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길고양이 스승님'과 어린 제자 길고양이 세계에서도 스승과 제자 사이가 있습니다. 오랜 길냥생활로 길고양이 은신처의 터줏대감이 된 카오스무늬 길냥이는, 아직 연륜이 짧아 세상 물정 모르는 풋고양이들에게 삶의 지혜를 가르칩니다. 그런 스승님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젖소무늬 고양이입니다. 고양이에게도 흠모하는 감정이 있다면, 아마 젖소무늬 고양이가 스승님에게 느끼는 감정일 겁니다. 이 둘의 사이가 예사롭지 않은 것은, 둘이 언제나 붙어다니곤 하는 모습에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카오스무늬 고양이가 무심히 제 볼일을 볼 때도, 어느새 젖소무늬 고양이는 그림자처럼 따라붙어 있습니다. 고양이가 발소리없이 조용조용 다가오는 건 아시지요^^ 카오스 무늬 고양이가 "저 인간이 안전한지 내가 간을 한번 보겠다" 하며 앞으로 나섭니다. 젖소무늬 고양이는 .. 2009. 4. 3.
새끼 길고양이, 너무 짧아 애처로운 삶 봄은 길고양이들이 한창 태어나는 계절입니다. 계절마다 펼쳐지는 풍경이 다르건만, 자신이 태어난 계절만 기억한 채 세상과 작별하는 고양이들이 있습니다. 너무 짧게 세상에 머물렀다 가는 새끼 길고양이들입니다. 길고양이의 평균 수명이 3~5년 사이라고 하면 '더 오래 산 고양이도 보았는데 어떻게 된 거냐' 묻는 분들이 있습니다. 물론 먹이 환경이 좋고, 주변에 해코지하는 사람이 없고, 조심성 많은 고양이라면, 평균 수명을 넘겨 살아냈을 것입니다. 하지만 1개월을 살다 간 고양이와, 7년을 살다 간 고양이의 경우를 더한 뒤에 마리수로 나눈다면, 평균 수명은 내려갑니다. 특히 질병이나 굶주림, 체온 저하에 취약한 어린 고양이들은 혹독한 거리 생활에서 쉽게 타격을 받습니다. 여느 때처럼 밀크티를 따라다니며 사진을 .. 2009. 4. 2.
길고양이가 눈물 흘리는 이유 길고양이가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신 적이 있나요? 그 커다란 눈에 눈물이 멎지 않아 그렁그렁한 모습을 보면, 짠한 마음에 자꾸만 돌아보게 됩니다. 길고양이 중에는 눈물을 흘리는 고양이가 유독 많습니다. 고양이의 눈에 쉬지 않고 눈물이 나오는 건, 결막염의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사람처럼 슬픈 일이 있어 우는 것과는 다른 이유지만, 아프면 서러운 건 사실이죠. 치료조차 받기 힘든 길고양이 입장에서는 눈물이 날 만도 합니다. 고양이가 자연에서 공짜로 처방받을 수 있는 영양성분이라곤, 햇볕을 쬐면 얻을 수 있는 비타민D 뿐입니다. 그거라도 못 얻으면 건강이 더 나빠지니 양지바른 곳에 앉아 햇볕바라기를 합니다. 피곤한 듯이 고개를 기울이고 앞발을 모아 기운없이 앉았습니다. 눈물 흘리는 고양이를 보면, 저렇게 .. 2009. 3. 31.
내게 용기를 주는 '길고양이의 도약' 불화의 시왕도(十王圖)에 나오는 10가지 지옥 중에서 ‘협산지옥’이란 곳이 있습니다. 두 개의 산 사이에 사람을 놓고, 두 산을 밧줄로 잡아당겨 점점 간격을 좁혀가면서 가운데 낀 사람을 짓눌러 압사당하는 고통을 주는 지옥입니다. 저도 가끔 협산지옥에 마음이 눌린 것처럼 묵직한 중압감에 마음이 짓눌릴 때가 있습니다. 짓눌린 마음이 터지기 직전의 아슬아슬한 긴장감과 압박감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날은, 숨 쉬는 매순간이 지옥입니다. 마음의 지옥에 갇힐 때마다 저는 나무 타는 길고양이를 생각합니다. 길고양이가 사는 곳은 지상의 땅 중에서도 가장 낮고 으슥한 곳입니다. 하지만 그런 고양이들도 높은 곳을 향해 도약할 때가 있습니다. 고양이가 뒷발로 서서 앞발을 나무에 딛고 하늘을 바라보면, ‘준비 끝’이라는 신호.. 2009. 3. 27.
일본 '카페 란포'의 안경고양이, 료스케 안경 쓴 고양이 료스케를 아시나요? 고양이 마을로 유명한 됴쿄의 야나카에서 ‘카페 란포’의 간판고양이 료스케를 만났습니다. 일본에서는 가게의 상징이 된 유명한 고양이를 가리켜 ‘간판고양이'라 부르더군요. 아마도 '간판스타' 같은 개념인 듯합니다. 15살 먹은 할아버지 고양이 료스케는 근엄한 얼굴로 기념사진을 찍어주었습니다. 나이 지긋한 주인장 할아버지와 함께 늙어가는 고양이의 모습을 보니, 부럽기 그지없습니다. 저도, 어디서 무슨 일을 하더라도 고양이와 함께 하는 삶을 살 수 있다면 좋겠다고 늘 생각하지만, 아마 그럴 수 있으려면 자영업을 해야겠지요. 카페 주인장 할아버지는 일본 추리소설가 에도가와 란포의 열렬한 팬이어서, 찻집 이름도 아예 ‘란포’로 지었다고 합니다. 그런 까닭인지, 벽 곳곳에 란포와 .. 2009. 3. 26.
난민보트 탄 길고양이, 따뜻한 우정 아슬아슬, 좁은 환풍기 위에 고양이 네 마리가 몸을 기대고 휴식을 취한다. 발아래 드넓게 펼쳐진 나무덤불은 잔잔한 바다를 닮았다. 갑작스레 펼쳐진 초록빛 바다에 홀려 고양이가 있는 쪽을 본다. 혹시나 땅바닥으로 떨어질세라 몸을 붙여 앉은 고양이들은, 조그만 난민보트에 몸을 싣고 바다를 떠도는 것처럼 보인다. 옹색하게 붙어앉은 모습도 그렇지만, 눈치 보며 여기저기로 도망 다니다 삶을 마감하는 길고양이 신세를 생각하면, 나라를 잃고 떠도는 난민 신세에 견주어도 크게 어색함이 없을 듯하다. 그러나 이것도 인간의 관점에서 고양이의 형편을 상상하는 것일 뿐이다. 정작 당사자인 길고양이의 표정은 천연덕스럽기만 하다. 친구들과 나란히 햇볕을 나누는 즐거움을 생각하면, 이 정도 비좁음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는 표정이.. 2009. 3.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