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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칫밥 먹는 배고픈 길고양이 어느 집에서 먹다 남은 음식을 길고양이 먹으라고 내다 놓았는지, 전단지 위에 음식 찌꺼기가 놓여 있습니다. 길고양이 입장에서는 이런 횡재가 없습니다. 먼저 주워먹는 놈이 임자입니다. 누가 올까 두려운 마음에 마음 편히 앉지도 못하고, 금방이라도 도망갈 수 있도록 반쯤 서서 허겁지겁 먹습니다. 하지만 오가는 사람이 많은데 음식은 대로변에 놓여 있어, 마음 놓고 먹을 수가 없습니다. 몇 입 먹고 눈치 보며 옆으로 슬금슬금 피했다가, 사람이 지나가면 또 몇 입. 간신히 앉아서 먹나 했더니 쉴 새 없이 사람들이 지나다닙니다. 저렇게 불안하게 먹다가는 체하기 십상입니다. 눈칫밥 먹다 체하면 약도 없다는데... 섣불리 음식이 있는 자리를 안전한 곳으로 치워주려 했다가는 겁을 먹고 아예 자리를 떠나버릴지도 몰라서, .. 2010. 5. 22.
길고양이 유혹하는 보라빛 향기 길고양이들에게 부러운 점이 있다면, 사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봄날에 유독 '아깽이 대란'이 일어나는 건 따뜻해진 봄바람으로, 사방에서 뭉근히 피어오르는 꽃향기로 한껏 몸이 달아오른 고양이들이, 봄을 맞아 새 생명을 생산해내는 대지의 힘을 받아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조금이라도 하늘에 가까워지려는 듯, 얼굴을 한껏 들고 봄 향기를 맡는 고양이도 어느덧 여름으로 얼굴을 바꾸려 하는 계절을 보내기 아쉬운 듯합니다. 봄이 무르익다 못해 단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늦봄, 보라빛 꽃송이에 둘러싸인 고양이는 얼굴마저 보랏빛으로 화사하게 물들어 버렸습니다. 지그시 눈을 감고 꽃향기에 취한 순간만큼은 세상 어느 고양이도 부럽지 않을 듯합니다. 꽃향기에 충전을 마친 고.. 2010. 5. 21.
흑표범 닮은 카리스마 길고양이 골목길을 걷다 보면 어디선가 찌릿 하는 눈길이 느껴집니다. 얼른 주위를 돌아보면, 대개 길고양이가 몸을 숨기고 눈을 빛내며 저를 관찰하고 있습니다. 사실은 길고양이도 사람을 구경하는 것입니다. 흑표범을 닮은 올블랙의 멋진 고양이입니다. 까만 몸에 더욱 도드라지는 회색 발바닥은 흙먼지가 매일 묻은 탓입니다. 위엄 있는 모습과는 사뭇 다르게 경쾌한 모습으로 종종걸음을 걷는 모습이 귀여워서 뒤를 밟아보았습니다. 고양이는 공사장 임시계단 아래 몸을 숨기고 다시 상황을 관망하고 있습니다. 과연 여기까지 네가 따라올 수 있겠니? 하는 자신만만한 눈빛입니다. 저도 어지간한 곳이면 따라들어가는 편이지만, 계단으로 가로막힌 공사장 뒤편으로는 위험해서 차마 가지 못하고 멀리서 바라만 봅니다. 그렇게 저를 한참이나 바라보던.. 2010. 5. 20.
애간장 태우는 길고양이의 달콤 키스 고양이들이 서로 마음을 전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안부를 묻는 키스만큼 가슴 졸이는 순간도 없습니다. 내밀한 교감의 순간을 인간에게 공개하기를 꺼리는 길고양이들지만, 따사로운 햇빛 아래 길고양이의 마음도 사르르 녹아 무장해제가 되었는지, 둘만의 시간을 저에게 살짝 공개해줍니다. 사실 인간의 기준에서 보았을 때나 키스이지, 고양이 입장에서는 서로 코를 부비며 냄새를 맡아 안부를 묻는 것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두 고양이가 닿을 듯 말 듯 서로 얼굴을 가까이 대는 순간만큼은 저도 왠지 마음이 설레고, 두근두근한 것이 마치 제가 그 인사를 받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서로 거칠게 뒹굴며 흙바닥에서 레슬링을 하던 순간도 있었건만, 이렇게 다정한 모습도 보여주다니... 조금 더 어린 고양이 쪽은 왠지 .. 2010. 5. 19.
길고양이의 생존 필수과목, 공중부양술 길고양이로 살면서 배워야 할 과목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공중부양술입니다. 인간은 할 수 없는 것이기에 귀찮은 미행자를 따돌릴 때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단지 인간을 골려먹기 위한 게 아니라 길고양이의 생존을 위한 필수과목이기도 합니다. 슬레이트 지붕과 담 사이의 거리는 제법 되지만, 고양이는 온몸의 근육을 힘껏 펴고, 단번에 하늘을 날아오릅니다. 해질녘이 거의 다 된 지라 셔터스피드를 최대로 확보하기 위해 감도를 많이 올려놓았지만, 순식간에 벌어졌다 끝나는 고양이의 공중부양을 모두 포착하기에는 기록속도가 딸립니다. 해서 가끔 공중부양을 하는 고양이를 만나도 늘 심령사진같은 사진만 찍곤 했는데, 이날은 마치 자기의 능숙한 공중부양 솜씨를 자랑이라도 하겠다는 듯 공중부양을 두 번이나.. 2010. 5. 19.
우수에 젖은 길고양이 얼굴들 길고양이를 찍긴 해도 제 사진을 찍을 일은 별로 없는데, 오래간만에 절 찍어주신 분이 있어서 사진을 받아보았습니다. 헉! 얼굴이 팅팅 붓고 화장도 하지 않아서 그런지 대여섯 살은 늙어보입니다. 아무 생각없이 담담하게 카메라를 쳐다보았다고 생각했는데 표정도 어쩐지 무겁습니다. 피부든, 마음이든 이제 신경써서 관리하지 않으면 그대로 얼굴에 표가 나는구나 싶었답니다. 팍팍하게 살아온 삶은 그렇게 얼굴에 남는가 봅니다. 걱정을 열심히 해서 문제가 해결된다면 하루종일 걱정만 하겠는데, 막상 그런 것도 아니니 마음을 편하게 가져야 하지만 걱정도 습관인지 잘 그만두게 되지 않습니다. 길에서 마주친 고양이의 표정을 살피다 어느새 그 속에서 제 얼굴을 발견하게 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저 고양이는 무슨 일이 있기에 우.. 2010. 5.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