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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길고양이 은신처 인간세계에서는 그저 버려진 문짝에 지나지 않을 물건이, 길고양이 세계에서는 고마운 보호벽이 됩니다. 우리가 모르는 시간, 버려진 합판이 쌓인 고양이들의 뒷골목에서는 길고양이의 삶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앞뒤로 짝짝이 흰양말을 신은 길고양이 '짝짝이'도 버려진 문짝 뒤 은신처에서 가만히 휴식을 취합니다. 밀레니엄 고양이 일족이 번갈아가며 휴식을 취하는 쉼터입니다. 금세 몸을 숨길 수도 있고 반대편 구멍으로 달아날 수도 있어서 고양이들이 좋아합니다. 버려진 신문지 두루마리는 이미 나달나달해졌지만, 그래도 차가운 쇠파이프의 냉기를 막아주는 용도로는 아직까지 유용합니다. 앞발을 곱게 모으고, 아직 남은 꽃샘추위를 몰아내보는 노랑아줌마입니다. 유독 길었던 올 겨울, 노랑아줌마도 살짝 감기에 걸렸다가 다행히도 회복을.. 2011. 3. 30.
"캬, 이 맛이야!" 사료 먹는 길고양이 표정 배고픈 길고양이를 위해 놓아둔 사료 그릇에, 이제 한 살쯤 되어 보이는 얼룩고양이가 찾아왔습니다. 옆구리에 골뱅이 무늬가 있는, 똘망똘망하게 생긴 고양이입니다. 고양이 밥을 놓아줄 때, 길고양이가 먹는 데 불편하지 않도록 장판을 깔아둔 자리 위에 밥그릇을 놓았습니다. 옆에 버려진 스티로폼과 빗자루, 담요 등이 방치된 곳이어서 그 풍경 속에 밥그릇도 그냥 버려진 물건처럼 묻혀버릴 수 있도록 나름대로 배려한 듯합니다. 고양이 밥을 놓아줄 때, 길고양이가 먹는 데 불편하지 않도록 장판을 깔아둔 자리 위에 밥그릇을 놓았습니다. 옆에 버려진 스티로폼과 빗자루, 담요 등이 방치된 곳이어서 그 풍경 속에 밥그릇도 그냥 버려진 물건처럼 묻혀버릴 수 있도록 나름대로 배려한 듯합니다. 한편으로는 밥이 수북하게 담겨 있다 .. 2011. 3. 22.
《작업실의 고양이》출간이벤트-고양이 수첩을 드려요. 《작업실의 고양이-고양이를 사랑한 젊은 예술가를 만나다》(아트북스)가 출간되었어요. 고양이를 좋아하고, 나만의 작업실을 꾸리는 데 관심 있는 분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2년간의 취재를 거쳐 만들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15명의 예술가와 그들이 매료된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글과 사진으로 접할 수 있습니다. 현재 인터넷서점 알라딘에서 구매하시면, '고양이 삼촌' 유재선 작가의 일러스트가 있는 귀여운 고양이 수첩을 함께 드려요~ 아래 책표지를 클릭해 알라딘에서 구매하시면, 구매자분과 제게 각각 추가 적립금도 지급된답니다^^ 타 인터넷서점에서도 이벤트 창이 열리는 대로 블로그에 공지하겠습니다. (인터넷서점 한정 이벤트-현재 알라딘, 인터넷교보문고에서 진행 중입니다.) 2011. 3. 19.
회색 양말을 신은 길고양이 한밤에 만나는 고양이를 포착하려면 어쩔 수 없이 플래시를 쓰게 됩니다. 번쩍 하는 불빛에 깜짝 놀란 고양이의 표정에는 경계심과 긴장이 뒤섞여 있습니다. 태어났을 때는 하얀 색이었을 네 개의 양말이, 지금은 회색으로 변했습니다. 흰색 양말에 때가 묻으면 회색 양말이 되는데, 한번 회색 양말이 되고 나면 어지간히 때가 묻어도 검은색으로는 잘 변하지 않는 것이 신기합니다. 아직은 사람에게 익숙하지 않은 길고양이, 구멍가게 쪽으로 슬그머니 걸음을 옮깁니다. 반쪽만 보이는 옆얼굴이 어쩐지 쓸쓸하게 보이는, 그런 날입니다. 2011. 3. 18.
비를 피하는 젖소무늬 길고양이 비 오는 날, 길고양이들은 어디서 비를 피할까? 궁금한 마음에 우산을 들고 골목으로 나서 봅니다. 사람이 쓴 우산도 휘청휘청할 만큼 거센 비바람이 불어, 길 위로 고양이의 자취를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고양이 레이더를 윙윙 돌려보면, 어디선가 잡히는 게 있습니다.처마 밑에서 가만히 비를 피하고 있는 고양이와 눈이 마주친 것입니다. 물에 젖은 땅을 밟은 듯, 어린 고양이가 오도카니 앉은 땅 주변으로 동그라니 젖은 발자국이 또박또박 찍혔습니다. 고양이와 눈높이를 맞춰 살그머니 쭈그리고 앉아봅니다. 가만히 보니, 검은 코팩 무늬에다 짜장면을 먹다가 국물이 한 방울 튄 듯한 점무늬까지 갖추었습니다. 비오는 날, 눈길은 자연스레 젖은 땅을 향합니다. 흙이 사라진 바닥에는 시멘트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2011. 3. 16.
한쪽 발을 지팡이 삼은 길고양이, 보름이 밀레니엄 고양이 일족 중에는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길고양이가 있습니다. 왼쪽 눈은 금빛으로 빛나는 태양을 닮았고, 하얗게 변한 오른쪽 눈은 보름달을 닮아 보름달을 눈동자에 담았다는 의미로 '보름이'라 부르고 있는 수컷 고양이입니다. 보름이는 붙임성 좋은 길고양이들과 달리 소심해서, 인기척만 나면 숨곤 했습니다. 태생적인 소심함이 아니라, 어쩌면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적응하기 위한 생존의 본능인지도 모릅니다. 그런 보름이를 외나무다리 위에서 딱 마주친 것입니다. 보통 저 외나무다리에서 눈이 마주치면, 여느 길고양이들은 잽싸게 몸을 180도 돌려 반대편으로 도도도도 달아납니다. 마치 평지를 달리는 것과 같은 속도로, 거리낌 없이 내달리지요. 그러나 보름이는 조심스레 한쪽 앞발로 기둥을 짚고, 천천.. 2011. 3.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