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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의 은신처 밀레니엄 고양이들이 그림자처럼 움직일 수 있는 건 화단 덕분이다. 봄이 오고 나뭇가지에 손톱만 한 잎이 다시 돋으면, 자연스럽게 고양이 은신처가 생겨난다. 고양이들은 나무 밑이 비밀통로라도 되는 것처럼 그 아래로 드나들곤 한다. 가끔 나뭇잎 사이로 꼬리만 빼꼼 내밀고 어슬렁어슬렁. 이 녀석은 나무 밑에 몸을 옹송그려 앉아있다가 딱 눈을 마주쳤다. 나를 올려다보는 황금색 눈이 반짝 빛난다. 2008. 5. 12.
건재한 고등어무늬 고양이 밀레니엄 고양이 무리 중 얼굴이 익은 올드멤버로 카오스 고양이와 고등어 고양이가 있다. 그 중 한 녀석인 젊은 고등어 고양이는, 다른 녀석들이 눈병을 앓을 때도 여전히 건강한 몸을 뽐내며 영역을 누비고 다녔다. 돌아보는 뒷모습에 유독 튼실한 땅콩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참고로 늙은 고등어 고양이가 한 마리 더 있는데, 이 녀석은 눈병 때문인지 한쪽 눈이 일그러진 상태. 등의 무늬만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코 주위의 얼굴 색깔이 다르다. 오래간만에 밀레니엄타워를 찾았던 날도, 젊은 고등어 고양이는 어린 회색 고양이의 뒷목덜미를 물고 짝짓기에 여념이 없었다. 아직 이쪽 깊은 곳까지 TNR의 손길이 미치지는 못했을 테니 저 녀석은 앞으로 몇 차례 더 씨를 뿌리고 다닐 텐데, 암컷 고양이들만 고생하는 건 아닌지... 2008. 5. 5.
밀크티 고양이 밀레니엄타워 근처에는 밀크티 고양이가 산다. 보통은 이런 생김새면 황토색 줄무늬가 되었을 텐데, 황토색에 우유를 살짝 탄 것 같은 색깔이 되어서 밀크티 고양이. 그런 기준이라면 카페오레 고양이로 불러도 되겠지만, 어쩐지 밀크티 쪽이 좀 더 친근감이 간다. 털색과 어울리는 아름다운 호박색 눈을 하고 있다. 뽀독뽀독 소리나게 세수를 시켜주고 싶은 얼굴 >ㅅ< 가만 보니까 기지개를 켜면서 하품을 하고 있잖아-_- 웅크리고 앉았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몸매가 늘씬늘씬. 시원하게 하품하는 고양이를 보면 입속에 손가락을 쏙 넣어보고 싶어진다. 하지만 아직 스밀라에게도 시도해보지 못한 일이다. 콱 물진 않겠지만 어쩐지 기분 나빠할 거 같아서. 스밀라는 내가 되도 않은 장난을 치면 채머리를 흔들면서 신경질을 낸다. 밀크.. 2008. 5. 3.
한쪽 눈 잃은 길고양이의 세상보기 길에서 마주치는 고양이 중에서 눈의 건강이 좋지 않은 경우를 종종 본다. 인간에게 학대를 당해 눈을 다치는 경우도 있지만, 영역을 지키며 몇 마리씩 무리지어 사는 고양이의 경우, 한 마리가 눈병을 앓으면 빠른 속도로 전염되기 쉽다. 눈물이 줄줄 흐르거나 눈곱이 심하게 낀 고양이라면 십중팔구 결막염에 걸린 것이다. 길고양이끼리 싸우다 각막에 상처를 입고 낫지 않은 채 방치되면, 찢어진 각막 속의 내용물이 흘러나와 결국 실명하고 마는 '각막천공'이란 병에 걸리기도 한다. 늘 건강하고 활기찼던 밀레니엄 고양이들도 지난 겨울 눈병을 피해갈 수 없었던 모양이다. 얼핏 보기에도 눈이 편치 않은 고양이가 서너 마리다. 밀레니엄 고양이 무리에서 왕초 노릇을 하는 고등어무늬 고양이는 오른쪽 눈이 일그러져 제대로 볼 수 .. 2008. 5. 2.
주말 길고양이 출사 예정 오래간만에 올려보는 길고양이 사진. 2006년부터 쭉 썼던 니콘 D70을 유진에게 넘겨주고 한동안 구형 똑딱이로 버티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카메라를 주문했다. 원래 이번 주에 도착했어야 했는데 물건 없다고 다음 주에나 온단다-_- 5월 초부터 출근하는데, 첫 출근일이 2일에서 6일로 미뤄져서 잠깐 여행이나 다녀올까 했더니 결국 못 가게 될 듯하다. 아쉽긴 하지만 정리해야 할 일도 남았고 하니, 차분하게 기다리다가 카메라 오면 동네로 길고양이 출사나 나가야겠다^ㅅ^ 2008. 4. 27.
이와고 미츠아키의 길고양이 사진집 사야 할 잡지 과월호가 있어 도쿄 진보초 헌책방 거리를 찾아갔다가, 마침 산세이도 서점이 눈에 띄어 들렀었다. 헌책방은 아니고 새책방이지만, 지금은 망해버린 종로서점 같은 고색창연한 인상이다. 건물 벽에 'SINCE 1881'이라고 적힌 동그란 로고가 붙어 있어, 나름의 연륜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여기서 이와고 미츠아키(岩合光昭)의 길고양이 사진집들을 보고 지름신 강림이 두려워서 딱 한 권만 사기로 결심했는데, 그냥 그때 확 다 사 버리는 게 나았을 텐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쉽다. 그날 심사숙고 끝에 골랐던 책은 이것. 일본 뿐 아니라 세계의 길고양이들을 담았는데, 멋지고 익살스러운 사진들이 많다. 무엇보다도 표지가 사랑스럽다. 콧방울 풍선을 매단 고양이라니! 판권을 보니 2005년 5월 출간된 책인.. 2008. 4.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