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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쿠션 만드는 ‘고양이 삼촌’ 유재선 ‘고양이 삼촌’ 유재선의 작업실은 내가 꿈꾸던 이상향과 꼭 닮았다. 한적한 주택가라 소음에 시달릴 염려가 없고, 정오께 작업실로 출근해 셔터를 올리면 슬그머니 얼굴을 내밀곤 밥을 졸라대는 길고양이까지 있으니, 고양이 작가의 작업실로는 더 바랄 게 없다. 여섯 살배기 고양이 제이와 단둘이 사는 작가는 고즈넉한 작업실 한켠에서 고양이 그림을 그리고, 고양이 쿠션도 만든다. 일러스트레이션을 생업으로 삼고 있지만,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그를 일러스트레이터로만 규정하기엔 좀 서운하다. 그는 유리창에 마커로 그림을 그리는 윈도우 페인팅 작가로도 유명하고, 빈티지 인형을 파는 인형가게 사장님이자, 그림동화책과 잡지를 수집하는 고서점 주인이기도 하다. 그간의 작품을 모은 포트폴리오 격인 《고양이 삼촌》(레프트로드.. 2010. 12. 7.
소외된 고양이 돕는 '2011 고양이 달력' 12월이 다가오면 '괜찮은 달력 없나?' 하고 두리번거리게 됩니다. 달력을 구매하거나 달력 그림을 관람하면서, 도움이 필요한 동물들을 도울 수도 있고, 길고양이에 대한 지식도 얻을 수 있는 2011년 고양이 달력들을 소개해 봅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마음에 쏙 드시리라 믿어요. 1. 2011년 마리캣 달력 고양이 작가 마리캣 님의 고양이 달력입니다. 아름다운 장식세밀화로 널리 알려진 작가의 멋진 그림들을 올해도 달력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 사진으론 이 정도밖에 안 나오는 게 아쉽지만 실제로는 고양이 털 하나까지 섬세합니다. 12월 15일~21일까지 인사동 윤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회에는 2011년 달력 원화뿐 아니라 작가가 소장한 소품 및 고양이 아트상품 판매도 이뤄진다고 합니다. 전시 입장.. 2010. 12. 6.
[폴라로이드 고양이] 104. 갈림길 앞에 선 고양이 아무 생각 없이 타박타박 걷다 보면, 갈림길이 나옵니다. 오른쪽 길도, 왼쪽 길도 색깔만 다를 뿐 똑같아보여서 무심코 발길을 오른쪽 길로 돌려 봅니다. 오른쪽 길로 가면서도 마음 한 구석엔 '왼쪽 길은 어떨까?' 궁금증이 생깁니다. 어쩐지 가보지 못한 왼쪽 길에는 더 재미난 삶이 있을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관성이란 무서운 것이어서, 대개 가던 방향대로 가게 됩니다. 한번 내린 결정을 바꾸기도 그렇고, 되돌아가자면 다리도 아플 테고 지금까지 걸은 거리를 생각하면, 맨 처음 갈림길로 다시 가긴 귀찮거든요. 그러나 호기심도 모험심도 다 수그러들고, 돌아가기엔 너무 오랜 시간을 길에서 허비한 후에야, 가보지 못한 길을 생각하며 쓰러져 후회합니다. '그때 그 길로 다시 가야했던 게 아니었을까? 지금은 너무 늦었.. 2010. 12. 5.
단풍잎 융단을 만끽하는 고양이 둥글게 움츠린 고양이의 등짝이 어쩐지 추워보이는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이제 단풍이라곤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의 희미한 붉은색으로만 느낄 수 있을 따름입니다. 한때 붉게 물들었다 잿빛을 띤 분홍색으로 변하는 단풍잎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있는 힘껏 불태우고 아무 미련 없이 이 세상과 작별하는 것 같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머물렀던 시간을 '소풍'이라고 표현했던 천상병 시인의 말처럼, 소풍 가던 날의 들뜬 마음을 접고 가만히 이 땅으로 내려앉은 낙엽들이 마른 땅에 따스한 융단을 만들어줍니다. 그 융단을 즐거이 이용해 주는 것은 동네 고양이입니다. 노란 치즈 얼룩무늬가 예쁜, 통통한 겨울 고양이입니다. 등산객의 인기척이 들려도 한번 힐끗 쳐다보기만 할 뿐, 담담한 표정으로 단풍잎 융단을 만끽합니다. 융단 .. 2010. 12. 3.
내 고양이의 발톱긁기 만행, 3종 세트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고양이와 함께 살다 보면 피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고양이 특유의 '발톱 긁기' 본능에서 나온 만행인데요. 사람 기준에서는 만행이지만, 고양이의 입장에서는 '내 집에 있는 물건을 내 마음대로 쓴다는데 문제가 됨?' 하고  반문할 법합니다. 그럼 사례별로 한번 알아볼까요?1. 가죽 의자-너덜너덜하게 만들기마 끈으로 만든 발톱긁개를 아무리 사줘도, 고양이 마음에 드는 발톱긁개의 질감은 따로 있나 봅니다. 특히 가죽의자의 경우, 스밀라는 흥분하면 갑자기 의자 위로 폴짝 뛰어오르면서 북북 발톱을 긁곤 합니다. 원래 부엌에서 식탁의자로 쓰던 의자인데, 등받이가 망가지면서 버리려던 것을 테이프로 감고 스밀라 전용 스크래처 겸 전망대로 내어주니 잘 쓰고 있습니다... 2010. 11. 21.
[폴라로이드 고양이] 103. 현행범 아닌 현행범 길고양이는 가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슬며시 나오곤 합니다. 사진 속 고양이가 숨어있다 슬며시 걸어나온 저 곳도, 너비는 10cm가 채 못 되어 보이지만 고양이는 스르르 빠져나왔습니다. 보통 머리뼈만 통과할 수 있는 너비만 확보되면 별 어려움 없이 나올 수 있다고 하는데, 수염으로 통과할 곳의 폭을 재어 가능하다 싶으면 그리로 나오는 거죠. 아무도 없겠거니 하고 슬며시 빈 틈을 찾아 나오다가, 그만 저와 딱 마주치고 눈을 휘둥그렇게 뜨는 고양이. 금방이라도 직립보행을 할 것 같은 자세여서 웃음이 나기도 하고, 한편으론 인기척에 놀란 것 같기도 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난간에 두 발을 딛고 오르려다 움찔 하는 모습이,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땡땡이치고 몰래 학교 담을 넘다가 담임선생님께 들킨 학생처럼 .. 2010. 11. 20.