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사랑해!" 아기 길고양이의 애정공세 고양이만큼 인사를 좋아하는 동물이 있을까요? 서로 코를 맞대고 입을 부비며 안부 인사를 하는 건 고양이나 사람이나 마찬가지랍니다. 노랑아줌마를 발견한 아기 길고양이 통키가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코를 내밀어 고양이 인사를 합니다. 기분이 좋아서, 가느다란 꼬리도 하늘로 휭휭 날아갈 것 같아요. 행복한 순간을 오래 간직하려는 듯 지그시 눈 감아봅니다. 고양이 인사를 마친 고양이가 그윽하게 눈 감을 때가 참 사랑스러워요. 세상 모든 고양이들이 이 순간만큼은 배고픔도 근심도 다 내려놓고 행복해지는 것 같아요. 겨우 노랑아줌마 턱까지 올라올까 말까 한 통키. 아직은 엄마의 그늘이 더 필요한 시절이예요. 이름처럼 용감무쌍한 고양이가 되려면 한참 더 자라야 하겠네요. 저만치 뛰어갔다가도 엄마 그늘로 다시 돌아와 부비.. 2010. 10. 20. 길고양이의 '재활용 낙엽 방석' 자연은 말없이 계절의 변화를 전합니다. 낙엽이 지는 것도, 혹한기를 날 수 없는 나무가 불필요한 짐을 최대한 버리고 살아남기 위해서입니다. 자연이 버리고 간 것도, 길고양이는 알뜰히 재활용합니다. 뭐든 깔고 앉기 좋아하는 고양이에게 엉덩이가 따끔따끔한 돌바닥보다는, 낙엽으로 된 방석처럼 뭔가 중간에 완충 장치가 있어야 편할 테니까요. 그러고 보면 길고양이는 재활용의 명수인가 봅니다. 개미마을 꼬리와 셤이 가족을 만나러 가던 도중 고양이가 보여 잠시 멈춰 선 길에, 덤처럼 만난 턱시도 고양이 백비입니다. 아직은 단풍철이 아니어서, 낙엽의 비중보다 나뭇가지의 비중이 더 많은 탓에 엉덩이가 살짝 배길 것 같지만, 개의치 않고 자신만의 은신처를 만들었습니다. 턱시도 고양이는 얼굴의 까만 털이 어디까지 내려오는지.. 2010. 10. 20. "허름해도 고마워" 길고양이 천막집 사람들이 긴팔옷을 꺼내 입는 계절, 길고양이들도 겨울을 준비합니다. 겨울 털이 좀 더 촘촘하게 나기는 하지만, 부쩍 차가워진 가을바람은 털 사이로 사정없이 비집고 들어옵니다. 이런 날이면 허술한 천막집의 존재도 고맙게만 느껴집니다. 여름에는 햇빛 가리개가 되어주던 천막은, 겨울의 매서운 바람을 막아줄 테니까요. 오늘은 밀레니엄 고양이 일족인 짝짝이가 천막집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바로 옆 컨테이너 가건물의 단열재로 쓰는 스티로폼은, 길고양이에게도 한 조각 따스함을 전해줍니다. 이 위에 있는 한, 발이 시려울 일은 없습니다. 고개를 수그린 채 멀찍이 떨어져 앉아 저를 올려다보는 것으로 의심스러운 마음을 표시하던 짝짝이는 일단 경계를 풀기로 한 모양입니다. 짝짝이는 이대로 앉을까 말까, 도망갈까 말까 하다가.. 2010. 10. 19. 통통해서 슬픈 길고양이의 줄행랑 몇 미터 앞에서 저를 발견한 길고양이, 순간 몸을 움칫하더니 도망갈 구멍을 찾습니다. 아무래도 처음 본 낯선 사람에게 경계심부터 들었던 모양입니다. 한데 통통해진 몸집 때문에 어린 시절 즐겨 숨던 하수구멍엔 도무지 들어갈 수 없습니다. 아기고양이 몸집이라면 쏙 들어갈 정도의 하수구멍이지만 이제 어른이 되어 잔뼈가 굵어지고 통통해진 길고양이에게는 아무래도 저 곳은 피난처로 무리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이곳을 제 집 삼아 살아왔을 길고양이에겐 어디로 가면 숨을 수 있을지, 인간의 손을 피할 수 있는지 모두 머릿속에 입력되어 있겠지만, 예전의 어리고 가녀린 몸매가 아니라 통통한 중고양이로 훌쩍 자랐다는 것은 미처 계산에 넣지 못한 것 같습니다. "옛날엔 분명히 저 구멍에 쏙 들어갈 수 있었는데, 이런 낭패가.... 2010. 10. 19. "나 잘했어요?" 칭찬받고 싶은 길고양이 대나무에 매달려 씨익 웃음 짓던 개죽이를 기억하시나요? 누가 받쳐줘도 붙잡기 어려울 듯한 나무를 앞발로 끌어안고 묘한 표정을 지은 그 강아지는 '개죽이'라는 별명을 받고 모 사이트의 인기 마스코트가 되었던 적이 있지요. 한데 고양이에게도 개죽이 못잖은 매달리기 솜씨를 자랑하는 친구들이 많답니다. 특히 나무타기를 좋아하는 고양이에겐 더 그렇고요. 어린 고양이는 어른들이 하는 시범을 보고 기술을 익히는데, 저번에 소개했던 노랑아줌마의 시범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뛰어오르기 전에는 위를 올려다보며 높이를 가늠합니다. 나무를 탈 때는 주저없이, 발톱을 세우고 한달음에 평지를 달리듯 뛰어올라야만 합니다. 미끄러질 것을 생각하고 겁부터 먹는다면 나무타기에 성공할 수 없습니다. 아직 여린 발톱이지만 까끌까끌한 소나무.. 2010. 10. 18. 길고양이 혈투도 멈추게 하는 '밥의 힘' 땅 위를 주된 거처로 삼고 사는 길고양이가 있는 한편, 지붕을 주 서식지로 삼고 살아가는 고양이도 있습니다. 새가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지붕이나 나뭇가지 위에서 안심하는 것처럼, 높은 곳도 비교적 자유롭게 오르내리는 길고양이 역시 지붕을 안전가옥으로 선호합니다. 다만 도미토리 같은 곳에서 2층보다 오르내리기 쉬운 1층 침대가 선호되는 것처럼, 같은 영역 중 지붕에서 살아가는 녀석들은 불편함을 감수하고 지내야 하기에, 대개 1층 고양이와의 세력다툼에서 밀린 고양이들이 지붕 위로 쫓겨가곤 합니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지붕 위에서도 길고양이의 세력 다툼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밀레니엄 지붕 고양이의 일족인 삼색 길고양이 둘이 노려보고 이빨을 드러내는 폼이, 혈투를 막 시작할 모양입니다. 둘 다 삼색이인지라.. 2010. 10. 17. 이전 1 ··· 28 29 30 31 32 33 34 ··· 10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