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살 할아버지 개 '찡이'에게 배운 사랑-동물전문출판사 '책공장더불어' 김보경씨
첫 만남에서 피해야 할 화제로 흔히 정치, 종교, 여성 문제를 꼽는다. 자칫하다가는 소모적인 논쟁으로 이어지기 쉬워서다. 한데 요즘은 여기에 ‘반려동물’ 항목을 추가해야할 판이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지만, “잡아먹을 수도 없고, 다 컸다고 효도할 것도 아니고, 오래 살지도 못하는데 왜 키우느냐”며 마뜩찮게 여기는 사람들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반려동물은 그 ‘쓸모없는 사랑’의 기쁨을 가르쳐준다. 함께 나이를 먹어갈수록 소중해지는 사랑이란 인간들 사이에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다른 생명과도 공유할 수 있다는 것도. 사람들이 처음에는 자기 집 동물에만 관심을 갖다가, 어느 순간부터 야생동물, 유기동물, 동물원 동물, 심지어 실험동물에게도 연민을 느끼는 건, 이미 그 사랑에 중독됐기 때문이다...
2007. 5. 23.
오직 춤을, 업으로 삼다-안무가 홍승엽
[문화와나/ 2006년 여름호] 아차산역 근처에 위치한 무용단 ‘댄스씨어터 온’의 지하 연습실. 왈츠 풍 연주곡에 맞춰 3인무를 추는 남성 무용수들 사이로, 안무가 홍승엽(44)의 날카로운 지적이 쏟아진다. “죽어가는 사람이 살려고 올라오는 장면인데, 술 취한 사람 같은 느낌이 든단 말이야.” “걸음에 체중이 안 실리네, 체중, 체중, 체중!” 전용 의자에 앉아 손짓으로 움직임을 지시하던 홍승엽이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는가 싶더니, 급기야 무용수들 앞으로 나선다. 느슨한 삼각 대형을 이뤄 흐느적흐느적 춤추던 무용수들이, 추가된 꼭짓점을 중심으로 갑자기 긴장한다. 그가 춤추며 두 팔을 솟구쳤다 툭 떨어뜨릴 때, 안무가 홍승엽은 사라지고, 죽음과 삶 사이에서 휘청대는 익명의 인간만이 남는다. 리듬을 타고 분방..
2006. 6.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