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술관 식객 길고양이, 미돌이 매일 오후가 되면, 성북동갤러리 앞으로 밥을 얻어먹으러 오는 식객 길고양이가 있습니다. 평소 유기동물과 멸종동물을 위한 전시를 기획해온 관장님은 매일 길고양이 밥을 챙겨주고 계시는데 친해진 길고양이에게는 이름도 미돌이라고 붙여주었습니다. 이름의 정확한 사연까지는 아직 여쭤보지 못했지만, 미술관 앞 길고양이라 그렇게 지은 것일까 싶기도 해요. 이 미돌이가 은근한 미묘입니다. 젖소무늬 대칭 가면을 얼굴에 쓰고 등허리엔 검은 숄을 두른 모습이, 젖소무늬 고양이의 표본 같아요. 이 전시장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다 동물을 좋아한다는 걸 아는지 잘 도망가지도 않습니다. 자동차 아래 숨어 있다가, 슬그머니 나와서 밥을 먹으려 하는데요, 지금도 시선은 밥그릇 쪽을 향해 있어요. 사람에게 완전히 경계를 푼 것은 아니어서,.. 2010. 10. 16.
아기 길고양이의 '뒷발 경례' 지난 달 노랑아줌마가 잠깐 데리고 나왔지만, 너무 수줍어해서 나무 뒤로 숨기만 했던 녀석들과의 첫만남 사진 기억나시죠? 그땐 아직 눈 색깔도 아직 정해지지 않아서 회색이 돌았는데, 이제는 갈색 눈동자 쪽으로 거의 자리를 잡았습니다. 황금마스크를 쓴 것 같은 얼굴이라 아명을 황금이로 부를까 했는데, 이렇게 전신을 제대로 보니 생각나는 이름이 있습니다. '피구왕 통키'요^^ 천상 이 녀석은 통키로 불러야겠습니다. 은은하게 비치는 저녁 햇살을 받으며 식빵을 굽고 있는 통키. 무사히 자라나고 있어 다행입니다. "안녕하세요, 정식으로 인사드려요~" 하는 듯이 뒷발을 들어 머리를 긁고 있습니다. 아기 고양이의 '뒷발 경례' 같지요? 경례는 각이 잡혀야 한다지만 여기는 군대도 아니고 하니까 발가락 끝이 좀 굽힌 것 .. 2010. 10. 15.
길고양이, 연륜의 차이는 표정이 말해준다 지붕 단열재 빈틈에 세들어 사는 길고양이에게 인사하러 갑니다. 같은 상황에서도 나이 많은 길고양이는 여유롭게 대하는 반면 아직 어린 녀석은 뭘 해도 서투르고 겁이 나기만 합니다. 저를 빤히 바라보는 어른냥과 반대로 두근두근,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려고 눈을 외면하는 청소년 고양이가 사랑스럽지만 한편으론 안쓰럽기도 하네요.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서자 어린 고양이의 눈동자는 더욱 동그래지고, 어른 고양이는 '흠...한번 내려가 볼까?' 하는 듯한 표정으로 유유자적 아래를 바라봅니다. "에잇, 일단 숨고 보자!" 청소년 고양이는 결국 쏙 숨어버립니다. 초점을 맞추기도 전에 잽싸게 들어가는 통에 심령사진이 나왔네요. "그렇게 새가슴으로 험한 세상을 어찌 살려고...아직 어린애구나." 한숨 쉬며 말없이 발아래를 바.. 2010. 10. 14.
하품하는 길고양이, 놀라운 입 크기 1300K , 텐바이텐, 바보사랑 판매중(사이트명 클릭하면 이동합니다^ㅅ^) 고양이의 유연함은 종종 사람들을 놀라게 하곤 합니다. 몸을 웅크리고 있다가 기지개를 쭉 펼 때나, 갑작스레 하품할 때면 고무고무 열매를 먹었나 싶을 만큼 신체 부위가 쭉쭉 늘어나니까요. 평소 겉으로 보이는 고양이의 입은 ㅅ자로 굳게 다물려 있기에 하품할 때 고양이 입 모양의 변화가 더욱 놀랍게 보이는지도 몰라요. 가끔 고양이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가 나올 때, 흔히 들어가는 사진이 고양이의 하품 장면입니다. 입을 크게 벌리니 송곳니가 드러나고, 눈이 옆으로 쭉 찢어져서 어쩐지 위협하는 것만 같고, 괜히 꽉 깨물 것 같다고 생각되기 때문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고양이 입장에선 이런 평가는 억울한 면이 있어요. "난 그냥 졸려서 .. 2010. 10. 13.
길고양이 대장의 '노란색 완장' 1300K , 텐바이텐, 바보사랑 판매중(사이트명 클릭하면 이동합니다^ㅅ^) "어머, 그 옷 예쁘다. 언제 산 거야?" "이 옷 원래 있던 건데? 너 나한테 관심이 없구나-_-" 가끔 이런 대화가 오갈 때가 있습니다. 칭찬해주려다 오히려 친구에게 미안해졌던 순간 말이죠. 너무 친숙해서 무심코 지나쳐버린 탓인지 있던 옷도 새롭게 보이는 때가 있습니다. 길고양이에게도 그런 날이 있습니다. 카오스 대장냥은 대개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거나, 아니면 네 발로 종종종 걸어다닐 때가 대부분이라, 가슴팍의 무늬를 자세히 볼 기회는 많지 않은데, 이날따라 가슴을 쭉 펴고 저를 맞이해 줍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턱시도 와이셔츠 무늬로만 보였던 앞가슴 양쪽으로, 노란 팔토시를 끼고 있는 거였어요. "흥, 이건 내가 태어.. 2010. 10. 12.
길고양이, 엉덩이 냄새의 유혹 1300K , 텐바이텐, 바보사랑 판매중(사이트명 클릭하면 이동합니다^ㅅ^) 노랑 아줌마가 입맛을 다시며 기분좋게 길을 가고 있을 때였습니다. '앗, 엉덩이다!'하며 반갑게 얼굴을 들이미는 녀석이 있습니다. 고양이는 친밀감을 표현할 때 엉덩이를 내밀곤 합니다. 사람의 기준으로 보기엔 좀 민망하지만, 그렇게 서로 냄새도 맡고 안부를 확인하곤 하지요. 꼬리를 쳐들고 기분 좋게 가는 아줌마를 보고, 엉덩이 냄새를 맡으라고 허락한 것인가 싶어 얼굴을 들이댄 모양입니다. 하지만 뒤에 누군가 따라오는 줄 알 턱이 없었던 노랑아줌마는, 털썩 자리에 앉아버립니다. 덕분에 고동이는 꼬리로 한 대 얼굴을 세차게 얻어맞았습니다. 꼬리가 회초리처럼 이마를 후려쳤지만, 그래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냄새를 맡는 걸 보니, 노랑아줌.. 2010. 10.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