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하는 시간 연휴 기간 짬을 내어 다음넷 블로그에 있던 글을 조금씩 갈무리한다. 이사 전날 밤까지 잡동사니를 뒤적이며 멍하니 생각에 잠기는 사람처럼, 가져와야 할 글을 주섬주섬 골라 새 블로그에 담는다. 작년 4월 catstory.kr 도메인을 구입하고도 블로그 이전을 차일피일 미뤘었다. 이글루스는 2003년부터, 다음넷 블로그는 2005년부터 써 왔으니 이런저런 추억도 있고, 그전의 블로그가 폐가처럼 방치될 것을 생각하면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질 것 같아서다. 뭔가를 내 손으로 끝내야 할 때면 늘 그런 기분이 든다. 설레기도 하고, 한편으론 애틋한 느낌. 오늘은 2006년 여름 무렵 만들었던 길고양이 엽서들을 가지고 왔다. 스킨으로 썼던 이미지를 버리기가 아쉬워서 짧은 글을 붙여 블로그에 올리면서 엽서라고 불렀다. .. 2008. 2. 9. 고개를 숙이고 걷는 고양이 갤러리 잔다리로 가는 길에 고양이를 만났다. 고양이는 고개를 숙이고, 평균대처럼 도드라진 길의 경계선을 따라 걷는다. 아무 생각도 없는 것처럼 느릿느릿 걷던 녀석은, 제 뒤를 쫓는 인간의 기척을 느끼고는 발걸음이 빨라졌다. 뛰지는 않지만, 초점을 맞추며 따라 걷기에는 버거운 속도다. 꼬리 짧은 고양이는 어쩐지 쓸쓸해 보인다. 깃발을 빼앗긴 패잔병 같다. 의기양양해서 꼬리를 잔뜩 치켜세울 일이 있어도, 전투 자세로 들어가 상대방을 위협해야 할 때도, 저렇게 짧은 꼬리로는 영 폼이 나지 않는 것이다. 짧은 꼬리 고양이를 볼 때마다, 먼지떨이처럼 길고 풍성한 스밀라의 꼬리를 생각한다. 기분이 좋을 때면 스밀라는 무슨 의식이라도 거행하듯이 꼬리를 바짝 치켜들고 거실을 사뿐사뿐 행진한다. 내가 퇴근해서 집에 오면.. 2008. 1. 22. 길고양이의 생활 사진 종각역으로 가는 길에, 식당 앞에 있던 길고양이. 네 마리가 진을 치고 앉아 음식쓰레기가 나오기를 기다린다. 첫 번째 사진에 없는 젖소고양이 한 마리는 자동차 밑에 드러누워 관망 중이시다. 이렇게. 자동차 밑에 있는 녀석을 찍으려면 몸을 웅크리고 카메라를 땅에 붙여야 하는데, 그 자세로 무릎 꿇고 앉아있었더니 식당 주인 아저씨가 문을 드륵 열고 "뭐하세요?" 하고 묻는다. "아, 예, 고양이요." 하면서 차 밑을 가리키니, 어디 아픈 줄 알았단다. 하긴 내 자세도 좀 그랬지. 몸이 안 좋아서 쓰러지려고 하는 것처럼 보였을지도-_-; 안전거리를 유지하면서 서로 관찰 중. '뭔가 신기한 녀석이 나타났다' 하고 온몸으로 말하고 있다. 인기척이 나도, 식당 앞 명당 자리를 떠나지 않는 녀석들도 있다. 배가 몹시.. 2007. 8. 26.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3쇄 찍었습니다. 책이 판매되는 추세로 봐서 올해 안에는 3쇄 찍겠다 싶었는데, 예상보다 조금 빨리 찍게 됐네요. 소리없이 책을 사서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려요. 작은 탐닉 시리즈가 다섯 권째 나오면서 이벤트도 준비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까만색 양장본이 3쇄 견본과 함께 배달된 탐닉 노트입니다. 원 책보다 크기가 조금 작습니다. 첫 장을 여니 '나만의 탐닉 노트'라고 되어 있네요. 길고양이 책에 들어갔던 사진 중에서 몇 장을 추리고, 책 내용을 짧게 발췌해 실었습니다. 스밀라도 있고 애깽이도 있네요. '작은 탐닉' 시리즈는 2007년 6월 현재 길고양이, 이색 제품 리뷰, 와인, 포스트잇 다이어리, 아프리카 등 다섯 가지 주제로 나와 있습니다. 거의 한 달에 한 권 꼴이로군요. 다른 네 권의 책에 실린 사진들도 함께 들어.. 2007. 6. 11. 어둠속의 고양이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 만난 고양이. 잘 안 보이지만 차 밑에 옹송그리고 있었다. 인기척을 느끼자마자 벌떡 일어서더니 황급히 발걸음을 옮긴다. 네 개의 발이 스르르 유령처럼 움직인다. 휴식을 방해해서 미안. 그래도 만나서 반가웠다네. 2007. 6. 7. 밀레니엄 숲고양이의 산책 키작은 나무 사이로 몸을 숨기고 잰걸음으로 휙휙 지나가는 두 마리 고양이. 카오스 고양이가 앞서고, 젖소 아깽이가 뒤따른다. 카오스 고양이가 걸음을 멈추면, 조용히 따라 가던 젖소 고양이도 발걸음을 멈추고 대기 모드. 나무에 가려 보이지는 않지만, 등을 곧게 세우고 꼬리를 말고 앉은 자세가 상상이 된다. "너 언제부터 따라왔냐옹?" 하는 눈빛으로 뒤돌아보는 카오스 고양이, "뭘요?"하며 딴청을 피우는 젖소 아깽이. 하지만 결국 두 마리가 나란히 서서 같은 곳을 바라본다. 두 마리 고양이의 사이가 궁금하다. 카오스 고양이를 잘 따르는 것을 보면 모녀 관계인 것 같다. 2007. 6. 2. 이전 1 ··· 66 67 68 69 70 71 72 ··· 10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