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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블랙 길고양이의 '반전 애교' 돌담벽 위로 까만 털뭉치 하나가 보입니다. 뾰족한 두 개의 뿔 모양으로 보아 고양이가 틀림없다 싶지만 거리가 멀어 확신할 수는 없으니 조심스레 다가가 봅니다. 한가로이 햇볕을 쬐고 있는 고양이가 맞았네요. 꼼짝않고 이쪽을 가만히 보기만 하고 있습니다. "캬앙~" 하고 입을 크게 벌려 위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품하는 거랍니다. 귀끝까지 쭉 뻗어가는 시원함이 하품 자세에서 느껴집니다. 덩치는 작지만 흑표범 같은 카리스마가 느껴집니다. 하지만 하품을 하고 나서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졌는지 그 자세 그대로 발라당을 시전합니다. 한쪽 눈을 찡긋하며 이쪽을 향해 귀여움을 한껏 쏘아보내는 길고양이. 살짝 보이는 송곳니가 덧니처럼 귀여움을 더합니다. 카리스마 흑표범에서 깜찍한 귀염둥이의 모습으로, 순식간에 '.. 2012. 4. 3.
바쁜 길고양이 붙잡는 '나무의 유혹' 길고양이를 찾아 계단 많은 골목길을 오르내리다 보면 어느새 무릎이 시큰시큰해지곤 합니다. 계단은 올라갈 때보다 내려갈 때 무릎에 더 큰 하중이 간다고 하죠. 올라갈 때는 조심조심 발끝에 힘을 주고 올라가지만, 내려갈 땐 저도 모르게 타박타박 힘을 풀고 걷게 되어 더 그런 것 같아요. 사람 발에도 높은 계단인데 고양이에게는 어떨까 싶지만, 개의치 않고 통통 뛰어내려갑니다. 그러나 마음 급한 길고양이 앞발을 붙들어놓는 것이 있으니, 계단 한가운데 가로지른 나뭇가지입니다. 입술을 부비부비하며 제 흔적을 남기고 싶은 마음에 발걸음을 멈추고 가느다란 나뭇가지에 얼굴을 열심히 부벼봅니다. 그러다 저와 눈이 딱 마주치고는 이쪽을 의식하며 한동안 동작을 멈추네요. 카메라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모습은 작아서 표정을 잘 .. 2012. 3. 2.
꼬마 길고양이의 해돋이 자세 갈순 아저씨와 함께 염탐에 나선 길고양이 꼬마. 아무래도 어른이 곁에 있어 그런지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사람과 눈이 마주치지 않았을 때에나 해당되는 말일까요? 저와 눈이 마주치자 금세 고개를 담 아래로 쑥 집어넣습니다. 귀끝까지 쏙 숨겨야 하는데... 아직 그것까지는 모르고 제 눈에 사람이 안 보이면 사람도 저를 못 보겠거니 생각하는 꼬마입니다. 제가 보거나 말거나 갈순 아저씨는 꼼짝않고 이쪽을 보고 있군요. "어, 지금 나가도 괜찮은 거예요?" 하고 묻는 듯 꼬마도 다시 조심스레 얼굴을 내밀어 봅니다. 올라오는 듯 마는 듯 슬금슬금 머리를 위로 올리는 모습이, 꼭 해돋이 풍경 같네요. 바로 옆에 갈순 아저씨가 있어서인지 꼬마의 얼굴이 더욱 더 작아 보이는 효과가 납니다. 둘이 나란히 .. 2012. 2. 29.
한옥에서 식빵 굽던 '탄빵 고양이' 한옥을 개조해 찻집으로 운영하고 있는 곳에 들렀다가 만난 고양이. 사람을 겁내지 않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니 아마도 근처에서 키우는 외출고양이인 듯합니다. 담장 위에 앉아 식빵을 구운 모습을 보니 '코게빵'이라는 일본 캐릭터가 연상됩니다. 뜻을 따서 한국에서는 '탄빵'이라고도 부르는데, 저렇게 식빵 자세로 있으니 자연스레 빵 캐릭터 생각이 나는 것이지요^^ 사람을 전혀 개의치 않는 고양이는 거침없이 담벼락을 오르내립니다. 오래 전 옛날 사람과 고양이가 서로 평화롭게 살아가던 시절, 쌩쌩 달리는 차의 위협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던 시절엔 이런 모습이 자연스러웠으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오늘날 외출고양이로 살다 보면 뜻하지 않았던 위험에 직면하게 되기도 하니,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네요. 집과 멀어서 자.. 2012. 2. 28.
노점 아주머니의 길고양이 친구 회사 업무를 보러 가던 중에 길가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보니, 늦은 아침상을 받은 길고양이 한 마리가 눈에 보입니다. 근처 아주머니가 밥을 챙겨주고 계시네요. 고양이 이름은 야옹이. 자연스럽게 야옹아 하고 부르다가 이름으로 굳어진 것이겠지요. 근처 노점들은 아직 문을 열 생각도 않고 있는데 부지런한 아주머니는 남보다 먼저 일터에 나와 하루를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이 시간에 출근하는 사람은 나하고 야옹이밖에 없어" 하며 웃으시는데 그 웃음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추운데 아침에 나오느라 힘들었지? 나도 추워서 나오느라 힘들었다." 하고 고양이에게 말을 건네는 아주머니. 야옹이도 아주머니 마음을 알고 있을까요? 아주머니와 야옹이 둘이서 열어가는 일터의 하루는 둘의 마음으로 조금 .. 2012. 2. 27.
길고양이에게 위로받은 날 많은 분들이 걱정해주신 덕분인지, 뇌출혈로 입원하셨던 아버지 증세에도 차도가 있네요. 오랫동안 소식 없어 걱정하는 분들이 계실지 몰라서 짧게나마 소식 전합니다. 병원에 입원해 계실 때는 가족들이 돌아가며 24시간을 지켜야 해서, 환자도 환자지만 반나절씩 교대로 간호하는 어머니와 동생의 건강까지 상할까 염려했었지요. 이제 퇴원은 했지만 계속 통원치료를 해야 하는데, 자꾸 밖으로 나가시려 하니 걱정이네요. 한번은 외출하셨다 집을 못 찾아 경찰서에서 보호하고 있다는 연락이 와서 모시고 왔는데 휴대폰 친구찾기 등록만으로 안심할 수 있을지,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조언해주세요. 이런저런 걱정에 가만히 웅크리고만 있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마음만 무거워질 듯하여 틈나는 대로 찾곤 했던 길고양이 동네에 들릅니다... 2012. 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