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보면 문간을 지키고 있는 스밀라와 얼굴이 마주칩니다. 잠든 제 얼굴을 쳐다보면서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겠지요. 보통 자정쯤 되면 머리맡이나 의자 위에서 잠자다가 새벽 4시쯤 거실로 나가 놀고 다시 들어오는데, 그 사이 나갔다 온 것을 제가 모르는 걸로 생각하는지, 어젯밤부터 내내 거기 있었다는 듯 시치미를 떼고 있네요. "네가 일어날 때까지 나는 여기서 지루하게 기다렸다고" 하는 표정으로 샐쭉하게 앉아있습니다.

 

 잠에 취해 일찍 일어나지 않았다고 삐친 스밀라의 마음을 달래주려면 저도 물개가 되어야지요. 스밀라가 문앞에 저렇게 배를 납작하게 깔고 앉아있을 때면, 일명 '물개놀이'를 해 주는데 사람도 고양이처럼 땅바닥에 배를 깔고 눕는 것입니다. 눈높이를 맞추면서 이야기도 하고 놀 수 있어서 고양이도 은근히 좋아하지요. 

 

스밀라가 딴청을 부리며 앵알앵알 이야기를 걸어오면, 저도 "앵~" 내지는 "먕~" 하면서 맞받아줍니다. 고양이와 함께 살기 전에는 "야옹" 하고 우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아니더군요. 물론 "아옹! 아옹!"하고 울 때가 있지만, 이건 뭔가 상당히 불만스런 경우이고, 기분이 좋을 때는 "먕" 내지는 "앵" 하고 짧게 웁니다. "응냐~" 할 때도 있고요.

 

물개 자세로 장난감을 들고 놀아주니 눈이 동글, 수염은 삐죽 위로 치켜올린 스밀라. 얼굴의 수염 일부분이 고양이에게는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촉수 같아서, 감정에 따라 움직인다고 하네요. 스밀라의 수염은 '호기심'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오래간만에 어머니 모시고 잠시 여행을 다녀오려 했던 기간이지만, 날씨가 봄 같지 않게 아직 추워 일정을 미뤘네요. 덕분에 스밀라를 달래줄 시간도 생겼습니다. 물개놀이 한번에 스밀라 마음도 조금은 풀린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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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밀라가 즐겨 가는 책상 전망대 위로 폴짝 뛰어올랐습니다. 모기장이 없는 반대편은 이중창으로 되어 있어서 

위험하지 않기 때문에 스밀라가 칭얼대면 열어주는데, 오늘 비가 와서 그런지 스밀라도 바깥구경에 열중하네요. 

 

사람들이 알록달록한 우산을 들고 지나가기 때문에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뭔가 움직이는 덩어리도 더 커 보입니다.

 

그래서 비오는 날이면 스밀라의 눈도 분주해집니다.

 

 창문 쪽으로 붙여놓은 책상과 창문 사이의 거리가 30cm 정도 뜨는지라, 공간박스를 사다가 3개 이어서 붙여놓았더니

 

스밀라가 창문 턱을 오르내리기도 쉬워지고 책꽂이 대용으로도 쓸 수 있어 좋아요. 종종 저 위에 누워 식빵 자세로

 

저를 구경하며 지냅니다.

 

스밀라가 저렇게 창가에 앉아 있으면, 회색 줄무늬 등산양말을 신은 것처럼 토실토실한 앞다리가 돋보입니다.

 

스밀라는 세상을 보고, 저는 스밀라를 보고. 오래간만에 한가한 시간이네요.

 

공간박스 뒤로 손가락을 꼼질꼼질하며 유인해보니 금세 낚여서 고개를 갸웃하는 스밀라. 그 손가락의 주인공이 누군지

 

알고 있어도 모른 척 속아주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신기해서인지 눈을 동그랗게 하고 다가옵니다. 고양이와 함께

 

사는 집이라면 책상 전망대를 만들어 줘 보세요. 반려인과 눈높이를 맞추며 놀 수 있어서 고양이가 좋아한답니다.

 

 

오래간만에 내리는 봄비를 맞이하러 베란다에 나온 어머니께 스밀라가 도도도 달려갑니다. 자기도 바깥 구경

 

하겠다며, 베란다에 놓아둔 종이 상자 위로 폴짝 뛰어오르네요. 스밀라를 본 어머니가 반갑게 웃어줍니다.

 

고양이는 창밖 구경을 좋아합니다. 특히 창문이 열려 있을 때 창문 너머로 흘러들어오는 낯선 냄새 맡기를

 

 즐겨하지요. 하지만 바깥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건 옆에 사람이 있을 때뿐입니다. 모기장이 있기는 하지만

 

 혹시 창밖에 날아든 날벌레를 보고 스밀라가 달려들다가 모기장이 흔들리거나 하면 위험할지도 몰라서,

 

 항상 옆에 지키는 사람이 있을 때만 창문을 열어놓거든요. 그래서 스밀라도 지금 어머니 곁으로 다가가면

 

 바람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걸 알고 다가간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머니 곁에서라면, 하루쯤은 고개를 쭉 빼고 발아래 풍경을 구경해도 괜찮습니다. 스밀라를 든든히 지켜줄 테니까요.

어머니도 혼자 고즈넉히 앉아 있는 것보다 스밀라가 함께 있어주는 걸 더 좋아하시고요.


친한 고양이들끼리 하는 냄새맡기 인사도 어머니께 해줍니다. 뒤에서 보고 있으니 스밀라가 저 몰래 어머니께만 속삭이는 것 같네요. 

 

 

모기장에 코를 바짝 들이대고 봄 냄새를 맡는 스밀라. 내리는 빗물 속에 봄은 이미 한 발짝 다가와 있습니다. 


고양이는 원래 좁은 곳에서 끼어 노는 것을 좋아한다.
 스밀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거실에서 놀다

 

자정쯤 되면 잠을 자러 내 방으로 슬그머니 들어오는데, 대개 자는 곳이 정해져 있다.

책꽂이와 내 이불 머리맡 사이의 좁은 공간으로 슬그머니 들어가는 게다. 그 사이가 적당히 좁아서 마음에 드는 모양.

 

위 사진처럼 골뱅이무늬를 만들어 잠이 든다. 스밀라 입술은 점막이 까만색이라 분홍입술을 보기 힘들지만,

 

이렇게 보고 있노라면 까만 입술도 분홍빛으로 보인다.

 

 

맨바닥은 별로 좋아하지 않고, 내 냄새가 묻어있는 옷가지를 깔아주어야 만족한 얼굴이 된다.

졸리지만 안 자고 있었다는 눈빛으로 이렇게 그윽하게 마주보기도 하고.

 

가끔은 방향을 바꾸어 내 베개에 제 머리를 기대고 잔다. 그루밍하다 잠이 들락말락해서 털이 젖어있다.

 

가끔은 내 베개 끝을 베고 함께 잠들기도 한다. 책꽂이와 베개 사이의 간격은 너무 넓지 않아야 좋아한다.

책꽂이는 엉덩이 받침이 되고, 베개는 턱받침이 되는 정도의 거리가 적당하다. 

 

자는가, 하고 들여다보면 저렇게 눈을 말똥말똥 뜨고 나를 바라본다.

 

스밀라에게 호박방석도 줘보고 온열방석도 줘 봤지만, 금세 싫증을 내곤 했다.

 

고양이가 싫증내지 않는 건 함께 사는 가족의 냄새가 묻어있는 오래된 옷,  그리고

 

"애앵~" 하고 자기가 울며 부를 때 "스밀라, 왜?" 하고 대답해줄 사람이 가까운 곳에 함께 있는 것.

 

 

꽂이와 베개 사이 틈새로 고양이가 스며들 때, 사실은 내 마음의 갈라진 금을 메워주고 있다는 걸 안다.

 

그래서 잠들기 전에 스밀라 자리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스밀라가 아직 잠잘 때가 아니면

 

내방 문을 5cm쯤 열어둔 채로 잠이 든다. 언제든 스밀라가 좋아하는 틈새로 끼어들 수 있도록. 

 

 

스밀라가 집에 온 뒤로 처음 털을 짧게 잘랐습니다. 여름에 뱃털을 부분이발해준 적을 제외하면 등과 배를

다 짧게 자른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그만큼 저도 고양이도 미칠듯이 더웠다는 얘기죠. 

마취를 해야하는 병원 미용은 스밀라에게도 부담이라 집에서 가위로 야매미용을 해주었는데

너무 짧게 자르면 스트레스 받을까봐 등과 배만 한 1cm 정도 남을 때까지 잘랐습니다.

사진에는 잘 안보입니다만. 요즘 스밀라가 주로 있는 화장대 의자 위에서 찍어준 사진이네요.

더위에 지쳤는지 며칠 식욕이 좀 떨어져 걱정했습니다만 날이 서늘해지면서 잘 놀고, 건강히 지내고 있습니다.


회사 일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도 짬짬이 해야할 작업이 있어 블로깅할 여력이 없었는데

9월부터 고양이의 날 행사와 전시 준비를 알리고 간간이 소식 올릴 예정입니다.  

공들여 온 일이 잘 마무리되면 좋은 소식도 함께 전할게요.

자세한 행사 소식은 일요일 오후에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