 옮기면서 보니 저렇게 하고 있네요. 저조차도 평소 길고양이 사진을 찍을 때 어떤 자세인지 볼 수 없는데, 이걸 보니 재미있기도 하고 해서 올려봅니다. .. 2011. 11. 16. 이전 1 ··· 10 11 12 13 14 15 16 ··· 10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