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간과 동물 사이, 몽환적인 인형들 [예술가의 고양이 1] 인간과 동물 사이, 몽환적인 인형들-인형작가 이재연 인형작가 이재연의 작품은 인간과 동물의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 환상동화 속에서 걸어나온 듯한 그 인형에는, 낯설지만 묘한 매력이 있다. 경계를 의식하지 않는 존재들이 늘 그렇듯, 어디에도 속하지 않지만, 어디로든 스스럼없이 스며든다. 기묘하고 매혹적인 판타지를 인형으로 빚어내는 작가 이재연을 만났다. 이재연의 일산 작업실 입구는 피규어로 쌓은 성벽 같다. 어두운 지하계단을 내려가 문을 열고 들어서면, 유리관처럼 투명한 상자에 담긴 피규어들이 벽을 따라 빼곡히 들어찼다. 그의 작업실이 피규어 쇼핑몰의 창고도 겸한 까닭이다. 피규어 성벽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따라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가니, 그제야 작업공간이 보인다. 컴퓨터 .. 2009. 2. 5.
'예술가의 고양이' 연재를 시작합니다 예술가와 고양이, 잘 어울리는 한 쌍 같죠? 아마도 자신만의 세계에 침잠하며 작업에 몰두하는 예술가의 이미지와, 예민하고 조심스러운 고양이의 속성이 비슷하기에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2009년 1월 새롭게 연재할 인터뷰 ‘예술가의 고양이’에서는, 예술가와 함께 살며 창작의 영감을 준 고양이의 사연들, 그 과정에서 작품으로 태어난 고양이의 매력을 만나봅니다. 인형, 사진, 회화, 조각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양이를 모티브로 삼아 창작활동을 하시는 분들, 그리고 고양이와 꼭 함께 살지 않더라도 고양이의 매력에 빠져 관련된 작품을 만드는 분을 찾아뵐 예정입니다. 첫 번째로 찾아간 곳은 '피비, 조이, 모니카' 세 마리 고양이와 함께 사는 구체관절인형작가 이재연 씨의 작업실입니다. 사진 모델은 피비입.. 2009. 2. 3.
내면의 그림자를 조각하는 스토리텔러-조각가 천성명 [문화와 나/ 2008년 겨울호] 수도승처럼 파르라니 깎은 머리, 죄수복 같기도 하고 어릿광대의 무대복 같기도 한 줄무늬 셔츠를 걸친 사내들이 어두운 작업실에 줄지어 섰다. 조각가 천성명은 자신의 페르소나인 그들을 몽환적인 잔혹극 속으로 불러낸다. 누군가는 천성명의 연극적인 조각에서 상처를 읽어내고, 누군가는 어두운 내면의 투쟁을 본다. 그러나 두려워 눈을 가리고 달아나면서도 기어이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그의 작품 속에 있다. 천성명은 경기 화성시 동탄면 목리창작촌의 컨테이너 작업실에서 하루에 12시간씩 창작에 전념한다. 정오께 작업실로 왔다가, 자정이 다 되어서야 수원 집으로 향하는 것이 그의 하루 일과다. 2001년 무렵, 동료 작가들과 함께 맨땅에 터를 닦아 목리창작촌을 만들었고, 그의 주요 작품.. 2008. 12. 15.
마음을 치유하는 고양이의 매력-고양이 화가’ 이경미를 만나다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함께 있었을 뿐인데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고양이와 살아본 사람이라면 경험했을 마법 같은 순간이 있다. '고양이 화가' 이경미는 그 소중한 경험을 담아 고양이를 그린다. 그의 그림 속에서 고양이는 모델일 뿐 아니라 마음을 다독여주는 친구이고, 신비한 세계로 인도하는 안내자다. 겉으로 보이는 고양이의 모습은 하나지만, 이경미의 고양이 그림은 보는 이의 마음과 경험의 폭에 따라 여러 겹의 의미를 지닌다. 그의 네 번째 개인전 전이 열리는 청담동 표갤러리와 작가의 작업실을 찾아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갤러리에 들어서면, 나란히 걸린 고양이 초상화 한 쌍이 눈에 들어온다. 제목이 각각 와 이다. 성격이 예민하고 때론 까칠한 10살배기 토종고양.. 2008. 10. 4.
바리공주가 부르는 생명의 노래-시인 김선우 [문화와 나 | 2007년 가을호] “저는 버려짐으로써 사랑을 얻은 존재이니, 버려진 것들의 원과 혼을 이끄는 이가 되겠나이다.” 김선우 시인을 만나러 강원도 원주로 가는 길에, 그가 고쳐 쓴 전래 설화 바리공주의 한 대목을 되짚는다. 핏덩이 때 자신을 버린 아비에게 피로 복수하기는커녕, 그 아비 목숨을 구하고자 저승길 떠나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여인, 바리공주가 시인의 몸속에 스며든다. 그의 넋을 입은 시인이 닫힌 입술을 천천히 연다. 생명을 낳고 거두는 모태신의 자궁처럼 아득히 벌어졌다 닫히는 입술로, 아프고 슬프고 괴로운 세상의 모든 혼을 위무하는 노래를 읊는다. 김선우는 2007년 7월 펴낸 세 번째 시집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에서 피 흘리며 죽어간 망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가.. 2008. 9. 8.
두려움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영화감독 민병훈 영화감독에겐 예술영화라는 타이틀이 찬사인 동시에 낙인이다. 예술영화라면 손사래부터 치는 투자자, 개봉에 난색을 표하는 극장주, 보나마나 어렵고 지루할 거라며 관심도 갖지 않는 관객들을 떠안고 걷는 길은 멀고 험하다. 그러나 민병훈 감독은 현실을 달콤한 판타지로 포장해 팔아치우는 사기꾼보다, 우직한 싸움꾼이 되길 원한다. 영화의 절대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그의 고집은, 영화 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집요하고 무모한 삽질과 닮았다. 자신을 극한 상황까지 내몰 때조차, 삽 대신 카메라를 든 민병훈 감독의 ‘삽질’은 결코 무겁지 않다. “깃털처럼 가볍게, 머슴처럼 저돌적으로, 하지만 심각하진 않게.” 그가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픈 삶의 태도는 그러하다. 민병훈 감독이 러시아 국립영화대학 졸업 작품으로 만든 첫 장편.. 2008. 7.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