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밀라에게 '쌍둥이 고양이' 만들어주기 집에서 일을 하고 있으면 스밀라가 놀아달라며 보채는 일이 잦아집니다. 오늘은 회사도 안 가는 줄 뻔히 아는데 얼른 나와서 놀아주고 쓰다듬어주라는 것입니다. 잽싸게 나오지 않으면 스밀라가 직접 문을 벌컥 열고 방으로 쳐들어오기도 합니다. 팔힘이 어찌나 센지, 문이 완전히 닫혀 있지 않으면 스스로 충분히 열곤 하네요. 빵끈 꼬아놓은 것을 던지며 놀아주면 좋아하는데, 가끔 환자를 너무 달리게 하는 건 아닌가 싶어 '오늘은 여기서 그만~' 하고 벽에 기대어 쉬게 합니다. 스밀라가 너무 좋아하기에 계속 빵끈으로 축구하기를 거듭했더니, 너무 뛰어서인지 숨을 할딱할딱 몰아쉬는 것을 본 적이 있어요. 그 정도로 가기 전에 멈추는 것이지요. 이사 온 집의 붙박이 신발장 옆에 거울이 있는데 거기가 시원한지 머리를 기댑니다.. 2012. 2. 26. 이불언덕을 지키는 망부석 고양이 설 연휴 첫날 아버지가 뇌출혈로 입원하셔서 한동안 경황이 없었습니다. 중환자실에 계시다가 다행히 일반실로 옮겼지만 아직 퇴원은 하기 힘든 상태라서 가족들이 돌아가며 24시간 간병을 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병실에 계시는 동안 어머니와 동생이 번갈아가며 병원을 지키는지라, 제가 퇴근하고 돌아와보면 스밀라만 텅 빈 집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걱정에 마음이 울적해져서 현관에 서서 들어오지 않고 스밀라를 빤히 보고 있으니, 저를 맞이하러 나온 스밀라가 의아한 얼굴로 보고 있다가 꼬리로 제 다리를 툭, 툭 두 번 쳐 줍니다. 마치 꼬리로 '힘내라' 하고 격려해주는 것 같아 마음의 위안이 됩니다. 안방에 이불보에 싸 둔 겨울 솜이불이,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스밀라의 언덕이 되었습니다. 저 자리가 안방에서 가장 .. 2012. 2. 4. 고양이가 옷장산 정상을 정복한 날 새 옷장이 들어온 뒤로 호시탐탐 뛰어오를 높이를 재며 옷장 위쪽을 노리던 스밀라. 어제 드디어 정상 정복을 하고 말았답니다. 어떻게 올라갔나 했더니 옆에 있는 책꽂이랑 박스를 계단처럼 디디고 단계별로 올라간 모양입니다. 흐뭇한 얼굴로 아래를 바라보는 스밀라입니다. 옷장산 정상은 가로 세로 1미터가 되지 않는 좁은 면적이지만, 고양이 한 마리가 네 다리를 뻗고 누울 만큼의 공간은 넉넉합니다. 스밀라도 저렇게 편한 얼굴로 눈을 붙입니다. 책꽂이 위에 올려둔 과자통과 옷장산 정상 너머 바위틈으로 흘깃 내려다보는 스밀라. 기분이 좋아 몇 번이고 눈을 꿈뻑꿈뻑합니다. 오랫동안 노리던 옷장산을 드디어 정복한 것에 대한 만족감이 고양이를 흐뭇하게 합니다. 의자를 놓고 옷장산 정상으로 올라가 봅니다. 옷장 너.. 2012. 1. 13. 옷장 속 은신처가 흐뭇한 고양이 1월로 접어들면서 옷집에서 할인판매를 합니다. 곧 다가올 봄옷 판매에 주력을 하려는지, 재고 부담을 덜기 위해서인지도 모르겠네요. 사무실 절전지침을 시행하고 있어서 한낮에도 약간 서늘한 느낌이 드는지라, 털 안감이 달린 웃옷을 한 벌 사두었습니다. 옷장에 걸어놓으려 옷장 문을 여는데, 의자에 앉아있던 스밀라가 옷장 문 열리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 듯, 허둥지둥 옷장 앞으로 달려옵니다. 특별히 저지를 하지 않았더니, 냉큼 옷장 속으로 은신처를 만들어 그 안에 몸을 숨깁니다. 자기만의 은신처를 만들어 기분이 좋아졌는지, 그윽한 눈으로 이쪽을 쳐다보는 스밀라입니다. 고양이의 은신처 욕심은 정말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조명을 따로 치지 않아도 옷장 안이 하얗다보니 반사가 되어 스밀라 눈이 초롱초롱합니다. 덕.. 2012. 1. 8. 스밀라산 정상의 산신령 고양이 베란다 종이상자 위에 보자기가 덮여 있으면, 스밀라가 아침 구경을 나왔다는 뜻입니다. 마치 작은 동네 산 정상에 흰 눈이 쌓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스밀라의 두 귀가 쫑긋이 나와있는 거랍니다. 우리 가족은 이곳을 스밀라산이라고 부릅니다. 헬기를 타고 스밀라산 정상까지 가 봅니다. 역시 스밀라가 바깥 구경에 여념이 없군요. 베란다 방한용으로 안 입는 오리털 점퍼를 깔아주니 스밀라도 좋아합니다. 어머니가 즐겨 입으시던 오리털 점퍼인데 이제 낡아 못입게 되어서 스밀라 차지가 되었지요. 어머니 냄새가 솔솔 나고, 어머니 품에 안긴 것처럼 따뜻해서 기분이 좋은가 봐요. 오리털 점퍼의 두 팔을 등 위로 돌려서 보온 효과도 나게 하고, 바람막이도 덮어주면 든든해요. 처음에는 바깥구경을 좋아하는 스밀라를 위해 다양한.. 2011. 12. 31. 크리스마스 선물을 엿보는 스밀라 2012년도 잡지 개편 작업을 하느라 지난 달보다 마감을 늦게 시작한 탓인지, 크리스마스 전날까지도 일이 끝나지 않아 토요일에도 출근을 했습니다. 12월에는 주말에 쉬어본 게 이틀이나 될까 싶을 만큼 정신없이 돌아가네요. 마지막 원고 필름 나온 것까지 확인한 다음에야 이번 달 잡지마감이 끝나 간신히 숨을 돌리고 회사에 미리 갖다둔 길고양이 선물을 챙겨들고 자주 찾던 골목을 찾아갔다 돌아오는 길, 허리가 묵지근한 게 얼른 가방을 던져놓고 뜨끈한 아랫목에 누웠음 싶습니다. 그런데 집에 들어설 때 현관 앞에 놓여있는 아마존 상자 한 개. 주소를 보니 밤비 마마님이 스밀라에게 보내주신 선물입니다. 스밀라의 밥을 만들 때 함께 넣는 재료와 영양제, 치약, 간식 등을 챙겨 보내주셨네요. 감사히 잘 먹이겠습니다. .. 2011. 12. 25. 이전 1 2 3 4 5 6 7 8 ··· 4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