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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아줌마, 둘이라서 좋아요 노랑아줌마 혼자서 단풍 깔린 길을 걸어봅니다. 호젓하게 걷는다고 좋아하기엔 왠지 마음이 쓸쓸해지는 겨울이라 그런지, 노랑아줌마의 눈길도 자꾸만 인기척이 느껴지는 뒤쪽을 향합니다. 이럴 때는 함께 낙엽 바삭거리며 걸어주고 수다도 떨어줄 이웃이 제격이니까요. 헛헛한 노랑아줌마의 마음을 눈치챘다다는 듯, 카오스 대장냥이 슬며서 다가섭니다. 여름에 볼 때와는 달리 카오스 대장과 노랑아줌마의 얼굴에도 살집이 도톰하게 생겼습니다. 겨울 날 차비를 몸이 먼저 하는 것이겠지요. "이 아줌마가, 쑥쓰럽게 얼굴은 왜 이렇게 가까이 들이밀고 그래." "아유, 우리 사이에 내외할 거 있수. 말을 트려면 냄새는 맡아야지." 둘이 다정하게 얼굴을 갖다댑니다. 둘 다 아줌마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호젓한 단풍길에 로맨스가 끼어들 일.. 2010. 12. 20.
햇볕에 몸을 데우는 길고양이 이제 가을의 흔적은 모두 사라지고 바싹 말라버린 낙엽더미만 남아있으려니 하고 생각했지만, 12월로 접어든 요즘도 누렇게 변해버린 나뭇잎 사이로 붉은 기를 담은 단풍잎이 보입니다. 마른 단풍잎 색깔은 다 같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어떤 것은 잿빛을 띤 분홍색이고, 어떤 것은 붉은색이 말라붙은 듯한 검붉은색, 어떤 것은 붉은 기를 다 토해내고 갈색으로 변해갑니다. 고양이 털옷이 저마다 다른 색을 담은 것처럼, 밀레니엄 고양이가 은신처로 삼은 이곳의 단풍잎도 고양이 옷을 닮아가나 봅니다. 아직 남아있는 붉은색의 온기만큼, 단풍잎 한 장 한 장이 핫팩이 되어서 고양이의 차가운 몸을 뜨끈뜨끈 데워주면 좋으련만 그저 부질없는 상상에 그칠 뿐입니다. 어렸을 때 배운 차가운 색, 따뜻한 색을 보면서 했던 상상 중에 '따.. 2010. 12. 16.
길고양이와 집고양이, 한밤중의 만남 외출고양이로 사는 집고양이와 길고양이가 한밤중에 만났습니다. 집고양이는 "너 황소? 나 최영의야!" 하고 대사를 치는 송강호의 기세로 뚜벅뚜벅 걸어옵니다. 아직 어린 노랑둥이 길고양이는 뒷모습만 보여서 얼굴 표정을 읽을 수는 없지만, 긴장과 호기심이 교차하는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집고양이가 다가올 때까지 기다립니다. 도망은 가지 않지만, 그래도 긴장감을 감출 수 없었는지 꼬리가 너구리 꼬리처럼 두껍고 크게 부풀어올랐습니다. 그 사이에 집고양이는 어느새 코앞까지 뚜벅뚜벅 다가와 있습니다. 혹시 싸움이라도 한 판 벌이려는 걸까요. 궁금합니다. 그런데 집고양이의 표정이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귀를 납작하게 내리고 눈매를 반달눈으로 뜨고는, 뭔가 설득하는 듯한 표정으로 어린 길고양이와 무언의 대화를 나눕니다.. 2010. 12. 8.
소외된 고양이 돕는 '2011 고양이 달력' 12월이 다가오면 '괜찮은 달력 없나?' 하고 두리번거리게 됩니다. 달력을 구매하거나 달력 그림을 관람하면서, 도움이 필요한 동물들을 도울 수도 있고, 길고양이에 대한 지식도 얻을 수 있는 2011년 고양이 달력들을 소개해 봅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마음에 쏙 드시리라 믿어요. 1. 2011년 마리캣 달력 고양이 작가 마리캣 님의 고양이 달력입니다. 아름다운 장식세밀화로 널리 알려진 작가의 멋진 그림들을 올해도 달력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 사진으론 이 정도밖에 안 나오는 게 아쉽지만 실제로는 고양이 털 하나까지 섬세합니다. 12월 15일~21일까지 인사동 윤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회에는 2011년 달력 원화뿐 아니라 작가가 소장한 소품 및 고양이 아트상품 판매도 이뤄진다고 합니다. 전시 입장.. 2010. 12. 6.
단풍잎 융단을 만끽하는 고양이 둥글게 움츠린 고양이의 등짝이 어쩐지 추워보이는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이제 단풍이라곤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의 희미한 붉은색으로만 느낄 수 있을 따름입니다. 한때 붉게 물들었다 잿빛을 띤 분홍색으로 변하는 단풍잎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있는 힘껏 불태우고 아무 미련 없이 이 세상과 작별하는 것 같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머물렀던 시간을 '소풍'이라고 표현했던 천상병 시인의 말처럼, 소풍 가던 날의 들뜬 마음을 접고 가만히 이 땅으로 내려앉은 낙엽들이 마른 땅에 따스한 융단을 만들어줍니다. 그 융단을 즐거이 이용해 주는 것은 동네 고양이입니다. 노란 치즈 얼룩무늬가 예쁜, 통통한 겨울 고양이입니다. 등산객의 인기척이 들려도 한번 힐끗 쳐다보기만 할 뿐, 담담한 표정으로 단풍잎 융단을 만끽합니다. 융단 .. 2010. 12. 3.
길고양이 기지개, 깜짝 놀랄 자세 작년 늦가을에 태어난 밀레니엄 고양이의 일족, 고동이는 무사히 1년을 버텨 당당한 어른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마치 고동색 망토를 등에 두른 것처럼, 어깨에서부터 등까지 고르게 멋진 점박이 고동색 무늬가 있는 고동이입니다. 그나저나 고동이 녀석, 기지개 한번 요란하게 하네요. 고양이를 모르는 사람이 보면 '나를 위협하는 건가?' 하고 깜짝 놀랄 만한 표정으로 무지 크게 하품까지 함께 합니다. 엉덩이를 쭉 빼고, 입은 힘껏 벌리고, 귀까지 뒤로 쫙 젖힌 걸 보니 저 기지개 한번이면 묵은 피로가 싹 달아날 것 같습니다. 참고로 고양이의 하품과 위협을 구분하는 방법을 말씀드리면, 진짜 위협할 때는 "하악~" 하고 목 깊은 곳에서부터 뿜어나오는 소리를 내기 때문에, 하품과 쉽게 구분할 수 있어요. 그런데 왜 고양.. 2010. 11.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