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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의 '깔개 찾아 삼만리' "길고양이가 뭘 알겠어. 깔개를 써봤어야 편한 줄 알지." 하고 지레짐작하진 않나요? 혹시 그렇게 생각한다면 살포시 메롱을 날려드리겠어요. 길고양이도 깔개를 좋아해요. 엉덩이에 자잘한 자갈이랑 뻣뻣한 나뭇잎이 자글자글 느껴지는 거, 우리도 싫거든요. 길고양이라고 엉덩이에 철판 깔고 다니는 건 아니니까요. 자갈밭 위에 무릎 꿇고 한번 앉아보세요, 얼마나 아픈가. '깔개 찾아 삼만리' 하느라고 아직 얼굴 세수도 못했어요. 사람들이 버리고 간 신문지나 헌 담요, 스티로폼 같은 건 좋은 깔개가 되어주지요. 때론 사람들이 쓰는 시설물 위가 깔개 대용이 되기도 해요. 어쨌든 되도록 부셕부셕하거나 맨질맨질한 넓은 것이면 뭐든 깔개로 즐겨 쓸 수 있답니다. 신문지는 깔개 용도로도 좋지만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서 더 좋.. 2010. 11. 1.
어머니의 길고양이 사진 선물, 뭉클해 감기로 며칠째 집에서 골골 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머니가 카메라를 달라고 하십니다. 점심 약속이 있는데 카메라가 필요하다고요. 소형 똑딱이 카메라를 오토 모드에 맞춰서 전해드리곤 잊고 있었는데, 저녁에 어머니가 카메라를 건네며 “오늘 길고양이 찍었다”고 환하게 웃으십니다. 그러고는, 잘 찍혔는지 궁금하다며 얼른 열어보라고 재촉하시네요. 메모리를 확인해 보니, 근처 식당에서 나오는 잔반을 얻어먹으며 사는 듯한 길고양이 한 마리가 오두마니 웅크린 채로 등만 보이며 돌아앉아 있습니다. 얼굴이 궁금한데, 길고양이가 도망가는 바람에 얼굴까지는 찍지 못했다고 하네요. 자동차 밑에 길고양이가 웅크리고 있는 사진도 있네요. 점심 약속 있는 날 곱게 차려입고 나간 어머니가 길고양이 좋아하는 딸 보여주려고, 쭈그리고 앉아 .. 2010. 11. 1.
아기 길고양이, 발톱긁기 놀이는 즐거워 고양이가 나무 아래로 가까이 다가갈 때는, 두 가지 행동 중 하나를 곧 시작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즉 순식간에 나무를 타고 위로 올라가거나, 아니면 나무둥치에 발톱을 가는 일이죠. 나무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간 통통이의 뒷모습을 발견하고 기대감에 부풀어 슬며시 다가가 봅니다. 두 앞발을 척 올린 채 뜸들이는 것을 보면, 오늘은 아마도 나무를 탈 것 같지는 않고, 저 자세로 한동안 신나게 발톱 긁기를 할 모양입니다. 앞발에 힘을 넣느라 S자 곡선이 된 뒷모습이 귀엽습니다. 카메라로 눈을 가리고 통통이 머리 위로 다가가 봅니다. 동물도 인간과 눈을 마주치면 '저 사람이 나를 본다'는 걸 인식합니다. 그래서 경계심이 많은 고양이에게는 일부러 눈을 마주치지 않고 딴청을 부리며 다가가기도 합니다. 몸은 다가가지만 너.. 2010. 10. 30.
암벽 타는 길고양이, 먹먹한 뒷모습 길고양이의 나무타기는 간혹 볼 수 있지만, 도심에서 암벽등반하는 길고양이를 만나기란 쉽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집 근처 뒷산 정도는 있어야 가능하겠죠. 길고양이 백비의 은신처 근처에도 암벽이 있습니다. 요령좋은 고양이 발로는 용케 다닐 수 있지만, 사람의 뭉툭한 발로는 도저히 따라잡을 재주가 없죠. 담벼락에 앉아있던 백비가 내려서더니, 암벽을 향해 잽싸게 몸을 날립니다. 산을 탈 때는 오르는 것보다 내려갈 때 더 조심해야 한다고 하는데, 뛰어내리는 발걸음에 거침이 없습니다. 뒷발의 곰돌이 쿠션 신발은, 이럴 때 아쉬우나마 등산화가 되어줍니다. 깎아지른 바위 계단도 성큼성큼 잘 오릅니다. 사람으로 친다면 자기 허벅지만큼 올라오는, 높이가 꽤 되는 바위지만, 거리낌이 없습니다. 어중간히 낮은 경사의 바위산보다.. 2010. 10. 29.
엄마 길고양이의 뭉클한 배려 고양이를 만나러 가면, 그네들이 뭘 하며 지내는지 가만히 앉아 바라봅니다. 사람 사는 하루하루가 특별한 일 없이 지나가듯이, 고양이의 하루도 그렇게 담담하니 지나갑니다. 하지만 조급한 마음으로 다가가서는 알아챌 수 없는 고양이의 작은 배려를, 몸짓에서 읽을 때가 있습니다. 밀레니엄 고양이 일족인 노랑아줌마와 아기 통통이가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때였습니다. 통통이가 잘 따라 오나, 못 오나...한 배에서 난 통키보다 조금은 허약한 통통이 때문에, 노랑아줌마의 표정에도 근심이 담긴 듯합니다. 통통이도 점프는 잘 할 나이인데, 오늘은 엄마 꼬리를 뛰어넘지 못합니다. 노랑아줌마는 애가 타는지 통통이를 돌아보며 부릅니다. "이 정도면 넘을 수 있겠니?" 노랑아줌마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꼬리를 들어.. 2010. 10. 28.
금배추밭 지키던 길고양이, 부럽다 추석연휴 전인 9월 15일 H모 사의 포기김치 10kg을 주문했다가, 배추값 폭등으로 배송받지 못하고 '보름만 더 기다려달라'던 말에 묵묵히 기다린 게, 벌써 한 달이 넘게 지났습니다. 더 이상은 못 기다릴 것 같아서 주문을 취소하려던 차에, 업체에서 메일이 왔네요. 내일은 꼭 보내주겠노라고... 배추값이 오른다고 농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중간유통상의 주머니에 고스란히 들어간다는데... 도대체 이 배추는 금배추도 되었다가, 무용지물이 되었다가 하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날이 추워지면서 또 배추값이 오를 기미가 보인다고 하니 한숨이 나네요. 작년 이맘때 풍성하게 자란 배추밭을 홀로 지키던 길고양이가 생각나 사진을 올려봅니다. 누르면 커져요^^ 아, 저 많은 배추들...보.. 2010. 10.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