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로이드 고양이] 089. 그들이 달리는 이유 우연히 길에서 마주치는 '잘 모르는 고양이'들이 사람을 발견했을 때 보여주는 반응은 대개 이런 식으로 비슷합니다. 공중부양술을 시전하면서 슝~ 날아가거나 꼬랑지가 빠질세라, 가랑이가 찢어질세라 온 몸의 근육을 총동원해 뛰어가는 것. 혼비백산해서 달아나는 고양이가 안쓰러워 괜찮다, 해치지 않는다 말해보다가 부질없는 일이다 싶어 그만 둡니다. 아무리 지혜로운 엄마 고양이라 할지라도 모든 고양이에게 독심술을 가르칠 수 없다면, 달아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살아남기엔 더 유리할 테니까요. 2010. 10. 28. 엄마 길고양이의 뭉클한 배려 고양이를 만나러 가면, 그네들이 뭘 하며 지내는지 가만히 앉아 바라봅니다. 사람 사는 하루하루가 특별한 일 없이 지나가듯이, 고양이의 하루도 그렇게 담담하니 지나갑니다. 하지만 조급한 마음으로 다가가서는 알아챌 수 없는 고양이의 작은 배려를, 몸짓에서 읽을 때가 있습니다. 밀레니엄 고양이 일족인 노랑아줌마와 아기 통통이가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때였습니다. 통통이가 잘 따라 오나, 못 오나...한 배에서 난 통키보다 조금은 허약한 통통이 때문에, 노랑아줌마의 표정에도 근심이 담긴 듯합니다. 통통이도 점프는 잘 할 나이인데, 오늘은 엄마 꼬리를 뛰어넘지 못합니다. 노랑아줌마는 애가 타는지 통통이를 돌아보며 부릅니다. "이 정도면 넘을 수 있겠니?" 노랑아줌마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꼬리를 들어.. 2010. 10. 28. 길고양이계의 미남 악동, 고동이 멋진 고동색 망토를 둘러쓴 듯한 모습 덕에 한층 늠름해 보이는 고동이에게는 한 가지 고질병이 있습니다. 어린 고양이를 보면 장난을 걸고 싶어 근질근질해하는 것인데요. 다른 고양이들 사이에서도 육탄전은 가끔 벌어지는 일이고, 어떻게 보면 놀이를 통해 싸우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힘이 약한 어린 고양이에게는 왠지 괴롭힘을 당하는 것 같아 속상한 일일 수도 있을 텐데요. 고동이는 주변의 시선을 별로 개의치 않는 것 같습니다. 이건 아프리카 맹수도 아니고...사진이 묘하게 찍혔는데-_-; 고동이가 갑자기 달려들어 허벅지를 물어뜯는 바람에 기겁한 짝짝이가 필사의 반격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고, 이 아저씨가 고양이 잡네!" 귀를 납작하게 만들고 고함을 질러봅니다만, 소용 없습니다. 공격은 다시.. 2010. 10. 25. 루브르의 '고양이 미라', 애틋한 표정 고양이가 가축의 개념으로 인간 곁에서 살기 시작한 것은 고대 이집트부터라고 합니다. 이집트 여신인 바스테트가 고양이 얼굴을 하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었기에, 고양이는 이집트인에게 함부로 할 수 없는 동물이었을 것입니다. 프랑스 고양이 여행 중에 꼭 가보고 싶었던 곳 중 하나로 루브르 박물관을 꼽았던 것은, 이집트관에 잠들어 있는 고양이들의 미라를 만나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무덤 주인의 사망 시기에 맞춰서 이 많은 고양이들이 자연사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니, 먼 옛날 한국에서도 그랬듯 순장 형식으로 죽음을 맞았겠지요. 인간의 무덤에 묻히기 위해 생목숨을 끊어야 했던 고양이의 비애는 오랜 세월에 탈색되어 그저 담담한 모습으로 남아있습니다. 이집트 고양이 미라의 형태는 이렇게 대부분 끝이 동그란 원기둥 .. 2010. 10. 24. 아기 길고양이의 '수줍은 발라당' 반가움을 표시하는 어른 고양이의 발라당 자세는 거침이 없습니다. 스밀라도 가끔 저를 거실로 데려가서, 몸을 바닥으로 툭 던지고 쓰다듬어 달라는 듯이 배를 드러내곤 하는데, 길고양이의 발라당도 마찬가지로 사랑스럽습니다. 특히 발라당 자세의 묘미는 절반으로 접은 앞발의 귀여운 각도와 '아잉~그냥 갈 거야?' 하고 말하는 듯 고개를 갸웃한 자세가 핵심입니다. 벌써 몇 년째 밀레니엄 일족의 대장 노릇을 해온 카오스 대장냥은 오랜 세월의 노련한 경험으로 발라당의 기본 자세를 연출해 냅니다. 하지만 올해 처음으로 세상 빛을 본 아기 길고양이 통통이는, 발라당 동작의 시늉을 하기는 하나, 아직 그 핵심을 모릅니다. 발라당의 기본은 애정을 표현하는 대상의 눈에 잘 띄는 곳에서, 약간은 유혹하는 듯한 느낌으로 해야 하는.. 2010. 10. 24. [폴라로이드 고양이] 087. 마음의 감옥 마음이 고단하면 창살이 없어도 사방이 감옥입니다. 마음의 감옥에서 한 발짝만 걸어나오면 되는데, 그 처음 한 발을 내딛지 못해서 영영 갇히고 맙니다. 구독+ 버튼으로 '길고양이 통신'을 구독해보세요~ 트위터: @catstory_kr ↓ '손가락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시면 큰 힘이 됩니다 2010. 10. 23. 이전 1 2 3 4 5 6 7 ··· 8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