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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대 고양이를 아십니까 마음은 고양이와 함께 살고 싶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할 때 사람들은 대리만족을 꿈꾼다. 고양이 동호회 게시판을 기웃거리고, 애묘가의 블로그를 즐겨찾기하고, 오프라인 고양이 카페를 찾아 아쉬움을 달랜다. 애묘 문화가 발달한 일본에서는 이런 사람들의 꿈을 잠시나마 이뤄주는 ‘고양이 테마파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도쿄의 신흥 쇼핑지구 오다이바에 위치한 ‘네코타마 캐츠리빙’도 그중 하나다. ‘고양이 100마리와 놀 수 있는 테마파크’란 말에 솔깃해져서 이곳을 찾았을 때, 실제로 눈에 띈 것은 열댓 마리 남짓한 고양이뿐이었다. 그럼 나머지 고양이는 어디에? 한쪽 벽 구석에 붙은 ‘접대묘’ 명단 속에만 있다. ‘미녀 100명 상시 대기’ 따위의 유흥주점 전단지를 보았을 때와 같은 황당함이랄까. 규모 면.. 2007. 9. 6.
지상의 몸 위에 가는 선 하나-발레리나 김주원 [문화와 나/ 2007 여름호] 단원들이 모두 떠난 연습실은 적막했다. 누군가 벗어두고 간 토슈즈 한 켤레만 텅 빈 연습실을 지켰다. 동그란 토슈즈 끝은 고작 3cm쯤 될까? 발레리나 김주원(29)은 그 3cm의 지구 위에 몸을 곧게 세우고 춤을 춘다. 발꿈치를 들어 톡, 토슈즈 끝으로 서는 동작은 일견 단순하지만, 이는 김주원이 자신의 몸에 봉인했던 수많은 자아 중 하나를 지금 곧 해방시킬 것이라는 신호다. 마침내 신중히 골라낸 캐릭터를 얇고 가녀린 육체에 덧입는 순간, 김주원은 사라지고 ‘배역 속의 그녀’만 남는다. 죽어서도 연인을 지키려는 지고지순한 지젤, 남자를 농락하는 농염한 여인 카르멘, 운명과 싸우는 스파르타쿠스의 아내 프리기아…. 1998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해 의 여주인공 메도라 역으로 데.. 2007. 9. 3.
길고양이의 생활 사진 종각역으로 가는 길에, 식당 앞에 있던 길고양이. 네 마리가 진을 치고 앉아 음식쓰레기가 나오기를 기다린다. 첫 번째 사진에 없는 젖소고양이 한 마리는 자동차 밑에 드러누워 관망 중이시다. 이렇게. 자동차 밑에 있는 녀석을 찍으려면 몸을 웅크리고 카메라를 땅에 붙여야 하는데, 그 자세로 무릎 꿇고 앉아있었더니 식당 주인 아저씨가 문을 드륵 열고 "뭐하세요?" 하고 묻는다. "아, 예, 고양이요." 하면서 차 밑을 가리키니, 어디 아픈 줄 알았단다. 하긴 내 자세도 좀 그랬지. 몸이 안 좋아서 쓰러지려고 하는 것처럼 보였을지도-_-; 안전거리를 유지하면서 서로 관찰 중. '뭔가 신기한 녀석이 나타났다' 하고 온몸으로 말하고 있다. 인기척이 나도, 식당 앞 명당 자리를 떠나지 않는 녀석들도 있다. 배가 몹시.. 2007. 8. 26.
샴비는 우울증 치료제-고양이 작가 성유진 우울함이 극에 달하면 살가운 위로의 말도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렇게 마음이 바닥으로 치달을 때, 사람들은 무심코 다가와 발치에 머리를 비비는 반려동물에게서 힘을 얻는다. 고양이와 인간이 결합된 그로테스크한 생명체를 그리는 화가 성유진씨에게도, 고양이 샴비는 우울증 치료제 같은 존재다. 성씨에게 우울증이 찾아온 건 대학을 다닐 무렵이었다. 겉으론 밝고 명랑해 보였지만, 감정을 억누르는 성격이 그의 마음을 좀먹었다. 절친했던 친구가 절교 선언을 하면서 감정이 폭주했다. 폭식과 구토를 반복했고, 일주일 만에 10㎏이 늘었다. 그러다 고양이를 키우면 우울함도 덜해진다는 말을 듣고, 2006년 봄 발리니즈 종의 수고양이 ‘샴비’를 입양했다. “제 상상 속의 고양이는 얌전하고 새침한 모습이었는데, 샴비는 절.. 2007. 8. 22.
요코하마 외국인 묘지 고양이 일본을 여행하면서 인상 깊었던 풍경 중 하나가 도심 곳곳에 위치한 묘지였다. 닛포리 역에 내려 야나카 재래시장으로 가는 길 초입부터 묘지가 있고, 마네키네코의 발상지인 고토쿠지 안에서도 묘지가 있어 검은 옷을 입고 제를 지내러 찾아온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고양이를 만나러 갔던 요코하마 외국인 묘지 역시, 주요 관광지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도시 안에 제법 큰 규모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에서는 묘지나 납골당은 도시 외곽으로 나가서야 볼 수 있고, 어쩌다 납골당이라도 들어설라치면 ‘(땅값 떨어지게) 혐오시설이 웬 말이냐!’ 하며 벌떼같이 일어나 반대하기 일쑤니, 사뭇 대조적인 풍경이다. 어쩌면 일본에서도 지금 같은 위치에 묘지가 조성되기 전에는 그런 반발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현재는 묘.. 2007. 8. 15.
횡단 고양이 '길고양이 통신'의 다음view 구독이웃이 되시려면 오른쪽 사이드바 고양이 얼굴 위 + 버튼에 마우스를 대 보세요. 구독을 선택하면, 제 블로그에 새 글이 올라올 때마다 http://v.daum.net/my에서 편하게 볼 수 있습니다. (구독이웃 등록은 다음넷 로그인 후 가능합니다.) 길고양이뿐 아니라 길 위의 모든 생명을 애틋히 여기며, 그들의 평안을 기원하는 분들과 오래 가는 인연을 맺고 싶습니다. 요코하마 모토마치 공원에서 나와서 길고양이들을 찍으며 천천히 이동하는 동안, 해가 지는 줄도 몰랐다. 전철을 타기 위해 '항구가 보이는 공원' 앞길까지 올라가 다시 내리막길로 내려가려는데, 차도 사람도 지나가지 않는 한적한 길에서 무단횡단을 시도하는 고양이 한 쌍을 만났다. 얼마 되지도 않던 관광객이 거의.. 2007. 8.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