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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고양이 스밀라

파양된 흰고양이

by 야옹서가 2006. 7. 19.
장마철 길에서 구조되어 입양 갔던 흰고양이가 데려간 분의 사정으로 되돌아왔다. 마음 놓고 있었던 터라, 갑작스레 보낼 데가 마땅치 않았다. 결국 내 방 베란다에 숨어 지내고 있다. 어머니께는 벌써 들켜서 한 소리 들은 상태. 독립해서 나가지 않는 한, 이 집에서 동물과 함께 산다는 건 불가능 확률 90%이기 때문에 오래 데리고 있을 처지가 못 된다.

재입양을 보내려고 해도 건강해야 다른 고양이들에게 병을 옮기지 않을 것 같아서, 일단 병원에서 간단한 건강진단을 받았다. 고양이 눈에서 눈물이 계속 나는 걸로 보아 결막염인 것 같단다. 병원에서 보여주는 무시무시한 '결막염의 최후' 사진을 보고 '깨갱' 하곤 치료해달라고 했다. 이빨 상태로 보아 두 살 정도 되어보인다는데, 몸무게가 2.45kg밖에 안 나간다. 그리고 왼쪽 송곳니가 빠지고 없다. 웽웽. 발정기라는데, 아마 발정 때문에 집을 나온 것일 수도 있다고.

어쨌든 결막염 치료용 안약과 가루약을 받아 왔다. 안약은 두 종류인데 여덟 시간마다 한 번씩 넣어줘야 한단다. 두 번째 투약 시간은 새벽 2시 반. 얌전한 아이이긴 한데, 안약을 넣어줬더니 코로 넘어가서 짜증이 났는지, 담요 깔아준 자리도 마다하고 벌떡 일어나 잡지 쌓아둔 쪽으로 가버렸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등 딱 돌리고 저러고 누워 있다. 오늘 인터뷰가 있으니 약을 넣어주고 나가야 할텐데, 오늘 오전에는 8시간 투약 간격을 맞추기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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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를 사용할 줄은 아는데, 볼일 본 뒤에 모래를 덮을 줄 모르는 것 같아서 걱정. 냄새는 장난 아니지만, 그나마 단단한 맛동산을 생산하시어 반가워하는 중이다. 벅벅벅 긁는 소리가 나서 보니, 옆에 있는 모래를 긁어 덮으면 될 걸, 자꾸 모래 담긴 상자 벽만 긁는다. 처음엔 화장실이 너무 좁아 삽질할 공간이 적어서 그런가 했는데, 가로 세로 50cm 정도 되면 그럭저럭 큰 거 아닌가?

이 생활이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 졸지에 고양이 보모 노릇을 하게 됐다. 고양이의 임시 이름은 스밀라다. 이름은 지어줬으나 아직 낯설어서 '얘야' 하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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