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의 ‘눈빛 호신술’ 고양이의 눈을 보면, 고양이의 심리를 읽을 수 있습니다. 고양이처럼 마음이 눈빛에 그대로 드러나는 동물은 흔치 않거든요. 특히 동공의 크기 변화를 보면 길고양이가 느끼는 놀람이나 분노, 두려움이 고스란히 반영됩니다. 종종 만나러 가곤 하는 길고양이 무리 중에서도 회색냥은 그런 감정을 눈매로 잘 드러내곤 합니다. 몇 년 동안 같은 동네를 다니다 보면, 고양이나 저나 서로에게 익숙해집니다. 길고양이들이 제 옆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식빵을 굽거나 잠을 자는 것도 그런 까닭인 듯합니다. 하지만 자주 만나는 길고양이들 중에서도 회색냥은 조금 다릅니다. 회색냥을 처음 본 것도 1년이 넘었으니 이제 서로 얼굴을 익힐 만큼 익혔지만, 여전히 경계심을 풀지 않는 눈빛입니다. 가끔 고양이 은신처에 들르면 다른 고양이들은 하.. 2009. 2. 10. 길고양이 ‘발톱 손질’ 어떻게 할까? 고양이 발톱과 사람 발톱의 가장 큰 차이점이 뭔지 아시나요? 사람 발톱은 뭉툭하고, 고양이 발톱은 날카롭다는 점 빼고요. (고양이 발톱 껍데기는 이렇게 생겼어요. 예쁘죠?^^) 자르지 않으면 그 상태로 길게 자라기만 하는 사람 발톱과 달리, 고양이는 어느 정도 발톱이 자라면, 발톱 끝의 얇은 껍데기가 허물처럼 떨어져나가 원래의 날카로운 상태를 늘 유지합니다. 하지만 내버려둔다고 해서 그냥 벗겨지진 않기 때문에, 오래된 발톱 각질이 수월하게 벗겨지도록 주기적으로 다듬어줘야 하지요. 보통 집고양이들은 자연 상태에서의 나무를 대신한 ‘캣타워’가 있어서, 캣타워 기둥에 발톱을 갈곤 합니다. 거친 마끈이나 촘촘하게 짠 면끈을 기둥에 감아놓으면, 이것이 나무껍질 역할을 대신하지요. 하지만 길고양이들에게는 굳이 그런.. 2009. 2. 9. 낙엽 닮은 길고양이, 절묘한 자세 고양이가 별 뜻 없이 취하는 엉뚱한 자세가 때론 큰 웃음을 줍니다. 잠시 눈밭 위로 마실 갔던 길고양이는, 발이랑 엉덩이가 시렸는지 눈 없는 쪽으로 살짝 몸을 옮겼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자세가 저렇게 절묘한지요. 등줄기의 무늬를 따라 완벽한 대칭 구도를 자랑하는, 오동통한 등짝도 사랑스럽지만, 고양이 등 뒤로 톡 떨어진 낙엽 한 장이 없었다면 조금은 쓸쓸해 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낙엽과 고양이가 짝을 이루어 재미난 풍경이 되었네요. 이 날은 날씨가 무척 추워 코가 빨갛게 얼 지경이었지만, 이렇게 마음에 드는 풍경을 만나면 추위도 잊어버리고 맙니다. 겨울이면 늘 감기를 달고 사는 건, 그런 까닭인지도... 저는 길고양이 사진도 좋아하지만, 고양이 발자국 사진도 참 좋아합니다. 고양이가 남긴 발자국에는, .. 2009. 2. 7. 아름다운 맨섬고양이 기념주화 고양이를 좋아한다면, 맨섬고양이 기념주화에 반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일본의 꼬리짧은 고양이 ‘재패니즈 봅테일’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요, 영국령인 맨섬에도 꼬리짧은 ‘맨섬고양이’(manx cat)가 있습니다. 이 맨섬고양이를 기려 1988년부터 제작된 고양이 기념주화에는, 매년 다른 종의 고양이 그림이 정밀하게 새겨져 수집욕을 자극합니다. 거문도 고양이 관련 아이템을 찾고 있던 저에게는 눈이 번쩍 뜨이는 기념품이었습니다. 맨섬고양이 역시 섬고양이거든요. 맨섬고양이 주화에는 금화, 은화, 백동화의 세 가지 버전이 있고, 이것의 변종으로 고양이 문양에 색을 입한 채색주화가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고양이 주화를 전부 다 모으기엔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지 않겠지만, 좋아하는 타입의 고양이가 새겨진 은화나 백.. 2009. 2. 6. 숨이 섞인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스밀라가 현관 앞 방석에 몸을 동그랗게 부풀리고 고요히 앉아있다. 예전에는 신발 벗는 곳까지 걸어나와 우두커니 앉아있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매번 붙잡혀 네 발을 닦이고 나더니, 더 이상 그러지 않는다. 대신 현관까지 와서 내 다리에 머리를 부빈다. 온몸으로 환영인사를 하는 스밀라를 번쩍 안아들고 얼굴을 바짝 댄다. 아르마딜로처럼 등을 둥글게 한 스밀라가 색색ㅡ 숨을 몰아쉰다. 앙증맞은 갈색 코에서 흘러나오는 콧바람이 얼굴에 닿는다. 살아있는 것이 내쉬는 숨은 따뜻할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차다. 그렇게 조그만 코에서 흘러나오는 콧바람도 나름 바람인 거다. 나도 지지 않고 스밀라 얼굴에 콧바람을 흥흥 불어넣다가, 스밀라가 뿜어낸 숨을 들이마신다. 허공에서 숨이 섞인다. 2009. 2. 5. 인간과 동물 사이, 몽환적인 인형들 [예술가의 고양이 1] 인간과 동물 사이, 몽환적인 인형들-인형작가 이재연 인형작가 이재연의 작품은 인간과 동물의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 환상동화 속에서 걸어나온 듯한 그 인형에는, 낯설지만 묘한 매력이 있다. 경계를 의식하지 않는 존재들이 늘 그렇듯, 어디에도 속하지 않지만, 어디로든 스스럼없이 스며든다. 기묘하고 매혹적인 판타지를 인형으로 빚어내는 작가 이재연을 만났다. 이재연의 일산 작업실 입구는 피규어로 쌓은 성벽 같다. 어두운 지하계단을 내려가 문을 열고 들어서면, 유리관처럼 투명한 상자에 담긴 피규어들이 벽을 따라 빼곡히 들어찼다. 그의 작업실이 피규어 쇼핑몰의 창고도 겸한 까닭이다. 피규어 성벽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따라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가니, 그제야 작업공간이 보인다. 컴퓨터 .. 2009. 2. 5. 이전 1 ··· 164 165 166 167 168 169 170 ··· 30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