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소무늬 고양이 '채플린 수염'의 매력 길에서 가끔 수염을 곱게 기른 고양이를 만납니다. 아니, 수염 없는 고양이가 어디 있느냐고요? 진짜 고양이 수염 말고, 고양이가 멋으로 달고 다니는 수염 무늬 말이에요^^ 똑같은 젖소무늬 고양이라도 코나 턱에 수염이 없는 녀석은 어쩐지 애송이 같아서 귀엽고, 수염이 있는 녀석은 나이가 어려도 왠지 범점하기 힘든 카리스마가 느껴집니다. 고양이가 얼굴에 붙이고 다니는 가짜 수염 무늬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크게 보아 콧수염과 턱수염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어두운 데서는 잘 보이지 않겠지만 분명 턱 밑에 염소 같은 턱수염을 길렀습니다. 어쩌면 저 곳만 까만 털이 자랐는지. 고양이 털옷을 디자인하는 이가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그 상상력이 참 대단하다 느껴집니다. 이렇게 제법 두툼한 콧수염을 기른 녀석도 만났.. 2010. 10. 26. 길고양이계의 미남 악동, 고동이 멋진 고동색 망토를 둘러쓴 듯한 모습 덕에 한층 늠름해 보이는 고동이에게는 한 가지 고질병이 있습니다. 어린 고양이를 보면 장난을 걸고 싶어 근질근질해하는 것인데요. 다른 고양이들 사이에서도 육탄전은 가끔 벌어지는 일이고, 어떻게 보면 놀이를 통해 싸우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힘이 약한 어린 고양이에게는 왠지 괴롭힘을 당하는 것 같아 속상한 일일 수도 있을 텐데요. 고동이는 주변의 시선을 별로 개의치 않는 것 같습니다. 이건 아프리카 맹수도 아니고...사진이 묘하게 찍혔는데-_-; 고동이가 갑자기 달려들어 허벅지를 물어뜯는 바람에 기겁한 짝짝이가 필사의 반격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고, 이 아저씨가 고양이 잡네!" 귀를 납작하게 만들고 고함을 질러봅니다만, 소용 없습니다. 공격은 다시.. 2010. 10. 25. 아기 길고양이의 '수줍은 발라당' 반가움을 표시하는 어른 고양이의 발라당 자세는 거침이 없습니다. 스밀라도 가끔 저를 거실로 데려가서, 몸을 바닥으로 툭 던지고 쓰다듬어 달라는 듯이 배를 드러내곤 하는데, 길고양이의 발라당도 마찬가지로 사랑스럽습니다. 특히 발라당 자세의 묘미는 절반으로 접은 앞발의 귀여운 각도와 '아잉~그냥 갈 거야?' 하고 말하는 듯 고개를 갸웃한 자세가 핵심입니다. 벌써 몇 년째 밀레니엄 일족의 대장 노릇을 해온 카오스 대장냥은 오랜 세월의 노련한 경험으로 발라당의 기본 자세를 연출해 냅니다. 하지만 올해 처음으로 세상 빛을 본 아기 길고양이 통통이는, 발라당 동작의 시늉을 하기는 하나, 아직 그 핵심을 모릅니다. 발라당의 기본은 애정을 표현하는 대상의 눈에 잘 띄는 곳에서, 약간은 유혹하는 듯한 느낌으로 해야 하는.. 2010. 10. 24. 담타기의 달인, 길고양이 도시에서 마주치는 동물 중에서, 고양이처럼 담타기를 능수능란하게 해내는 동물이 또 있을까요? 열대지방에 사는 '도마뱀붙이'는 발바닥에 난 미세한 털과 벽면이 서로 맞붙을 때 생기는 '반데르발스의 힘'을 이용해서 담벼락은 물론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서도 척척 다닌다고 합니다만, 고양이 발바닥은 딱히 그런 묘한 털이 난 것 같지 않고, 매끈매끈하기만 하니...게다가 장모종의 발바닥 털은 오히려 착지 실패를 유도할 만큼 미끄덩거리게 만들죠. 그러니 길고양이 담타기 능력의 비밀은 역시 처음 뛰어오를 때의 도약력과, 억센 발톱이 고리 역할을 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90도의 수직 담도 평지를 딛듯 거침없이 올라갑니다. 누군가에게는 허물어져 가는 담벼락이지만, 이제 이곳은 길고양이만의 전망대가 되지요. .. 2010. 10. 22. 고양이 입 속에 장미꽃잎 있다 고양이가 입 속에 장미꽃잎을 물고 있는 거, 아세요? 평소엔 사람들이 뺏아갈세라 꼭꼭 숨겨 보이지 않아요. 고양이가 세수를 하느라 혀를 길게 내밀 때만, 수줍게 세상으로 얼굴을 내미는 그런 장미꽃잎이거든요. 고양이는 한가로울 때 장미꽃잎으로 몸을 닦아요. 사람들이 키우는 장미는 줄기에 가시를 품었지만 고양이의 장미는 꽃잎에 가시를 품고 있어요. 그 가시는 날카롭지 않고 까끌까끌하기만 해서, 길고양이의 묵은 때를 이태리타올처럼 시원히 벗겨줘요. 향기는 없지만 고양이에겐 참 고마운 장미꽃잎이에요. 누구에게나 장미꽃 한 송이쯤 마음속에 있는 거잖아요. 길고양이도 그래요. 고양이가 입 속에 품은 장미꽃잎을 마음의 눈으로 봐줄 사람, 길다란 고양이 혓바닥을, 까실까실한 그 감촉을 징그럽다 않고 사랑스럽게 봐줄 사.. 2010. 10. 22. 아기 길고양이의 '식빵 굽는 시간' 아기 길고양이가 어른이 되어가는구나 느낄 때가 있습니다. 주변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혼자 식빵을 구울 때입니다. 가만히 식빵을 굽는다는 건, 조금은 마음을 내려놓았다는 것. 작은 흔들림에도 깜짝 놀라고 도망부터 먼저 가는 겁많은 아기 고양이에서, 도망가야 할 때와 있어야 할 때를 아는 청소년 고양이로 자라나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사람으로 치면 질풍노도의 시기, 아기 고양이에게는 통통 튀듯이 걷는 모습을 본딴 '용수철의 시기'가 지나고 고요한 식빵 굽는 시간이 찾아온 것입니다. 몸이 자라는 신호는 육안으로도 쉽게 느낄 수 있지만, 마음이 자라는 신호는 가만히 앉아서 바라보아야만 읽을 수 있습니다. 아기 길고양이들의 식빵 굽는 시간도 그렇습니다. 적절한 분위기, 적절한 온도에서만 식빵은 동그랗고 예쁘게 .. 2010. 10. 21. 이전 1 ··· 27 28 29 30 31 32 33 ··· 10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