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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만든 '길고양이 무지개방석' 오래된 골목을 채우는 것은 크고 작은 화분입니다. 숲이 사라진 그 자리에 화분으로 정성껏 꾸민 화단이 눈을 편안하게 합니다. 사람의 손길이 닿은 골목을 걷다 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화분 숲 앞에, 길고양이 한 마리가 멍하니 있습니다. 노란 바탕에 흰색 앞가슴과 자잘한 검은 얼룩무늬가 있는 카오스무늬 고양이의 일종이네요. 길고양이는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저를 말똥말똥 바라봅니다. 태양이 카메라를 마주보고 있는데 렌즈후드를 가지고 오지 않아서, 그대로 찍다보니 빛이 반사되어 옅은 무지개가 아른아른 사진에 같이 찍힙니다. 여느 사진에서라면 ‘버린 사진’으로 간주해야 하겠지만, 길고양이 앞발 쪽에 고이 깔린 무지개를 보니 이대로도 괜찮겠다 싶습니다. 햇볕이 만들어준 길고양이의 무지개 방석입.. 2011. 5. 19.
지붕 밑 길고양이, '은밀한 만남' 현장 길고양이 두 마리가 지붕 밑 은신처에서 은밀한 만남을 갖고 있습니다. 조심스레 속닥이는 모습이 뭔가 비밀스런 일이라도 벌이는 듯하네요. "음 은신처까지 미행한 인간은 없는가 잘 확인했겠지?" "네, 삼색대장님! 걱정 마십쇼." 노랑이는 이미 뭔가 속닥속닥 보고를 시작하는데, 그래도 안심되지 않는 삼색대장의 눈은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습니다. "헛! 인간이다!" 경계하던 삼색 대장의 눈이 인간을 발견합니다. "쯧쯧...그렇게 잘 살피라고 했건만...자네가 잘 처리하게." 삼색대장은 고개를 획 돌리며 외면합니다. 갑작스런 미행에 당황해 어쩔 줄 모르는 노랑둥이가 삐질 흘리는 식은땀이 보이는 것만 같습니다.^^ 2011. 5. 18.
초여름 졸음 쫓는 길고양이, 시원한 하품 한낮에는 반소매 옷을 입어도 어색하지 않지만, 아침저녁으로는 가끔 쌀쌀해 감기 걸리기 쉬운 요즘입니다. 가만히 앉아있으면 나른해져 졸음이 오기 쉬운 때이기도 합니다. 나른한 오후, 길고양이는 무엇을 하며 쉬고 있을까요? 밀레니엄 지붕고양이를 만나러 가 봅니다. 지붕에 앉아 쉬는 길고양이들의 자리는 너무 멀고 높아서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지만, 그런 안전거리 덕분에 길고양이들이 방심한 상태로 시간을 보내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나뭇가지 사이로 솔솔 바람이 불어오는 오후, 고양이도 저도 오래간만에 여유를 즐겨봅니다. 이 평화가 오랫동안 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앗, 눈이 딱 마주쳤습니다. 지붕 고양이 일족 중에서도 겁이 유독 많은 짝짝이 같으면 눈이 동그래서 벌떡 일어났을 텐데, 이 녀석.. 2011. 5. 14.
사람을 두려워하는 검은 길고양이 화단을 지나는데, 검은 비닐봉지 같은 것이 둥글게 뭉쳐져 있는 것이 보여 눈길을 돌립니다. 비닐봉지인가, 고양이인가 긴가민가해서 한참 바라보니 귀끝이 뾰족합니다. 검은 고양이가 낮잠을 자고 있었군요. 살금살금 다가가 봅니다. 고양이는 화들짝 놀라 화단 수풀 속으로 숨어버립니다. 숨었으면서도 호기심은 어쩌지 못해 금방울처럼 동그란 눈으로 이쪽을 빤히 봅니다. 어둠 속에서 커다란 눈동자만 댕그랗게 빛납니다. 모두가 검은 털옷 사이로 더욱 반짝이는 황금빛 눈동자는, 검은 고양이 특유의 매력 포인트입니다. 그러나 이쪽이 사랑스런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도 알지 못한 채, 검은 고양이의 눈은 겁에 질려 있습니다. 검은 고양이라고, 흉물스럽다고 돌을 던졌을 사람들의 시선이 검은 고양이의 겁먹은 시선에 모두 담겨 .. 2011. 5. 11.
봄나들이 나선 아기 길고양이, 야무진 얼굴 아직 어린 길고양이 한 마리가 봄나들이를 나왔습니다. 엄마 고양이는 어디로 먹이를 구하러 간 것일까요? 아기 혼자 햇볕을 쬐고 있습니다. 조그만 벽돌로 쌓은 나지막한 담도, 어린 길고양이에게는 높아만 보입니다. 사람을 발견하더니, 제 몸을 지키겠다고 야무진 하악질을 해봅니다. 귀가 열리고 이빨이 났으니 젖은 뗐을 테지만, 아직 변하지 않은 눈동자색을 보아 아직은 어린 고양이입니다. 삼색 고양이니까, 지금은 파란 눈동자색도 곧 호박색이나 연두색으로 변할 것입니다. 제가 꼼짝 않고 앉아 기다리니, 어린 고양이도 경계심을 풀었는지 해맑은 표정으로 꽃향기를 맡아봅니다.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잠으로 보내는 아기 고양이는 그만 스르르 잠이 듭니다. 햇볕을 온몸으로 받아먹고, 잠이 주는 에너지를 몸에 가득 채워서.. 2011. 5. 9.
서먹한 길고양이들, 화해하는 법 노랑아줌마와 카오스 대장, 두 마리 길고양이 사이에 정적이 흐릅니다. 바로 곁에 있으면서도 다른 곳을 바라보는 모습이, 마치 작은 일로 싸우고 토라져 외면하는 모습처럼 약간은 서먹해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 다음에는 어떻게 될까' 하는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호기심 어린 마음으로 다음 사건을 기다려봅니다. 그 묘한 정적을 견딜 수 없었던지, 좀 더 살가운 노랑아줌마 쪽이 먼저 화해의 박치기를 시도해 옵니다. 고양이 박치기란, 좋아하는 대상에게 제 얼굴을 가볍게 부딪치는 것이지요. 두 마리 고양이 사이에 감돌던 서먹한 거리감이, 박치기 한 번으로 금세 사라집니다. 어느새 약속이나 한 듯, 서로 몸을 기대고 같은 곳을 바라보는 노랑아줌마와 카오스 대장. 늘 함께.. 2011. 5.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