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내가 지킨다" 길고양이의 보호본능 작고 약한 것을 지켜주고픈 보호본능은 인간에게나 고양이에게나 마찬가지입니다. 은신처에서 살아남은 길고양이 중 가장 고참으로, 산전수전 다 겪어온 카오스 대장냥은 아직 보호가 필요한 어린 고양이들을 늘 살뜰히 돌봅니다. 이 지역의 길고양이 중 가장 어리고 약한 고똥이가 잘 있는지 돌아보는 가녀린 목에 근심이 묻어납니다. 저 녀석은 언제 다 자라 어른이 되려나... 하는 마음입니다. 뚜벅뚜벅 걸어와 코로 인사를 걸어오는 카오스 대장냥의 관심에 고똥이는 마냥 신납니다. 비쩍 마른 앞발에도 경쾌한 스텝이 실리고, 꼬리 끝은 들뜬 마음만큼 하늘로 솟아오릅니다. 고양이가 코와 코를 부비며 마음을 나누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정겹습니다. 은신처를 지키느라 바쁜 카오스냥이지만, 오늘은 식빵 굽는 고똥이 곁에서 시간을 보.. 2010. 8. 30. "아, 시원해!" 길고양이의 전용 옹달샘 길고양이에게 필요한 건 밥뿐만은 아닙니다. 사냥감에서 수분을 제때 얻을 수 없다면, 신선한 물을 먹을 수 있는 곳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시골이 아닌 대도시에서는 고양이가 마음 놓고 물을 마실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아스팔트가 움푹 꺼져 홈이 팬 자리에, 전날 내린 폭우로 물이 고였습니다. 한 모금 물이 아쉬운 고양이는 이 빗물을 자신만의 옹달샘으로 삼았습니다. 사방이 트인 곳이기에, 물을 마시기 전에 혹시 주변에 해코지할 사람이 있나 경계합니다. "흠...그럼 한번 마셔볼까나?" 고양이는 혓바닥을 숟가락처럼 만들어 낼름낼름 물을 떠 마십니다. 비록 잠시 생겼다 사라질 옹달샘이지만, 물이 귀한 길고양이 세계에선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습니다. "아~ 잘 마셨다!" 갈증을 해소한 고양이는 입가에 묻은.. 2010. 8. 27. 돌판에 등 지지는 고양이, '발라당 춤' 하루종일 내리쬔 햇살에 돌판이 따끈하게 달구어졌습니다. 겨울이면 온돌장판이 필요없을 만큼 따뜻해서 좋겠지만, 아직은 온돌을 끌어안고 지낼 때가 아닙니다. 그러나 아기 고양이는 개의치 않고 등을 지지고 있습니다. 어차피 에어컨도 없는 길고양이 인생, 이열치열로 더위를 나려는가 봅니다. "열대야엔 훌라춤이 제격이죠. 훌라 훌라~" 짱구의 훌라춤을 흉내 내는가 싶더니... 뭐가 그리 좋은지, 불판 위의 오징어처럼 몸을 배배 꼬며 배를 드러내고 발라당춤을 춥니다. 저 뱃살을 살짝 쓰다듬어주고 싶지만, 그러면 고양이의 평화로운 세계가 깨질 것 같아서, 무엇보다 사람 손을 타면 안될 것 같아서 거리를 두고 가만히 바라보기만 합니다. 제 망설임을 아는지 모르는지, 고양이의 눈빛은 태연자약하기만 합니다. 춤의 시작과 .. 2010. 8. 23. 길고양이 코점이의 신분증 길고양이가 비탈진 언덕길을 종종걸음으로 올라갑니다. 사람도 숨이 가빠 쉬며 오르는 언덕을 쉼없이 둣둣 걸어 오르다가, 잠시 걸음을 멈춥니다. 뒤에서 허덕허덕하며 따라잡는 내게도 좀 여유가 생겼습니다. 고동색 얼룩무늬 옷을 입은 뒷모습이며 몸집이 코점이 같습니다. 살짝 보여준 옆얼굴도 그렇고... 반가운 마음에 걸음을 빨리해 봅니다. 잘 따라오고 있나, 확인이라도 하듯 뒤를 돌아봅니다. "걔는 코점이 아닌데?" 지붕 위에 있던 고양이가 고개를 쑥 내밀고 참견을 합니다. 헉, 코점이였습니다. 어쩌면 몸집이며 얼굴 무늬까지도 비슷한지, 분신술을 쓰는 건가 잠시 착각했습니다. 집에 와서 사진을 확대해보니 제가 뒤를 쫓던 고양이는 확실히 코에 점이 없긴 하네요. 지문처럼 자신에게만 있는 코점으로 신분을 확인시켜준.. 2010. 8. 22. 희망을 놓지 않는 길고양이, 고똥이 길고양이 무리 중에는 유독 약한 녀석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 중 몇몇은 주어진 삶을 다 살아내지 못하고 세상과 이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겹게 숨을 이어가는 어린 고양이도 있습니다. 어르신들이 귀한 아기에게 아명을 붙이듯 오래 살라고, '개똥이' 대신 '고양이똥', 줄여서 '고똥이'라고 이름 지어준 길고양이도 그런 경우입니다. 고똥이 때문에 고양이 은신처에 들를 때마다 조마조마한 마음이 생겼습니다. "피골이 상접했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실감할 수 있을 만큼 비쩍 말랐으니까요. 지금까지 만난 아기 길고양이들 중에서도 상태가 좋지 않은 축에 속합니다. 바로 옆자리 억울냥과 비교해보면 고똥이의 허약체질이 더욱 눈에 두드러집니다. 먼저 태어난 아기냥들과의 기싸움에 밀려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것인지.... 2010. 8. 19. 길고양이 세계에도 조연이 있다 * 길고양이 통신 블로그를 응원해주시는 세 가지 방법! 1. 파란색 배너를 눌러 길고양이 통신을 구독해 보세요^^ 직접 뵐 수는 없지만, 글을 구독하는 분들을 생각하면서 새 글을 쓸 때마다 큰 힘을 얻습니다. 2. 트위터 이웃맺기 @catstory_kr 3. 길고양이를 응원하는 사람들의 트위터 모임, '길고양이당' 가입하기 http://bit.ly/bwgvRr 어떤 이야기에든 주연급 등장인물이 있으면 조연급이 있게 마련입니다. 늘 억울냥과 함께 다니면서도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덜한 고등어무늬 고양이도, 어쩌다보니 조연급 등장인물이 되어버렸네요. 억울냥보다 두어 달 먼저 태어났으니 그전부터 제 눈에 띄었을 텐데, 지난 사진들을 뒤적여 보면 항상 억울냥의 모습이 더 많이 담겨 있습니다. 둘 다 흰 바탕에 고등.. 2010. 8. 17. 이전 1 ··· 34 35 36 37 38 39 40 ··· 10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