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길고양이의 서툰 발톱갈이 카오스 대장의 아기 고양이들 중에, 고동이를 꼭 닮은 아기 고양이가 숲 밖으로 나와 살며시 눈치를 봅니다. 아직 낯가림이 많아, 사람을 발견하면 용수철처럼 안 보이는 곳으로 달아나지만 금세 잊고 또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가 다시 숨고 하는 일이 무한반복됩니다. 아기 고양이들에게 위협감을 주지 않으려면, '나는 사람이 아니고 카메라 삼각대다' 하는 느낌으로 얼굴을 카메라에 붙인 채로 눈을 떼지 않고 가만히 있습니다. 참을성 있게 기다리다 보면 살며시 얼굴을 내미는 어린 고양이입니다. 엄마 옆 나무 기둥에 두 앞발을 턱 걸치고, 기지개를 시원하게 켜 봅니다. 그러다가 본연의 목적을 잊고 발톱을 벅벅 갈아봅니다. 기지개를 켜는 것인지, 발톱을 가는 것인지 모를 묘한 자세가 되었습니다. 어른고양이들이 하는 스크.. 2011. 7. 6. 숨은 길고양이, ‘묘기척’을 느낄 때 골목길에서 어슬렁거리는 길고양이와 눈이 마주칩니다. 담벼락 너머로 빼꼼 쳐다보고는 잽싸게 몸을 감춰 시야에서 멀어집니다. 하지만 눈앞에서 사라졌다고 해서 고양이도 증발된 것은 아닙니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돌아보면, 길고양이는 그 근처에 머물고 있습니다. 고양이가 사라진 방향의 반대편으로 돌아가 봅니다. 멀어서 잘 안 보이기는 하지만 낡은 건물과 건물 사이, 30cm쯤 “떨어져 있을 법한 건물 사이의 틈 뒤로 아까 그 고양이가 보입니다. 숨바꼭질이라도 하듯 좁은 틈 사이로 몸을 숨겼지만 사람이 가까이 있으면 보이지 않아도 인기척이 느껴지듯이, 길고양이가 가까이 있을 때도 ‘묘기척’이 느껴집니다. 그 기척을 따라 눈을 돌리면 근심스러운 눈빛으로 저를 보는 고양이와 눈이 마주칩니다. 낯선 곳에서 처음 .. 2011. 7. 4. 배고픈 길고양이, ‘장애물 넘기’도 척척 주차장 고양이 일족을 만나러 가다가, 이미 담벼락 위에 올라 햇볕을 쬐고 있는 길고양이 찰리를 만났습니다. "오옷~" 하는 눈으로 저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찰리입니다. 주차장 담벼락 반대쪽은 막다른 골목길이라, 찰리와 다른 친구들을 만나려면 막힌 담 너머로 다시 돌아가야만 합니다. 그러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 같아, 만난 김에 담벼락 위로 먹을 것을 올려 보냅니다. 그때 찰리 뒤에서 어슬렁어슬렁 나타나는 그림자가 있었으니... "나도, 나도" 하는 얼굴로 기웃거려 보지만, 좁은 담벼락 위를 이미 선점한 찰리는 딱 가로막고 서서 비켜주지 않습니다. 먹을 것을 확보하면 자연스레 엉덩이가 무거워지는 찰리입니다. 애가 탄 호순이는 그만 찰리를 뛰어넘어 반대편으로 가기로 마음먹은 모양입니다. 뒷다리만으로 번쩍 일어섭.. 2011. 6. 30. 새끼를 지키는 엄마 길고양이의 눈빛 공격 냉장창고로 쓰는 듯한 시설 아래로 길고양이 한 마리가 스며들듯 숨어들어갑니다. 가면서도 어쩐지 불안한 듯 여러 번 돌아봅니다. 길에서 고양이를 만나면, 늘 그렇듯 갈 수 있는 데까지는 따라가 봅니다. 아, 창고 밑에는 아기 고양이들이 있었습니다. 세상 모르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바깥 세상을 말똥말똥 지켜보고 있습니다. 완전히 펴지지 않은 약간 찌그러진 삼각형 귀로 보아 아직은 엄마젖을 더 먹고 자라야 하는 어린 고양이입니다. 그런 아기 고양이의 세상 구경을, 엄마 고양이는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혹시 인간에게 해코지는 당하지 않을까, 엉뚱한 길로 나서지 않을까. 어린 자녀를 바라보는 사람 엄마의 마음과, 새끼를 바라보는 길고양이 엄마의 마음은 다를 것이 없습니다. 제가 사라지기 전까지는 고.. 2011. 6. 24. “둘보다 셋이 좋아” 사이좋은 길고양이 길고양이 찰리와 호순이가 담벼락 위에 사이좋게 누워 햇볕을 쬐고 있습니다. 뉘엿뉘엿 해가 질 무렵의 나른하고 기분 좋은 시간,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휴식시간이지만, 저를 빤히 바라보는 고양이들의 표정을 보니 뭔가 재미난 일이 일어나길 바라는 눈치입니다. 앗, 그런데 찰리의 등 뒤에서 뭔가 꼬무락거리는 기운이 느껴집니다. 끄트머리가 뾰족한 자그마한 삼각형 두 개. 갈순이가 얼굴을 쏙 내밉니다. 입 옆에 하얀 줄무늬가 있는 것까지 호순이와 너무도 닮았습니다. ‘순한 호랑이’라는 뜻으로 지어준 호순이의 이름처럼, 털빛이 갈색인 갈순이는 ‘갈색 순한 호랑이’라는 뜻에서 순자 돌림으로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남자 고양이인데 갈순이라고 부르는 걸 본묘가 알면, 좀 껄끄러워 하려나요. 좁은 자리에 세 마리가 굳이 다.. 2011. 6. 16. 길고양이, 담배꽁초와의 한판 승부 호랑이를 꼭 빼닮은 모습 덕분에 호순이라 부르고 있는 길고양이가 바람에 나뒹구는 담배꽁초를 발견하고 슬금슬금 다가갑니다. 주먹 쥐고 꿀밤을 때리려는 사람처럼 왼쪽 앞발을 들더니, 담배꽁초를 한 대 칠 기세입니다. 호순이는 왼손잡이였나 봅니다.^^ "꾸욱~" 발톱을 꺼내 담배꽁초의 통통한 부분을 공격하는 호순이, 회심의 일격을 합니다. 담배꽁초가 '으악!' 하고 비명을 지를 것 같은 순간입니다. 하지만 오래된 담배꽁초도 밟으면 꿈틀합니다. 갑작스런 움직임에 제풀에 놀란 호순이가 움찔 뒤로 물러납니다. '죽었나, 살았나?' 다시 한번 담배꽁초의 납작한 부분을 지긋이 눌러보는 호순이입니다. 담배꽁초와의 한판 승부, 호순이의 일방적인 공격으로 끝난 싱거운 승부지만 바닥에 나뒹구는 꽁초 하나에도 호기심을 느끼는 .. 2011. 6. 14. 이전 1 ··· 17 18 19 20 21 22 23 ··· 10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