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이동하는 길고양이, 놀라운 순발력 등나무 아래 식빵을 구우며 단잠에 빠졌던 고양이의 귀가 갑자기 쫑긋합니다. 녀석이 숨은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초등학생의 기척이 느껴집니다. 길고양이의 '초딩 감지 안테나'가 재빨리 회전하기 시작합니다. 고양이가 피하고 싶은 대상 1순위가 '덩치 큰 남자사람'이라면, 아마도 2순위는 초등학생일 겁니다. 덩치는 작지만, 길고양이에게 장난기 어린 관심을 보이는 통에 여간 귀찮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실 초등학생의 호기심이 잘못된 방향으로 뻗어나가면, 고양이를 힘들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에 마주친 초등학생은 그저 무심히 지나쳐 갈 뿐인데, 길고양이 마음은 괜히 조급합니다. 혹시 귀찮은 일이 생길지 모르니 일단 피해놓고 보자는 심산입니다. 번개같이 등나무 위로 몸을 날립니다. 어느새 등나무 꼭대기 .. 2010. 5. 18. 길고양이의 아찔한 공중점프, 멋있어 길고양이가 시도하는 점프는 아찔하지만, 집고양이들이 여간해선 보여주지 않는 대담한 동작인지라 매번 감탄하며 바라보게 됩니다. 이날도 뉘엿뉘엿 지는 햇볕을 쬐던 얼룩무늬 길고양이가 저 멀리 지붕 너머로 눈길을 던집니다. 건너편 지붕 위로 뛰어오르려는 것입니다. 길고양이가 앉아있던 담벼락은 고양이 키의 7~8배 높이는 됨직하고, 바로 밑에 커다란 개까지 있었습니다. 자칫 발을 헛디뎌 떨어지기라도 하면 '고양이 망신'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큰 봉변을 당할 상황이었습니다. 세월의 탓인지 고르게 깔리지 않고 삐뚤빼뚤 허술하게 놓인 기와를 보고 있자니, 고양이가 뛰어오른 무게로 기와가 흔들려 빠지기라도 하는 건 아닌지, 비스듬한 경사에 발을 헛디뎌 아래로 미끄러지는 것은 아닐지 살짝 걱정이 되었습니다. 한편으론 .. 2010. 5. 17. 길고양이를 위한 무지개 다리 길고양이 한 마리가 담장 위에 올라 볕을 쬐고 있습니다. 고개를 쭉 빼고 목을 늘인 모습이 뭔가 기다리는 표정입니다. 앞발을 뻗으면 잡힐 듯이 코앞으로 다가온 봄을 기다리는지... 그러나 이미 흐드러지게 핀 봄꽃이 고양이 등 뒤에 다가와 있습니다. 고양이의 눈을 유혹하는 노란 들꽃도, 곧 있으면 지고 말 것입니다. 혹독한 겨울과 끈적한 여름 사이, 있는둥마는둥 잠깐 머물다 사라질 뽀송뽀송한 봄기운이 아쉽기만 합니다. 길고양이는 오래간만에 만끽하는 짧은 봄볕을 둥그런 등짝 위로 오롯이 받으며, 꽃놀이 하듯 봄구경 하듯 그렇게 가만히 앉아있습니다. 그런 길고양이를 가만히 지켜보는 제 마음도 차분히 가라앉습니다. 집에 돌아와 사진을 풀면서 가만히 보니, 고양이 발 밑에 조그만 무지개 다리가 떠 있습니다. 사진.. 2010. 5. 15. 전봇대 타는 고양이, 깜짝 놀랐어요 길을 걷다 고양이의 절묘한 묘기를 우연히 순간포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전봇대 타는 고양이를 만난 날도 그랬습니다. 언제 길고양이를 만날 지 모르기에 늘 카메라를 대기 상태로 두고 다니는데, 전봇대 근처에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던 삼색고양이 한 마리와 마주쳤습니다. 고양이는 몹시 무료한 듯, 전봇대를 스크래처 삼아 앞발을 박박 긁고 있더군요. 묶여있고 조그만 물그릇도 놓여있는 걸로 보아 반려인이 있는 고양이 같았습니다. '그래, 심심할 텐데 손톱갈이라도 해야 시간이 잘 가겠지...'하고 생각하면서, 만난 기념으로 사진이나 한 장 찍자 하고 카메라를 들었는데, 순식간에 고양이가 용수철처럼 튀어올랐습니다. 너무나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전봇대 기둥뿌리며 전체 상황을 제대로 찍을 겨를도 없었습니다. '나 좀.. 2010. 5. 14. 개와 맞장 뜬 골목대장 길고양이 골목을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개 소리가 들려옵니다. 어쩐지 울분에 찬 듯 다급한 목소리여서, 호기심이 생겨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다가가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닭 쫓던 개처럼 저렇게 망연자실 먼 곳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개의 시선이 가 닿은 곳에는 길고양이 한 마리가 무심히 앉아서 딴청을 부리고 있습니다. "훗, 짖든지 말든지 맘대로 해냥~" "헉! 고양이에게 완전 무시당했네. 이거 '개무시' 맞지? 저 녀석 오늘 좀 손봐주면 안되겠니?" 어이가 없고 화도 났는지, 개가 억울한 눈으로 돌아보며 묻는 듯합니다. 사람이 제 편을 들어줄 거라고 믿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같은 동네 사는 처지에 사이좋게 지내라'고 타이르니, 말을 알아들었는지 아니면 제풀에 지쳤는지, 개는 그만 제 집으로 맥없이 들어가버립.. 2010. 5. 13. [촬영후기] 고양이 마음 담긴 한 장의 사진 촐랑촐랑, 두근두근. 둘 다 새끼인데, 둘의 심리상태는 사뭇 다르다. 아기 길고양이들의 까꿍놀이를 찍었던 날, 이 컷 외에도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지만, 그중에서도 이 사진은 두 길고양이의 상반된 마음이 대조를 이뤄서 좋았다. 유독 내 마음에 남는 사진은 그저 귀엽고 예쁜 모습을 포착한 사진이 아니라, 그 순간 그들이 느낀 감정을 적확하게 보여주는 사진이다. 고양이의 외모만을 담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의 마음을 찍고 싶다. 길고양이가 속마음을 감추지 않게, 나를 바람이나 햇살처럼 대할 수 있게, 내가 고양이에게 편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지켜야 할 것이 있다. 인간의 기준을 내세워 그들의 삶에 섣불리 개입하지 않기, 적당한 선의 안전거리 두기. 고양이가 내게 보이는 경계심만큼, 나도 그들의 .. 2010. 5. 12. 이전 1 ··· 42 43 44 45 46 47 48 ··· 10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