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ㅅ^ 연이은 마감 야근에 밤늦게 돌아오니 어머니께서 뜬금없이 "이제는 고양이 밖으로 내보내도 된다"고 하셨다. 실은 한 달 전쯤 새벽에 스밀라가 방문을 앞발로 열고 거실로 나왔다가, 아버지와 마주친 적이 있었다. 그날은 그림 그리려고 빌려온 고양이-_-;라고 해명하면서 얼렁뚱땅 넘어갔는데, 그저께 내가 없는 사이에 스밀라가 또 슬그머니 문을 열고 나온 모양이다. 고양이가 종종 방문을 열고 나간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설마 닫힌 문까지 앞발로 긁으면서 당겨서 열 줄이야. 아래로 당겨 여는 문이야 매달리면 열린다지만, 손잡이를 돌려서 여는 문은 그렇게 열지 못할 줄 알았다. 한데 딸깍 소리가 나게 꼭 닫지 않으면 고양이 손힘으로도 문이 열리는 모양이다. 그런데 그날 거실에서 발라당 발라당 노는 스밀라를 본 아버지가.. 2006. 12. 31. . 2006. 12. 28. 눈 속에 비친 아파트 니콘 FM-2에 물렸던 50mm 쩜팔 렌즈를 D70에 물려서 스밀라의 눈을 찍었다. 물론 수동으로밖에 안 되지만 찍을 수는 있다. 스밀라의 눈에 아파트가 담겨 있다. 번들 렌즈로는 잡기 힘든 세밀한 부분도 잡아주는 걸 새삼 실감했다. 그냥저냥 두루 편하게 쓸 수 있어서 번들 렌즈를 써 왔지만, 길고양이를 찍으면서 늘 아쉬웠던 망원 렌즈도 사고 싶다. 저렴한 것은 20만원 정도면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물건을 살 때 충동적으로 지르기보다 오래 뜸 들이며 고민하는 성격이라 아직까지 못 사고 있다. 렌즈를 살 생각을 하면, 바가지를 쓰지 않을지, 핀 문제는 없을지, 이게 과연 지금 내게 가장 적절한 화각인지, 더 좋고 저렴한 게 있진 않을지, 그런 것들을 생각하느라 머리가 아파진다. 가뜩이나 정신없는 상황에.. 2006. 12. 17. 눈 속의 나비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방문을 열었더니 스밀라가 기다렸다는듯이 거실로 쪼르르 달려나간다. 여기저기 킁킁거리며 코를 들이밀고, 그러다 먼지가 코에 들어가 재채기를 하면서도 계속 탐색한다. 책꽂이로 폴짝 뛰어올라, 창밖을 빤히 보는 스밀라. 스밀라 앞에 바짝 다가앉아 눈을 들여다본다. 나비 날개를 손으로 만지면 고운 반짝이 가루가 묻어나오는데, 스밀라의 눈도 그렇다.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홍채를 둘러싼 옥색 물결이 나비 날개처럼 반짝거린다. 한동안 고양이를 왜 나비로 부를까 하고 궁금했는데, 이제 그 이유를 알겠다. 고양이 눈 속에 나비 날개 있다. 2006. 12. 2. 스밀라를 조용히 재우는 방법 한밤중에 방안을 배회하는 스밀라를 어떻게 해야 하나 한동안 고민했는데, 간단한 방법으로 해결했다. 스밀라를 상자 안에 넣어주면 되는 거였다. 적어도 몇 시간 동안은 상자가 둥지인 것처럼 조용히 앉아 있다. 여전히 새벽에 일어나서 나를 밟고 다니기는 하지만. 가슴이 묵직해서 눈을 떠 보면, 스밀라가 네 발을 굳건히 디디고 나를 내려다보며 서 있다. 그래도 얼굴은 밟지 않는 걸 보면 신기하다. 2006. 11. 14. 미안 목이 칼칼해서 ‘감기가 오려나’ 하고 기침약을 사다 먹었는데, 역시나 감기였다. 밤새 열이 오르고 몸살까지 도지는 바람에 꼼짝할 수가 없었다. 결국 출근도 못하고 종일 집에 있었다. 쉬는 동안에도 마음이 편치 않아서, 회사에서 쓰다 만 원고를 만지고 있다. 약 기운에 졸다가 쓰다가 하면서. 지금 미리 앓아두면 월말 마감 때 감기로 고생할 일은 없을 테니까, 그나마 다행일까. 내가 골골거리는 동안, 스밀라도 속이 편치 않아 보인다. 사료를 뉴트로 초이스로 바꿨는데 몸에 맞지 않는지 며칠째 변 상태가 좋지 않더니, 급기야 오늘 아침에는 먹은 걸 그대로 토해 놨다. 헤어볼은 없고, 소화가 미처 안 된 사료 덩어리만 토한 걸 보니 사료가 안 맞는 게 확실하다. 어쩔 수 없이 예전에 먹이던 제품을 다시 주문했다... 2006. 11. 9. 이전 1 ··· 66 67 68 69 70 71 72 ··· 7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