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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몸 위에 가는 선 하나-발레리나 김주원 [문화와 나/ 2007 여름호] 단원들이 모두 떠난 연습실은 적막했다. 누군가 벗어두고 간 토슈즈 한 켤레만 텅 빈 연습실을 지켰다. 동그란 토슈즈 끝은 고작 3cm쯤 될까? 발레리나 김주원(29)은 그 3cm의 지구 위에 몸을 곧게 세우고 춤을 춘다. 발꿈치를 들어 톡, 토슈즈 끝으로 서는 동작은 일견 단순하지만, 이는 김주원이 자신의 몸에 봉인했던 수많은 자아 중 하나를 지금 곧 해방시킬 것이라는 신호다. 마침내 신중히 골라낸 캐릭터를 얇고 가녀린 육체에 덧입는 순간, 김주원은 사라지고 ‘배역 속의 그녀’만 남는다. 죽어서도 연인을 지키려는 지고지순한 지젤, 남자를 농락하는 농염한 여인 카르멘, 운명과 싸우는 스파르타쿠스의 아내 프리기아…. 1998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해 의 여주인공 메도라 역으로 데.. 2007. 9. 3.
길고양이의 생활 사진 종각역으로 가는 길에, 식당 앞에 있던 길고양이. 네 마리가 진을 치고 앉아 음식쓰레기가 나오기를 기다린다. 첫 번째 사진에 없는 젖소고양이 한 마리는 자동차 밑에 드러누워 관망 중이시다. 이렇게. 자동차 밑에 있는 녀석을 찍으려면 몸을 웅크리고 카메라를 땅에 붙여야 하는데, 그 자세로 무릎 꿇고 앉아있었더니 식당 주인 아저씨가 문을 드륵 열고 "뭐하세요?" 하고 묻는다. "아, 예, 고양이요." 하면서 차 밑을 가리키니, 어디 아픈 줄 알았단다. 하긴 내 자세도 좀 그랬지. 몸이 안 좋아서 쓰러지려고 하는 것처럼 보였을지도-_-; 안전거리를 유지하면서 서로 관찰 중. '뭔가 신기한 녀석이 나타났다' 하고 온몸으로 말하고 있다. 인기척이 나도, 식당 앞 명당 자리를 떠나지 않는 녀석들도 있다. 배가 몹시.. 2007. 8. 26.
샴비는 우울증 치료제-고양이 작가 성유진 우울함이 극에 달하면 살가운 위로의 말도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렇게 마음이 바닥으로 치달을 때, 사람들은 무심코 다가와 발치에 머리를 비비는 반려동물에게서 힘을 얻는다. 고양이와 인간이 결합된 그로테스크한 생명체를 그리는 화가 성유진씨에게도, 고양이 샴비는 우울증 치료제 같은 존재다. 성씨에게 우울증이 찾아온 건 대학을 다닐 무렵이었다. 겉으론 밝고 명랑해 보였지만, 감정을 억누르는 성격이 그의 마음을 좀먹었다. 절친했던 친구가 절교 선언을 하면서 감정이 폭주했다. 폭식과 구토를 반복했고, 일주일 만에 10㎏이 늘었다. 그러다 고양이를 키우면 우울함도 덜해진다는 말을 듣고, 2006년 봄 발리니즈 종의 수고양이 ‘샴비’를 입양했다. “제 상상 속의 고양이는 얌전하고 새침한 모습이었는데, 샴비는 절.. 2007. 8. 22.
요코하마 외국인 묘지 고양이 일본을 여행하면서 인상 깊었던 풍경 중 하나가 도심 곳곳에 위치한 묘지였다. 닛포리 역에 내려 야나카 재래시장으로 가는 길 초입부터 묘지가 있고, 마네키네코의 발상지인 고토쿠지 안에서도 묘지가 있어 검은 옷을 입고 제를 지내러 찾아온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고양이를 만나러 갔던 요코하마 외국인 묘지 역시, 주요 관광지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도시 안에 제법 큰 규모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에서는 묘지나 납골당은 도시 외곽으로 나가서야 볼 수 있고, 어쩌다 납골당이라도 들어설라치면 ‘(땅값 떨어지게) 혐오시설이 웬 말이냐!’ 하며 벌떼같이 일어나 반대하기 일쑤니, 사뭇 대조적인 풍경이다. 어쩌면 일본에서도 지금 같은 위치에 묘지가 조성되기 전에는 그런 반발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현재는 묘.. 2007. 8. 15.
횡단 고양이 '길고양이 통신'의 다음view 구독이웃이 되시려면 오른쪽 사이드바 고양이 얼굴 위 + 버튼에 마우스를 대 보세요. 구독을 선택하면, 제 블로그에 새 글이 올라올 때마다 http://v.daum.net/my에서 편하게 볼 수 있습니다. (구독이웃 등록은 다음넷 로그인 후 가능합니다.) 길고양이뿐 아니라 길 위의 모든 생명을 애틋히 여기며, 그들의 평안을 기원하는 분들과 오래 가는 인연을 맺고 싶습니다. 요코하마 모토마치 공원에서 나와서 길고양이들을 찍으며 천천히 이동하는 동안, 해가 지는 줄도 몰랐다. 전철을 타기 위해 '항구가 보이는 공원' 앞길까지 올라가 다시 내리막길로 내려가려는데, 차도 사람도 지나가지 않는 한적한 길에서 무단횡단을 시도하는 고양이 한 쌍을 만났다. 얼마 되지도 않던 관광객이 거의.. 2007. 8. 15.
파란만장 '도쿄 고양이 여행' 도쿄로 4박5일 휴가를 다녀왔다. 남들은 관광이나 쇼핑하러 일본에 간다지만, 나는 일본 길고양이도 만나고, 고양이와 관련된 유적지나 테마파크도 보고 싶었다. 이번 휴가의 목표는 ‘도쿄 고양이 여행’이었던 셈이다. 항공권과 숙소를 예약하고, 여행 자료를 검색할 때까지만 해도 설렜지만, 출발이 가까워질수록 슬슬 불안해졌다. 원고 마감에 치여 여행 준비도 거의 못했으니 …. 비행기를 탄 뒤에도 뭔가 중요한 걸 두고 온 것만 같았다. 일본 도착 첫날은 별 일이 없었다. 한데 이튿날 요코하마 프리킷푸(교통패스)를 사려고 보니 1천엔짜리는 있는데, 고액권이 한 장도 없었다. 게다가 가져간 카드마저 모조리 먹통이었다. 그걸 안 게 금요일 아침 7시였으니, 어영부영 오후가 되면 공관도 은행도 문을 닫아 여행도 제대로 .. 2007. 8.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