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제주 테디베어박물관 [주간한국/ 2006. 1. 18] 유명한 테디베어 애호가인 영국 배우 피터 불은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조그만 테디베어와 함께 35년이 넘도록 세계를 다녔다고 한다. 그 주인공이 키 9㎝의 미니어처 테디베어 ‘씨어도어’다. 빨간 방석이 달린 전용 의자, 여행 가방을 지닌 씨어도어는 피터 불에게 유일한 외로움을 덜어주는 친구였다. 한 신문 보도에 따르면 세태가 각박해지고 경쟁 사회가 치열해질수록 ‘위로 산업’이 발달한다고 한다. 이 위로 산업에서 호황을 누리는 것으로 폭신폭신한 털이 달린 테디베어를 빼놓을 수 없다. 포근한 털을 지닌 곰돌이 인형 테디베어는 어린이나 여성뿐 아니라 성인 남성에게도 위로의 대상이 될 만큼 친근감을 지닌 존재다.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되돌려주는 좋은 매개체가 되기 때문이다. 이.. 2006. 1. 18.
화봉책박물관 [주간한국 | 2005.12. 13] “열독가가 실용주의자라면 수집가는 낭만주의자다. 수집가는 책의 다양한 효용가치를 좋아하고 책 그 자체를 순수하게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책에서 얻은 지식이나 문자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삶 그 자체로서 사랑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책은 그들에게 읽어야 할 대상일 뿐만 아니라 늘 곁에 두고 다양한 대화를 나누고 싶은 친구인 셈이다.” 인용구라기엔 다소 길지만 《전작주의자의 꿈-어느 헌책 수집가의 세상 건너는 법》의 저자 조희봉의 이 말은, 책을 좋아하고 모으는 수집가들이라면 충분히 수긍할 만큼 설득력이 있다. 책을 좋아하다 보면, 하나 둘 모은 책이 어느 순간 주체할 수 없이 늘어난다. 종국에는 책꽂이가 넘치고, 미처 꽂지 못한 책이 방바닥에 쌓이다가, 나중에.. 2005. 12. 13.
우리 소리를 담은 대중 음악을 꿈꾸며-월드뮤직그룹 '바이날로그' [문화와나 2005년 가을호] 창작 타악 그룹 푸리, 국악 실내악단 슬기둥 출신으로 타악 보컬을 맡은 장재효(36), 영화 O.S.T 디렉터였던 베이시스트 이상진(36), 국립국악원 관악 주자 출신 이영섭(28), 국악 작곡을 전공한 키보디스트 양승환(27)이 의기투합해 2003년 1월 결성한 ‘바이날로그’. 그룹 연륜은 짧지만 멤버 각자의 음악 경력은 10여 년을 헤아린다. 국악과 양악이 조화로이 공존하는 바이날로그의 음악을 창작 국악, 혹은 퓨전 국악이라 부르는 이가 있는가 하면, 심지어 국악 재즈라 칭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실상 이런 구분은 무의미하다. 전통 국악과 창작 국악 사이의 완충 지대 ‘바이날로그’는 전통 국악의 연장선에 있는 다른 창작 국악 그룹과 달리, 철저히 대중 음악을 지향한다. .. 2005. 12. 4.
인간의 원초성 탐색하는 영원한 여행자-연출가 양정웅 [문화와나 2005년 겨울호] 인류 최초의 무대, 그 위에서는 어떤 난장이 펼쳐졌을까? 필시 몸짓과 춤과 노래가 언어 대신 넘쳐났을 것이다. 리듬을 타고 치솟았다 급격히 하강하는 몸의 궤적이 보는 이의 심장을 뛰게 하고, 발끝에서 가슴까지 진동하는 소리의 울림이, 울긋불긋 원초적인 자채가 몸을 뜨겁게 달구었을 것이다. 연출가 양정웅(37)이 지향하는 이미지극은 이처럼 인간에게 내재한 원형질을 건드리고 일깨우는 힘을 지녔다. ‘언어를 넘어선 이미지극’, ‘서양 고전 연극과 동양적 연극 전통의 접목’…. 주목할 만한 차세대 연출가로 빈번히 거론되어 온 양정웅의 연극을 설명할 때 인용되는 수식어다. 만국 공용어인 몸의 언어에 기댄 그의 연극은, 서구 철학에 기반한 논리와 이성으로 대변되는 근대 연극과 다른 지.. 2005. 12. 3.
인사동 목인박물관 전통문화의 거리로 불리는 서울 인사동에 최근 새로운 박물관이 들어서 눈길을 끈다. 350여 점의 올망졸망한 나무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 바로 목인(木人) 박물관이다. 박물관 이름처럼 ‘나무사람’ 조형물을 전문으로 전시하는 이곳에서는 은은하게 빛이 바랜 세월의 흔적을 담은 목인이 곳곳에서 관람객을 반긴다. 12월 초 개관하는 목인박물관을 미리 찾아가 본다. 박물관 입구에서부터 다양한 목인들이 줄지어 서서 관객을 맞이한다. 쌈지길 맞은편 청삿골길 골목으로 한 200여m쯤 올라가다 보면 오른편 골목길에 2층 주택을 개조한 갤러리 겸 박물관이 눈에 들어온다. 물구나무선 목인 부조와 ‘木人’이란 글씨를 새긴 조그만 간판이 박물관의 성격을 미리 알려준다. 목인박물관은 김의광(56) 관장이 30년 전부터 모.. 2005. 11. 29.
쇳대박물관 [주간한국/ 2005. 11. 21] 인간에게 사유재산의 개념이 생기면서 필연적으로 생겨난 자물쇠와 열쇠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사물이다. 자물쇠는 귀중한 물건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기밀문서의 보안을 유지하는 실용적 목적뿐 아니라, 탐심과 물욕을 경계하고 복을 비는 문양을 새기는 등 다양한 용도로 쓰였다. 이와 같은 생활 유물은 실생활에 요긴하게 쓰일수록 하찮게 취급되어온 것이 현실이지만, 자물쇠와 열쇠에 담긴 내적 가치에 주목하고 이를 보듬어온 곳이 있다. 바로 쇳대박물관(www.lockmuseum.org)이다. 열쇠박물관, 자물쇠박물관도 아닌 쇳대박물관이란 이름은 열쇠를 일컫는 경상도 지방 사투리 ‘쇳대’에서 유래한 것이다. 어떤 한 분야를 특화해 모으는 수집가들이 흔히 그렇듯이, 설립자인 최홍규(4.. 2005. 11.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