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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m 거대불상의 뱃속을 보다 길고양이로 유명한 에노시마를 가는 길에, 가마쿠라의 명물인 고토쿠인[高德院]의 대형 부처상(다이부쓰)을 보러갔습니다. 일본여행 중에 고양이와 무관한 일반 관광지는 들를 마음이 없었지만, 기왕 지나는 길이니까 다이부쓰는 한번쯤 보고 싶었습니다. 도쿄를 중심으로 여행하면서 이곳은 당일치기 여행으로 계획한 거라, 호텔은 도쿄에 잡고 '가마쿠라-에노시마 프리패스'를 구입해서 하루종일 이용했는데, 이 지역을 운행하는 전차 '에노덴' 노선에서는 자유롭게 내렸다 탔다 할 수 있거든요. 다이부쓰는 높이 13.4미터, 무게만 121톤에 달하는 청동불상입니다. 일본에서 두 번째로 큰 불상이라네요. 사진으로는 크기를 체감할 수 없지만, 입장료 20엔을 내면 불상의 뱃속으로 들어가볼 수 있다고 해서, 한번 들어가보았습니다. .. 2009. 2. 28.
길고양이의 발라당 놀이 흔히 고양이를 가리켜 새침하고 도도한 동물이라 말하지만, 가까이서 바라본 고양이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기분이 좋아진 고양이가 등을 바닥에 붙이고 배를 드러낸 채 몸을 이리저리 뒤채는 행동을 가리켜,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발라당'이라 부릅니다. 식빵(몸을 동그랗게 움츠리고 앞발을 가슴아래 접어넣어 네모난 식빵처럼 만든 모양), 찹쌀떡(고양이의 하얀 앞발을 귀엽게 부르는 말), 젤리(고양이 발바닥의 말랑말랑한 부분) 등 고양이의 행동이나 모습을 보고 붙이는 암호 같은 애칭보다는 좀 더 명료한 설명입니다. 고양이의 발라당 놀이는, 부연설명이 더 필요없이 발라당 그 자체이니까요. 처음 고양이의 발라당 놀이를 보았을 때는 '등이 가려워서 그러나?' 생각했습니다. 발정기 때 고양이의 발라당이 심해진.. 2009. 2. 27.
고속도로 로드킬, 쓸쓸한 죽음 동물로 태어나 가장 쓸쓸하고 비참한 죽음 중 하나가, 고속도로에서의 로드킬이다. 아무런 준비 없이 길 위에서 맞은 죽음은, 차에 치었을 때의 고통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흙 위에서 죽은 생명들은 다시 흙으로 돌아가 안식을 맞이할 수 있지만, 고속도로에서 죽은 동물은 그럴 수도 없다. 생명의 온기가 빠져나갈 때까지 천천히 납작해지다가, 뼈도 살도 추리지 못하고 몸이 찢겨 죽음을 맞는다. 지방 출장을 갔다가 동행한 사진가의 차를 얻어타고 돌아오는 길에 처음으로 로드킬을 목격했다. 하늘이 예뻐서 창 밖을 찍다가 무심코 도로를 봤는데, 뭔가 이상한 물체가 땅바닥에 붙어있었다. 움직이는 차 안에서 찍느라 휙 뒤로 지나가버려 흔들린 사진 한 장만 남았지만, 분명히 동물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털 빛깔을 보니 아마도 .. 2009. 2. 26.
길고양이 작가의 '자작 고양이우표' 길고양이 사진을 찍는 '생활사진가' 김하연 님이 특별한 엽서를 보내주셨어요. 겉봉에는 김하연 님이 직접 찍은 고양이 사진으로 만든 우표가 붙어있고, 봉투에는 자작 고양이 엽서가 들어있었습니다. 처음 김하연 님께 자작 고양이 우표를 선물받은 것은 2007년 11월경입니다. 그때 '고양이는 고양이다'(2007. 11. 19~12.2)라는 개인전을 열면서 기념으로 만드신 듯합니다. 예쁜 연두색 봉투에 직접 찍은 고양이 사진 1장과, 전시 안내 엽서가 들어있었지요. 고개를 위로 하고 살짝 미소짓는 듯한 고양이의 얼굴이 사랑스러웠던 기억이 나네요. 고양이 우표는 손톱보다 조금 큰 크기의 종이에 지나지 않지만, 제게는 어떤 화려한 전시포스터보다도 더 오래 마음에 남는 우표입니다. 약간 손때가 묻기는 했지만, 아직도.. 2009. 2. 25.
길고양이, 코에 담긴 고단한 삶 저는 사람을 만나면 손을 봅니다. 물론, 가장 먼저 얼굴을 보며 눈을 맞추고 인사합니다만,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 유심히 바라보는 것은 손이지요. 손금을 보는 건 아니고 손의 느낌이나 인상을 봅니다. 손에는 그 사람이 말로 들려주지 않는 삶의 내력이 스며있습니다. 얼굴을 성형하는 사람은 많아도, 손을 성형하려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손은 그 사람이 방심한 채 드러내는 맨얼굴 같은 부분인지도 모릅니다. 예민한 신경이 느껴지는 가늘고 섬세한 손, 오랫동안 같은 도구를 힘줘 잡아 단단히 못박힌 손, 이상하리만큼 손톱을 바짝 깎아서 아파보이는 손, 자잘한 흉터가 많은 손… 손이 인상 깊은 사람을 만나면, 나중에는 그 사람의 손이 먼저 떠오르곤 합니다. 하지만, 길고양이를 만나면 가장 먼저 보는 곳은 코입니다... 2009. 2. 24.
고양이가 좋아하는 '자동차 동굴' 가끔 자동차 아래를 보면 고양이가 동그랗게 몸을 옹송그린 채 앉아있습니다. 높은 곳을 좋아해서 캣타워는 물론이고 책꽂이 위로도 종종 뛰어올라가는 집고양이들을 생각하면, 사람들의 눈이 무서워 밖으로 나서지 못하고 '어둠의 세계'로만 숨어드는 길고양이들에게 안쓰러운 마음이 들곤 합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그저 인간 위주의 관점인지도 모릅니다. 고양이 입장에서는 빛의 밝기에 따라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동공 덕분에 어두운 곳에서도 별 어려움 없이 다닐 수 있고, 원래부터 야행성 동물에 가깝다보니 밤의 어둠을 더 익숙하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 나라, 어느 동네를 가더라도 그곳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건, 내가 아는 고양이의 습성과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친근한 고양이들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고양이.. 2009. 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